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약으로 감방 갇힌 래퍼, 감방서 또 마약…어디 숨겼나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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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힙합 오디션프로그램 ‘고등래퍼2’에 출연했던 윤병호(24)가 마약 혐의로 재판을 받는 도중 구치소 안에서 또다시 마약류를 불법 투약했다. 교정시설 내 약품 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교정당국이 마약류 밀반입과 향정신성의약품 투약 등을 감시·관리하고 있지만 재소자들 간 약품 유통·투약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5일 수원지방법원에 따르면, 윤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받던 중이었던 2022년 8월 인천구치소에서 디아제팜·로라제팜·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지난달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당시 2018~2022년 대마·펜타닐·필로폰 등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는데, 지난해 12월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윤씨 사례처럼 교정시설 내 불법 마약 투약 등이 적발된 사례는 2020년 0건에서 2022년 7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엔 4건을 기록하며 다소 주춤하는 듯했지만, 올해 9월까지 다시 6건이 적발됐다. 적발 건수에 비해 실제 마약범은 물론 일반 재소자들까지 몰래 마약류를 투약하는 일이 훨씬 잦다는 증언도 있다. 2017년 출소한 뒤 회복상담사로 일하는 한모씨는 “복역 당시 재활교육 중인 재소자까지 참지 못하고 몰래 마약을 투약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지금도 방에서 약이 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최근 출소한 한 여성 마약사범은 방 안에서 약을 하지 않는다고 같은 방을 쓰는 다른 재소자들에게 두들겨 맞았다고 한다. 그는 “적발된 사례는 대부분 같은 방을 쓰는 재소자가 담당 교도관에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교정시설 내 마약 유통 경로는 크게 마약류 밀반입과 처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다른 용도로 투약하는 방식 두 가지다. 밀반입은 대부분 우편‧소포를 통해 이뤄진다. 특히 마약사범이 받는 우편과 소포는 교도관이 모두 뜯어 검사한 뒤 재소자에게 넘겨지지만, 일반사범들이 받는 우편과 소포는 전수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해 마약 밀반입에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직 교도관 A씨는 “하루에 많게는 수천건씩 편지나 소포가 들어오는데 이를 모두 조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편지나 소포가 뜯어진 채로 전달되면 재소자들이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원회나 법무부에 진정 또는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잦다”며 “변호사와 주고받는 서신은 방어권을 이유로 뜯어볼 수도 없고 검사할 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출소한 박범희(42)씨 역시 “마약사범은 외부에서 책을 들여오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하루 30분 운동 시간에 만나 친해진 일반사범들에게 책 사입을 부탁한 뒤 외부에 있는 지인을 통해 두꺼운 책 겉표지를 뜯어 안쪽에 마약을 숨기는 방식으로 마약을 들여온 다음 이 책을 몰래 전달받아 마약을 투약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정식으로 처방받은 향정약품을 숨겼다가 용도 외로 사용하거나 재소자들 간 거래한다는 증언도 있었다. 현재 교정당국에서 유통 가능한 향정약품은 대부분 통증이나 불면증, 우울증 치료를 위한 약으로 교도소장 허가를 거쳐 외부 병원에서 처방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경우 교도관이 수용자에게 복용량에 맞춰 제공하고 제대로 먹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기상천외한 각종 꼼수로 숨기는 일도 발생한다. 교도관 B씨는 “졸피뎀 성분을 혀 밑에 숨겼다가 빻아 코로 흡입하거나 목구멍까지 삼켰다가 다시 토해내 약을 모아두기도 한다”며 “교도관 1명당 1~4개동을 관리할 때도 있는데 작정하고 약을 숨기면 알아채지 못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교정당국의 관리 손길이 닿지 않는 일반의약품을 마약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범희씨는 “허리 통증에 쓰이는 리리카 캡슐은 향정 분류가 안 돼 있어 한 번에 약을 여러 알 받을 수 있는데, 이를 모아 가루로 만든 뒤 심을 뺀 볼펜을 빨대처럼 이용해 코킹(코로 흡입)하면 몽롱해지면서 대마를 한 상태와 비슷해진다”며 “마약사범뿐 아니라 일반사범들까지 교도소 내에서 마약을 하는 유명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보다 엄격한 마약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법무연구원 연구위원은 “외부 물품 반입 및 재소자 이송 과정에서의 철저한 수색을 통한 엄격한 관리는 물론 주기적인 마약 소변 검사로 검출됐을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의 관리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결수 중심의 마약류 재활·치료프로그램을 미결수까지 확대하는 것 역시 교정시설 내 마약류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단순 투약범 위주인 미결수들이 마약을 끊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한데 방치되다 보니 오히려 마약방안에서 관련 정보를 나누고 마약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배워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엑스레이 검색기, 휴대용 마약탐지기(이온스캐너) 등 첨단 장비로 검색을 강화하는 등 교정시설 내 마약류 반입 차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는 교정특별사법경찰팀을 신설해 교정시설 내 마약류 범죄에 엄정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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