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그린벨트 해제' 핵심은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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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때부터 반값 아파트로 불린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주택. 중앙포토

정부가 주택 공급난 해소를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에 나섰다. 5일 정부는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2만 가구 공급하는 등 수도권에 5만 가구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예고한 대로 이미 훼손돼 보존 가치가 떨어지는 그린벨트를 우선 해제했다.

1971년 7월 도입한 그린벨트의 해제는 이전 정부에서도 집값이 들썩일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든 카드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집을 지을 땅이 턱없이 부족한 서울의 주택 공급난 해소에 일부 효과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교통망에 잘 갖춰진 서울 도심의 인접 지역에 주택 공급이 이뤄져서다.

관건은 속도다. 택지지구 개발 등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면 계획 발표 이후 인허가 과정과 공사 기간 등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 최소 10여년이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다. 공급 확대를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그린벨트 해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08년 말 이명박 정부에선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5.0㎢ 규모의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그린벨트 해제로 공급한 보금자리주택도 ▶강남구 세곡동(6500가구)·수서동(4300가구) ▶서초구 우면동(3300가구)·내곡동(4600가구) ▶강동구 고덕·강일(1만1800가구) 등 강남권 위주였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말 그린벨트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고, 2009년 9월 사전청약, 그해 말 본청약을 진행했다. 2012년부터는 입주가 시작됐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역대 가장 빠른 속도였다. 당시 민간 건설사에서 반값에 가까운 공공분양을 했으니, 사람들이 높은 분양가의 민간 아파트청약을 기다리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가격 추세를 보면 서울 아파트는 2009년 사전청약 시기, 본청약 시기에 우상향 곡선이 꺾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명박 정부 시절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했고, 2012년에는 서울 집값 변동률이 집권 이래 최저인 -5.79%로 급락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도 2026년 상반기 지구지정,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를 목표로 제시하며 기간 단축을 약속했다. 계획대로라면 5년 만에 분양, 7년 만에 입주가 진행되는 셈이지만, ‘속도전’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있다.

공공택지 개발을 위해서 토지 수용·보상 절차를 진행하는데, 개인 소유주가 많을 경우 보상에 시간이 오래 걸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서초구 일대 그린벨트 토지 소유주의 42%가량이 개인 소유였다. 또 한 필지를 여러 명이 소유한 지분 쪼개기 등도 변수다. 국토교통부가 이번에 선정한 지구와 인근 지역 내 최근 5년간 거래 5335건을 조사한 결과 1752건의 이상 거래(미성년·외지인 매수, 잦은 손바뀜, 기획부동산 의심)가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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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합동브리핑, 발언하는 박상우 장관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토부·서울시·경기도,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x11x5xxxxxxxx82xxxxxxxxxx (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보상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민원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사업이 지체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단기적인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3기 신도시 일부 지역도 아직 보상 절차가 다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 택지 개발을 맡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의 토지보상 재원 확보 여부도 관건이 될 것”이라며 “보상 재원 마련을 위해 범정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수준도 중요하다. 분양가가 너무 낮으면 ‘로또 아파트’ 논란이, 너무 높으면 ‘개발 이익의 사유화’ 비판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하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분양을 기다리는 수요자가 늘면서 주택 수요의 ‘대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분양에 뛰어들 수 있는 특정 집단에 개발 이익이 집중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은 시세의 반값에 가까운 분양가를 책정했는데, 당시에는 ‘반값 아파트’‘로또분양’ 논란이 이어졌다. 실제로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급된 강남구 수서동 ‘강남데시앙포레’ 전용 84㎡의 실거래가격은 지난달 기준 18억원 대로, 2013년 분양가(4억원대)를 고려하면 10년 새 4배 넘게 가격이 뛰었다.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하는 서리풀지구 2만 가구 가운데 55%(1만1000가구)는 서울시가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과 2020년에도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했지만, 서울시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된 적 있어 이번에는 최대한 서울시의 입장을 우선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규모 임대 아파트 공급이 서울 주택 공급난 해소에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진형 교수는 “헬리오시티(9510가구)나 올림픽파크포레온(!만2032가구) 등도 서울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데, 2만 가구, 그중 절반이 임대 아파트라면 강남권 대기 수요를 맞추기에 부족한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존에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조기 착공 ▶서울 도심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이번 공급은 최소 수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라며 “마냥 이 지역 아파트 분양만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3기 신도시 등 지속적인 주택 공급이 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합수 교수는 “3기 신도시 주택 물량을 확대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규제 완화를 통해 도심 주택 공급 속도도 늘려야 실질적인 시장 안정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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