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6시 50분쯤 강남구 논현동 한 오피스텔 주차장 지하2층 통행로를 승용차 두 대가 막고 있다. 독자제공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 건물에서 차량 2대가 닷새 동안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막아 입주민과 방문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경찰은 오피스텔 상가에 입점한 한 업체와 입주민 대표로 구성된 관리단 사이에 주차비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40대 남성 A씨 등 3명을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4~28일 렌트카 등 차량 2대를 이용해 논현동의 한 오피스텔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막아 상가 영업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입주민과 관리단 측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8시 30분쯤 입주·방문 등록이 안 된 승용차 두 대가 주차장에 들어왔다. 그 중 한 대는 지하주차장 2층 진입로를 대각선으로 막았다. 입주민들은 차량 바퀴에 기름을 바르고 차량을 우측 통행로쪽으로 민 뒤에야 왼쪽 차로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틀 뒤인 24일 오후 6시 50분쯤, 22일 함께 들어왔던 또 다른 승용차 한 대가 비어있던 좌측 통행로를 다시 막았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이 차가 렌트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주민과 상가 영업에 방해된다는 점을 감안해 렌트 업체에 연락해 차량을 이동시키게 했다. 처음 길을 막았던 차량은 지난 28일 오전 소유주 지인이 이동 주차했다.

지난 27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오피스텔 주차장 지하2층 우측 통행로를 승용차 한 대가 막고 있다. 무단주차 딱지가 차 앞, 뒷면에 붙어있다. 뒤편으로 보이는 차량은 24일 좌측 통행로를 막았던 차량. 오소영 기자

관리단 측은 이 사건 배경에 상가 입점 업체인 스크린골프연습장과의 주차비 갈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입건된 A씨는 진입로를 막았던 차량 중 렌트카를 빌린 인물로, 골프연습장 투자자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입주민 대표위원인 B씨는 “최근 1달간 주차난으로 해당 업체와 관리단 사이 마찰이 있었다”고 말했다. 건물 관계자 또한 “A씨가 투자한 업체 특성상 특정 시간대 차가 몰리고 장시간 주차 손님이 많아 주차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골프연습장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오피스텔의 주차공간 중 지하 1층은 입주민과 상가 입점 업체 5곳이 공동 사용하는 곳이다. 관리단은 기존 미등록 차량 주차비는 1시간에 1만5000원이지만, 상가 입점업체에는 30분 주차 무료 쿠폰 100장씩을 제공하고 추가 주차 시간은 30분에 3000원 짜리 유료 주차권을 구입하게 하는 방식으로 주차장을 운영해왔다. 지상 1층 주차공간의 경우 상가 입점업체와 입주민들이 무료로 공동 사용 중이었다.

하지만 1층 주차장은 건축법상 주차가 불가능한 공개공지여서 이 사실을 파악한 강남구청이 지난 9월 건물 측에 해당 공간에 주차를 금지하라고 통보했다. 이때문에 주차장을 유료로만 사용하게 된 골프연습장 측은 최근 한 달간 737장의 무료 쿠폰을 사용해, 총 230만원 상당의 주차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또 지난 7월부터는 관리비도 미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관리단 측은 “관리비를 미납하면 11월 22일부터 유료 쿠폰으로 적용하던 주차비 할인 혜택을 없애고 기존대로 1시간에 1만5000원 주차비를 받겠다”고 통보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A씨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 중이다. 골프연습장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설명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