[사회] 출생아 10%는 미숙아인데, 보살필 예산은 한 해 5억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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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전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 지난 20일 태어난 국내 첫 자연임신 다섯 쌍둥이가 이곳 인큐베이터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임신 26주 6일 만에 세상 빛을 본 ‘오둥이’는 첫째 969g, 둘째 888g, 셋째 953g, 넷째 736g, 다섯째 781g으로 태어났다. 모두 1㎏ 미만의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다. 아기들은 출생 직후부터 24시간 NICU 의료진의 손길을 받고 있다. NICU실장 윤영아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초반 3일, 7일이 큰 고비라 지난 주말에도 NICU팀 모두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아이들을 돌봤다”며 “앞으로 최소 3개월은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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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국내 출생아 10명 중 1명은 오둥이처럼 미숙아(임신 기간 37주 미만)로 태어난다. 2022년 기준 2만4273명에 달한다. 출생아 수는 급감했지만, 미숙아 출산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신·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난임 시술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본다. 1995년 전체 출생아의 2.54%에 불과하던 미숙아는 2022년에는 9.74%로 급증했다. 의학 기술 발전으로 미숙아 생존율도 높아졌다. 대한신생아학회에 따르면 1990~1994년 1㎏ 미만 출생아의 경우 26%에 그쳤다. 현재(2022년)는 79.6%로 뛰어올랐다.

미숙아 생존율은 크게 늘었지만, 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국가 지원은 병원 문을 나서면서 사실상 끊어진다. 미숙아에 대한 지원이 입원 중 진료비 지원에만 집중돼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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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미국·영국·대만 등 해외에선 미숙아에 대해 최소 만 3세까지 주치의가 주기적으로 검진하고 상태에 따라 치료나 재활을 연계하고 있다.

국내에선 2021년 ‘미숙아 지속관리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3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현재는 서울 등 6개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세돌 된 쌍둥이 남매를 기르는 B 씨는 “지속관리 덕분에 둘째 아이의 망막증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는 국내 일부 지역 미숙아들에게만 이뤄진다. 그나마도 한 해 예산은 5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전문 간호사 인건비가 전부다.

장윤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역에 사는 취약계층 자녀일수록 배제될 우려가 크다”라며 “미숙아 지속관리 서비스의 전국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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