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내년 바다 덮칠 트럼프 관세…韓해운업계는 벌크선 '벌크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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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운사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 이후 급변하는 통상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2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관세 인상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전 세계 해운 수요가 10%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다. 해운업계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관세 인상 조치를 단행할 경우 태평양 항로를 중심으로 물동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진흥공사 해양산업정보센터가 발표한 '트럼프 2.0 시대와 해운 산업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적 관세를 적용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

해운사들 내년 상반기 이후가 고비

국내 해운사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중국의 이른바 '밀어내기 수출'로 전 세계 해운시장 물동량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관세 인상 여파가 해운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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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은 올해 3분기 실적으로 매출 3조5520억원, 영업이익 1조461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7%, 1828%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사진 HMM

문제는 넘치는 공급이다. 올해 글로벌 신규 선복 공급량은 305만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로 역대 연간 공급량 중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홍해 사태 이후 최근 몇 년 새 막대한 이익을 거둔 해운사들이 앞다퉈 선박을 늘려 몸집을 키운 영향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관세’ 영향에 따라 물동량이 줄어든다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전 세계 해운사들이 코로나19 이후 선복량을 크게 늘려 놓은 상황에서 물동량 감소는 자칫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신규 노선 개설이나 사업 다각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벌크선 늘리고 장기 운송 확보로 위기 대응

국내에서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에 가장 민감한 곳은 소비재 등 제품을 선적하는 컨테이너선 위주로 선단을 구축한 HMM이다. HMM은  상대적으로 약한 벌크선(건화물, 유조선) 분야를 키워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벌크선은 석탄·석유·곡물 등 원자재 운반선이다.

HMM은 유조선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중형 석유제품 운반선 4척의 건조를 발주했다. HMM이 중형 석유제품 운반선을 발주한 간 옛 현대상선 시절 이후 약 20년 만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통 에너지산업에 친화적 태도를 보이는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화석연료 채굴이 증가할 수 있어, 이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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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한국조선해양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 HD한국조선해양

팬오션도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추가 확보에 나서고 있다. 팬오션은 올해 8~10월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3척을 인도한 데 이어 12월에 2척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해운·조선 전문매체 스플래시247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기조가 석유와 가스 수출에 좋은 징조이며 유조선 분야가 잠재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운사들은 이밖에 해운 시황 침체기에 대비해 장기 물량 확대에서 나서고 있다. 10년 이상 단위로 계약되는 장기운송계약 물량은 수익성이 높지는 않지만, 시황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불황기를 버틸 수 있는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꼽힌다. 또한 대형 화주들과의 유대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해운사들에는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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