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30대 되면 죽는 희소병 딸…아빠의 740㎞ 대장정이 기적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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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요셉 목사 두발로 부산~서울 740㎞ 대장정
전요셉(33) 청주 오산교회 목사가 29일 서울 광화문을 끝으로 740㎞에 달하는 국토대장정을 마쳤다.
전 목사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사랑이를 도와주신 많은 분의 작은 빛이 모여, 이제 크고 환한 빛을 비춰주는 것 같다”며 “두려웠던 내일이 희망찬 내일로, 기대되는 내일로 바뀌었다. 감사한 마음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란 말을 반복했다.
전 목사는 유전 질환 일종인 ‘듀센 근이영양증(DMD)’을 앓고 있는 전사랑(3)양 아빠다. 국토대장정은 딸 희소병 치료비 모금을 위해 시작했다. 미국에서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약값이 330만 달러(한화 약 46억원)에 달한다. 전 목사는 “한 번만 투여하면 병이 낫는다는 외국 자료와 완치된 아이들이 펄쩍펄쩍 뛰는 영상을 보고 희망을 갖게 됐다”며 “아빠로서 딸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국토대장정과 모금 운동을 하게 됐다”고 했다.
“두려웠던 내일이 희망찬 내일로 바뀌어”
그는 지난 5일 부산 광안리에서 시작해 울산과 경북 포항, 대구, 대전, 충북, 충남 천안, 경기도 평택·오산 등을 거쳐 29일 최종 목적지인 서울 광화문에 도착했다. 예배가 있는 일요일을 제외한 22일 동안 매일 30여㎞ 넘게 걸었다. 대장정 기간 ‘46만명 1만원의 기적 챌린지’를 했다. 1명이 1만원을 기부하는 모금 운동이다.
사랑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일반 시민에 이어 공직 사회도 후원 릴레이에 참여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 22일 피켓을 들고 챌린지에 참여했다. 충북도 공무원노조도 전 직원 모금 운동을 하고 있다. 전 목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13억7000만원 정도가 모금됐다고 한다. 만원으로 따지면 13만명이 후원에 나선 셈이다. 지난 20일 기준 1억2000만원이었던 모금 규모가 열흘 새 12억5000만원이나 늘었다.
전 목사는 유튜브 채널 ‘사랑이와 함께 love’라는 채널과 인스타그램에 국토대장정 과정을 공유했다. 응원하는 댓글이 많지만, 일부 누리꾼은 개인 후원에 우려를 나타냈다. 치료비 명목으로 후원을 받아 사적으로 유용했던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를 예로 들며 개인 계좌 후원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북공동모금회가 후원금 관리…“사랑양 특별모금 진행”
사랑양의 엄마 이상아(33)씨는 “지금까지 개인 계좌로 받은 금액과 후원자 명단을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하기로 했다”며 “후원금은 사랑이 치료에만 투명하게 사용하고, 치료 과정도 SNS에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북공동모금회는 대장정 기간 모금된 후원금을 받은 뒤 1년간 특별모금도 진행할 예정이다. 충북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사랑이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지정 기부 방식으로 특별모금을 진행하고, 향후 기부도 충북공동모금회 계좌로 받기로 했다. 후원금을 투명하게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랑양은 1년 전 근육병으로 진단받았다가 추가 검사를 통해 지난 5월 듀센 근이영양증 확정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유전자 이상으로 팔이나 다리·몸통 등 근육이 퇴행하는 희소 유전 질환이다. 근육 생성이 되지 않아 10대에 걷지 못하고, 20대에 호흡기를 쓰기 시작해 30대 초에 사망하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남성에게 발병하지만 5000만명 중의 1명꼴로 여아에게 나타난다.
사랑양은 증상을 늦추는 재활치료를 일주일에 3번씩 하고 있다. 다리 근육이 약해 뛸 수 없고, 계단은 손잡이를 잡고 겨우 오른다. 새벽에 근육 경련이 일어나 응급실에 자주 간다. 전 목사는 “칠레에서 사랑이와 똑같은 병을 앓고 있는 한 환우의 엄마가 국토대장정에 나서 치료비 53억원 마련했다는 소식이 모금 운동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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