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은 이창용 또 파격제안 "리츠, 주거용 활용 땐 가계부채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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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완화 방법으로 리츠(REITsㆍ부동산 투자회사)를 활용해 주택을 사는 ‘한국형 뉴리츠’를 제안했다. 5일 한국금융학회와 공동 개최한 ‘우리나라 가계ㆍ기업 금융의 과제’ 정책 심포지엄에서다. 주택 수요자가 자기 자본을 투자해 리츠 주주가 되는 동시에, 임차인으로서 리츠가 소유한 주택에 거주하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외국인 돌봄 노동자 도입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 등에 이어 또 다시 파격적인 구조개혁 보고서를 들고 나왔다.

이번 주제를 공동연구한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나현주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팀 과장에 따르면 리츠는 다수 투자자로부터 소액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개발ㆍ운영 수익을 배당하는 투자회사 개념이다. 한국형 뉴리츠는 빚으로 집을 사는 대신, 매매 가격보다 적은 돈으로 리츠 지분을 사들이고, 매달 일정 금액을 월세처럼 지급하면서 리츠 소유 주택에 장기 거주하는 방식이다. 임차인이 리츠 지분을 보유하는 동안 배당을 받고, 리츠 지분을 팔면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와 차이가 있다. 서울 기준 1억원을 출자하고 월 250만원씩 내면 33평 주택에 거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한은이 그동안 다뤄온 구조개혁 보고서 시리즈 중 하나”라며 “리츠를 활용해 주거에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이 아닌 민간 자본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가계부채 증가를 완화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리츠를 통한 주택금융은 가계의 자산과 부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제도적 변화”라며 “가계가 무리한 대출로 주택을 사기보다 적절한 비용으로 주거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안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구팀도 한국형 뉴리츠를 통해 가계의 주거비 부담이 낮아지고 자산 형성의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했다. 양호한 입지 여건을 가진 지역에 시세보다 3~5%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주거 확보가 가능해지고, 건전한 부동산 간접 투자로 재분배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존 전월세로는 자산 축적이 불가능하다”며 “보증금을 활용해 리츠 주식에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 사다리 모형”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재는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가계와 기업대출 증가에 우려를 표했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1%다. 경제 규모에 비해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높다. 또 올해 2분기 기준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61.4%로 가계부채와 부동산이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금리 조정이나 대출 규제만으로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기업대출도 부동산으로의 쏠림이 커졌다”며 “부동산 부문에 장기간 자금이 유입되면서 2010년 말 GDP 대비 9%였던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지난해 말엔 24%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자원 배분의 비효율과 성장동력 약화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최근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통화정책 기조전환이 이뤄졌다”며 “앞으로 국내외 금융 여건이 더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이 과도한 대출을 받아 자금이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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