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K9·천궁Ⅱ 원한 우크라 특사단…정부는 '무기 지원' 침묵 택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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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통령 특사단이 최근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을 잇따라 만나 무기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신중한 모양새다. 특사단을 맞이해 고위급 교류의 의지를 보인 것 자체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표시한 것으로 보고 일단은 입장을 보류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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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트럼프 당선 후 분위기 반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특사단의 방한은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에서 공식화했다. 북·러 불법 군사협력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협의"를 목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정부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최초로 발표(지난달 18일)한지 열흘 정도 지난 뒤라 특사단 파견과 맞물려 한국의 무기 지원 논의가 표면화할 거란 관측이 나왔다. 이미 "단계적 대응"을 경고했던 윤 대통령은 당시 통화에서 "러·북의 군사적 야합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가 반전된 건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취임 후)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는데, 미국 신행정부의 기조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조만간 마무리될 전쟁에 발을 담그는 건 득보다 실이 크다는 회의론이 대두됐다. 또한 임박한 휴전 협상을 앞두고 격화하는 막판 '땅따먹기식' 혈전에 얽혀선 안 된다는 우려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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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공화당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이에 정부는 이달 들어 살상 무기 제공에는 사실상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만약 무기 지원을 하면 방어 무기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지난 7일)고 말했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우크라이나가 방어 능력을 갖도록 보충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지난 18일)며 지원하더라도 방어 무기 제공에 무게를 뒀다.

'로키' 특사단 방한…무기 요구에 침묵

지난 27일 윤 대통령을 예방한 우크라이나 대통령 특사단의 방한이 전반적으로 '로키'(low key)로 진행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특사단의 입출국 시점 등 방한 동선은 대부분 비공개였다.

또 대통령실은 무기 지원 논의에 대한 언급이 빠진 사후 보도자료만 냈다. 보도자료에는 "러·북 군사협력으로 인한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실효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길 바란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만 담겼다. '실효적으로 대처하자'는 윤 대통령의 언급에서 무기 지원과 관련해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한국의 딜레마가 묻어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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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특사단을 접견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 도착한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왼쪽). 연합뉴스

실제 우크라이나 특사단은 K-9 자주포와 천궁-II 등을 지원 혹은 판매 방식으로 한국이 제공하기를 희망했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뚜렷한 답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지난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세부적인 사항은 답변드리기 제한된다"면서도 "(천궁을 사겠단) 제안을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한국으로선 북한군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협력도 당장 필요하지만 동시에 트럼프 당선인의 의중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무기 지원 혹은 판매 요구에 공개적으로 '예스, 노'로 답하는 대신 '검토하겠다'는 유보적인 의견을 보이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 커…카드 아껴야"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종전 로드맵을 분석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트럼프 팀은 우선 "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을 고려하고 있다"(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지난 24일)며 확전 자제 시그널을 보냈다.

하지만 종전 협상이 본격화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늘려 협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동맹에 부담을 적극적으로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최근 지명된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가 앞서 마련한 종전안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상에 들어간다면 무기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구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향후 상황을 관측하더라도 지금 무기 지원을 해버리면 우리가 쥐고 있던 카드를 잃어버리는 셈"이라며 "트럼프는 취임 후 우크라이나 지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나토 등 외부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은데, 막상 무기를 지원할 여력이 있는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굉장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은 한국의 무기 지원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28일(현지시간) 유럽의회는 북·러 군사 협력을 규탄하면서 "한국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입장 선회를 요청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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