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5개 음악단체 기자회견 “10억 이상 들인 아이돌, 템퍼링 반복되어선 안 돼”

본문

1740633845285.jpg

왼쪽부터 김창환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회장, 최경식 한국음반산업협회 회장, 임백운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회장, 박강원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이사, 이명길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이사. 사진 협회 제공

“K팝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우리 모두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그 누구도 법의 판단 이전에 전속계약 파기를 확정할 수 없습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이하 ‘5개 음악단체’)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음반제작자가 없다면 K팝도 없다’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행사에는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이명길 이사·이남경 국장,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임백운 회장·김명수 본부장,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박강원 이사·신종길 국장, 한국음반산업협회 최경식 회장, 한국음악콘텐츠협회 김창환 회장·최광호 사무총장, F&F엔터테인먼트 최재우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에 따르면 “새 에이전시가 곧 생길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소속사를 나와 팀명까지 바꾼 뉴진스 사례 외에도, 곳곳에서 템퍼링(계약 기간 중 제3자 사전 접촉)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5개 음악단체는 위협받는 전속계약의 실태를 알리고, 분쟁의 근본적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자 목소리를 냈다. 처음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한 이유에 대해선 최광호 총장은 “용기를 내어 화두를 던지는 자리. 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각자의 고충을 들어보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17406338454433.jpg

뉴진스가 하이브 레이블 어도어를 나와 그룹명을 NJZ로 바꿨다고 공표했다. 사진 NJZ 인스타그램 캡처

기자회견에 앞서 뉴진스 팬덤이 “협회가 하이브와 어도어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한 파악도 없이 하이브 사태를 템퍼링이라고 하는 것은 허위 프레임”이라고 성명서를 낸 데 대해선 선을 그었다. 최 총장은 “뉴진스 이슈는 양자 간 문제다. 그 문제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적으로 돌봐야 할 일들이 많다”면서 “하나의 논란이 계속 노출되어 그로 인한 일방적인 규제법(‘무시해’ 발언으로 촉발된 뉴진스 하니법)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명확한 근거를 통해 법이 제정되어야 하는데, 화제성에 의미를 두고 입법하는 경우가 있어 제작자 입장에서 나서게 됐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본질을 봐 달라”고 강조했다.

174063384561.jpg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로고.

“아이돌 데뷔 전 제작비 최소 10억”

걸그룹 유니스를 제작한 최재우 대표는 “아이돌 제작은 처음부터 리스크를 안고 시작하는 사업”이라면서 데뷔 앨범을 내기까지 최소 10억, 많게는 100억대까지 비용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금액에는 오디션 등을 통한 캐스팅, 트레이닝(보컬·랩·댄스·연기·외국어), 숙식과 숙박 제공, 외모 관리, 외국인의 경우 비자, 사전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된다.

최 총장은 “이렇게 큰 비용을 들여 운이 좋게 흥행에 성공한 경우, 제작자는 아티스트가 다른 회사로 떠나진 않을까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최근 템퍼링 문제가 곳곳에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인디 레이블 시장을 대변하는 신종길 국장은 “템퍼링이란 용어가 알려지기 전에는 그런 행위가 문제인 줄도 모르고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단어가 알려진 후엔 잘못됐다는 인식이 생겼으나, 그럼에도 여전하다. 제도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정리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17406338457587.jpg

27일 서울 서초구 JW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음악산업의 공정한 권리 보호를 위한 음반제작자 기자회견 모습. 사진 뉴시스

대책으로는 김명수 본부장이 “템퍼링을 시도한 자에 대한 엔터 사업 요건 강화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40시간의 온라인 교육 이수만으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등록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지적하고 “대중문화업을 하려는 자에 대한 별도의 자격검정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K팝에도 산업스파이가 있다”

템퍼링 방지를 위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전속계약의 성실한 이행’이다. 5개 협회는 “전속계약은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서로 발에 매듭을 묶고 함께 뛰는 2인3각 달리기와 같아서 성장도 실패도 함께 하는 동업관계”라고 정의했다. 최 총장은 “양자 간을 연결하는 전속계약은 대중음악산업의 핵심 근간이며 과장하면 전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17406338459188.jpg

대중음악 5개 단체 대표자들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음악산업의 공정한 권리 보호를 위한 음반제작사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 뉴스1

이남경 국장은 “10년 전 마련한 표준전속계약서가 수정되어야 한다. 업무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이 계약서가 가진 틀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제작사가 불리해졌다. 대부분 전속계약 분쟁은 회사는 방어하고 아티스트가 공격하는 일방적 측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과거엔 아티스트가 약자였던 것이 사실이라서 모든 의무와 책임이 제작사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 국장에 따르면 실제 계약서만으로 보자면 아티스트의 부정행위를 객관적으로 측정해 그에 대한 위반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다. 계약서에 명시된 가수의 의무는 ▶정당한 사유 없이 용역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안된다▶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대중문화예술인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 또는 기획업자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계약기간 중 동의 없이 제3자와 이 계약의 내용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 계약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거나, 기획업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까지 크게 세 가지 정도다. 반면 기획업자는 과태료 부과 항목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최근엔 이 계약서의 허점을 이용해 아티스트는 전속계약서상의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가 많다. 나중엔 해외 거대 자본이 들어와 K팝 산업을 흔들 수도 있다고도 봤다. 최 총장은 “반도체 산업에서만 산업스파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K팝 산업의 핵심 역량인 제작 노하우나 IP도 얼마든지 유출되고 빼앗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7406338460756.jpg

최광호 총장이 "약속을 지켜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사진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김 본부장은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신청이 이뤄졌을 때에도 회사와 아티스트가 공평하게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봐야 한다. 지금은 일방적으로 회사가 손해를 보게 되어 있는데, 이혼소송에 있는 조정 기간을 도입한다는 등 함께 위기를 이겨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재판의 역할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짜 약자는 임직원”

최 총장은 업계 전반에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팬클럽이 가수에 대한 선의로 더 좋은 회사를 찾아가라고 말하는 것은 현재 회사엔 굉장히 악의적인 행위”라며 “물론 팬 입장도 있겠고, 회사가 항상 잘했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 회사에 일하는 직원 입장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17406338462326.jpg

뉴진스 멤버 하니 팜이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하니의 국정감사 출석 이후 아티스트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법안이 발의된 것에 대해선 “높은 인지도와 큰 팬덤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가수의 말에 힘이 실렸다. 유명 가수의 발언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면 그 매니저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했다”고도 지적했다. 기자회견에선 가족 및 본인 비방으로 힘들어하는 직원의 사례도 소개됐다.

끝으로 5개 단체는 “이 산업에서 누가 진정한 사회적 약자인가”고 질문하며 “국회와 정부는 산업 내 형평성 있는 제도 마련에 힘써줘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35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