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을 보이려는 법안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수도 워싱턴DC의 덜레스 국제공항 명칭을 '도널드 J. 트럼프 국제공항'으로 변경하거나, 트럼프의 생일(6월 14일)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는 등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랜던 길 하원의원(텍사스)은 "우리 유권자들이 도널드 J. 트럼프 국제공항을 통해 곧 수도를 방문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명칭 변경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위해 해온 모든 놀라운 업적을 기리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미국 전역에서 "자기가 살고 있는 주(州) 이름을 '도널드 트럼프 주'로 바꾸고 싶어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클로디아 테니 하원의원(뉴욕)은 트럼프의 생일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법안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6월 14일은 1777년 미국 최초 국기 디자인 승인을 기념하는 '국기의 날'이지만, 테니 의원은 이 날을 트럼프의 생일과 함께 기념하자는 취지로 법안을 추진 중이다.

애나 폴리나 루나 하원의원(플로리다)은 트럼프의 얼굴을 러시모어산에 새기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지난달 엑스(X)에 "미국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놀라운 업적과 앞으로도 계속될 성공은 이 상징적인 국립 기념물에 최고의 인정과 영예를 안겨줄 자격이 있다"며 "조각을 시작합시다!"라고 글을 올렸다.

현재 러시모어산에는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등 네 명의 미국 대통령 얼굴이 새겨져 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자신을 "위대한 에이브러햄 링컨에 이어 두 번째로 훌륭한 대통령"이라고 반복적으로 자평해왔다.

앤디 오글스 하원의원(테네시)은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현행 2회에서 3회로 확대하는 개헌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연임하지 않을 경우 대선에 3차례까지 출마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트럼프의 4년 추가 재임 가능성을 열어두는 셈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이 밖에도 마크 앨퍼드 하원의원(미주리)이 '미국만의 날' 제정을,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이 '미국만' 명칭을 법적으로 명문화하는 안을 내놓는 등 논란이 되는 법안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버디 카터 하원의원(조지아)은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이름을 미국 성조기의 색상인 '레드·화이트·블루랜드'로 변경하자는 법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실제 입법 가능성이 낮은 '메시지 법안'이 가끔씩 발의되지만, 이번처럼 특정 인물에게 집중된 법안이 대거 제출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소속 재스민 크로켓 하원의원(텍사스)은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집세나 식료품 가격 인하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무의미한 법안 제출을 중단해야 한다"며 "그들은 일론(머스크)의 로켓 하나를 빌려 마러라고(트럼프 자택) 앞 하늘에 '날 사랑해 줘요, 도니'라는 문구를 띄우는 게 더 빠를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