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우크라 특사단 다녀간 날 러, 중국과 연합 KADIZ 무단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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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러시아가 중국과 연합해 군용기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으로 진입했다. 중·러 군용기가 함께 KADIZ에 들어온 건 약 1년만으로, 우크라이나 대통령 특사단이 방한한 직후라는 점에서 한국을 압박하려는 러시아의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같은 날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북한을 방문해 "군사 협력의 활발한 확장"을 강조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으로 '불량 동맹'으로 거듭난 북·러가 대놓고 군사적 밀착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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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미군이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무단 진입 이튿날 F-16 전투기를 띄워 공대공 실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 미 제8전투비행단.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오전 9시 35분부터 오후 1시 53분까지 중국 군용기 5대와 러시아 군용기 6대가 동해 및 남해 KADIZ에 순차적으로 진입 후 이탈했다"며 "영공침범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우리 군은 중국 및 러시아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하기 이전부터 식별했고, 공군 전투기를 투입해 우발 상황을 대비한 전술조치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연합 훈련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러·중이 29일 연간 협력 계획에 따라 동해(러시아는 일본해로 표현) 공역에서 9차 연합 공중 전략 순찰을 조직 및 실시했다"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 역시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똑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9차'로 명명한 건 정례적이고 정상적인 훈련이라고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도 이런 상황이 또 있을 것이라는 예고도 될 수 있다.

중·러 군용기의 KADIZ 진입은 지난해 12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당시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4대가 동해 KADIZ에 진입한 뒤 이탈했고, 공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해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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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이번에는 동원된 중·러 군용기 수가 11대로 늘었고, 동해와 남해 양 쪽에서 진입했다는 점에서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군용기로 타국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할 때는 해당 국가에 미리 비행계획을 제출하고, 진입 위치 등을 알려주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중·러는 이번에 한국에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방공식별구역은 주권이 인정되는 영공과는 다르다. 하지만 영공에 근접해 타국의 군용기가 비행하는 게 되기 때문에 방공식별구역 진입은 종종 긴장 조성 행위로 인식된다. 군이 전투기를 출격시켜 대응한 이유다.

국방부는 중·러 군용기의 KADIZ 진입과 관련해 "이날 오후 우경석 국방부 지역안보협력 태스크포스(TF)장이 왕징궈(王京國) 주한 중국 국방무관과 니콜라이 마르첸코 러시아 국방무관에게 유선으로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KADIZ에 진입해 장시간 비행한 데 대해 양국에 유감을 표명하고, 중·러 측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북·러의 군사적 협력이 강화하고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4시간 18분 간 이뤄진 KADIZ 진입은 중·러의 주장처럼 그저 정례 훈련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미 등은 중국이 북·러 간 밀착에 선을 긋고 거리를 두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중국과 러시아가 함께 한반도 주변 공역에서 세를 과시한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은 지난 27일 방한한 우크라이나 대통령 특사단이 윤석열 대통령 예방 등의 일정을 마치고 출국한 직후다. 특사단은 한국에 방공망 강화를 위한 무기 지원 등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번 KADIZ 진입이 한국의 대(對)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러시아가 한국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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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특사단을 접견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 도착한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왼쪽).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이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을 공식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은 이날 노광철 북한 국방상과 회담하며 "러시아와 조선 사이 우호 관계는 군사 협력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활발하게 확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최고 수준에서 달성한 모든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회담은 러시아와 조선 사이 국방 분야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벨로우소프 국방장관은 또 지난 6월 북·러 정상이 평양에서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에 대해 "동북아에서 전쟁 위험을 줄이고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노 국방상도 "양국의 군사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발전하는 것이 우리 군대의 항구적인 입장"이라며 "(벨로우소프의 방북이) 양국의 국방력과 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앞서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한 벨로우소프 일행은 노 국방상의 영접과 조선인민군 의장대 사열을 받았다. 환영 행사장에는 ‘싸우는 로씨야 군대와 인민에게 전적인 지지와 련대’, ‘불패의 친선단결 만세’, ‘로씨야련방 국방상 벨로우쏘브동지를 열렬히 환영합니다’ 등의 현수막이 걸렸다.

벨로우소프의 방북은 북한군의 전장 투입과 추가 파병 관련 논의, 러시아가 제공할 '선물'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통이라는 벨로우소프의 이력 상 전쟁 장기화에 대비한 전시경제 관련 논의, 제재를 우회한 대북 반대급부 제공, 군수품 생산 관련한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이고 국방장관급에서 추가 파병 문제를 논의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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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 연합뉴스

최근 방러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접견한 것과 마찬가지로 벨로우소프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북·러 지도자 간 간접적 메시지 교환이 이뤄지는 셈이다.

중·러의 연합 공중 훈련과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이 같은 날 이뤄진 것도 공교롭게만 볼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러의 KADIZ 진입은 중국이 여전히 러시아와 같은 배를 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며 "미·중 전략 경쟁에 대비해 여전히 중·러 협력이 중요하며 최소한 북·러 협력에 중국이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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