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영상의 한 장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구상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미래 모습을 담아 SNS에 올린 영상을 놓고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의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가자 해변 개발 구상을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한 것으로,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가자지구를 배경으로 향락이 넘치는 호화판 리조트를 등장시켜 "기괴하다"는 반응이 속출했다.

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트루스소셜 계정에 35초 분량의 영상을 올리자 하루 사이에 조회수가 1천500만을 넘어갔다.
비디오가 어디서 나왔는지 또는 누가 만들었는지는 즉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비디오의 다양한 버전은 최근 몇 주 동안 링크트인, X,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 올라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계정에서 공유한 비디오는 미국의 비디오 플랫폼인 럼블에서 다운로드된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AI 생성 영상의 한 장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캡처

영상은 총잡이를 포함한 사람들이 심하게 파손된 거리의 폐허를 걷는 장면으로 시작해, 빠르게 개발 이미지로 전환되고, 해변가의 사치품으로 전환된다. 트럼프 대통령 머리 모양의 풍선을 든 아이, 트럼프 대통령의 큰 황금 동상, 그리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해변에서 공중에 돈을 던지는 남자 등 다양한 장면이 나온다.

영상의 한 장면은 해변에서 수염과 녹색 머리 스카프를 한 밸리 댄서, 나이트클럽에서 여성과 춤을 추는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의 총리가 수영장에서 윗옷을 벗고 선베드에 누워 칵테일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준다.

AI 생성 영상의 한 장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캡처

마치 클럽을 연상케하는 배경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도널드는 당신을 자유롭게 하려고 여기 왔다" "터널도 없고, 공포도 없는 트럼프의 가자지구가 바로 이곳" 등의 랩 가사가 이어진다.

이 영상은 많은 팔레스타인인에게 즉각적 비난을 받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에 가자 재건 구상을 발표했을 때 아랍 국가들이 이를 거부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초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약 200만 명의 팔레스타인 인구를 이집트와 요르단과 같은 국가로 영구히 이주시킬 것을 제안했다. 이들 국가의 지도자들과 다른 사람들은 이 계획을 재빨리 거부했고 전문가들은 민간인을 강제로 추방하거나 이전하는 것은 국제 인도법 위반, 전쟁 범죄, 반인륜 범죄라고 말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이집트와 요르단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한 듯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들 국가의 반응에 "약간 놀랐다"고 말했다.

가자 남부 도시 라파의 시장인 아메드 알수피는 NYT에 "그것은 환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존엄하게 살 곳과 미래를 주고 싶다면, 이스라엘과 나란히 국가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파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수많은 이주민이 잔해 속에서 텐트에서 살고 있는 곳이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 관계자는 "수치스러운 영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CNN에서 "이 영상과 굴욕적인 내용에서는 현실을 왜곡하고, 침략자의 범죄를 정당화하려는 인종차별적인 식민주의적 인식이 드러났다"면서 "가자지구를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인 것처럼 묘사한 것은 현재 이스라엘이 미국을 등에 업고 자행 중인 '인종 청소'를 정당화하려는 속셈"이라고 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또한 영상 밑에 남긴 댓글에서 "나는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긴 하지만 이 영상은 너무나 저급한 취향이다", "당장 삭제해주세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