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동산 또 뜨거워질라” 전세·1억 미만 대출 소득심사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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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고삐를 더 죈다. 대출 증가세가 일부 둔화했지만,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한 서울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최근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전세·1억 미만 대출도 소득 본다

27일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가지고 ‘2025년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도 예상 경상성장률(물가상승분을 포함한 경제성장률) 3.8% 이내에서 관리한다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특정 시기에 대출이 쏠리거나 중단되지 않게 월별·분기별로 기준을 세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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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관리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특히 전세·중도금·이주비 대출이나 총액 1억원 미만 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들 대출은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상환 능력과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은행들이 돈을 빌려주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의 약 29%만 DSR 규제를 적용받았다. 은행 신규 가계대출에서 정책대출(19%), 중도금‧이주비 대출(17%), 총액 1억원 미만 대출(11%), 전세대출(10%)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지만 DSR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금융위는 이들 대출에 대해서도 금융사가 소득자료를 받아 대출 심사에 활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 소득자료를 바탕으로 은행별 자체 위험 관리 계획을 수립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보증 한도 하향

특히 전세대출에 대해서는 보증 비율을 낮춰 은행이 대출 관리 강화에 나서도록 할 계획이다. 전세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분명한 담보 잡기가 어려운 만큼 정책금융기관의 보증을 통해 이를 보완해왔다. 대출 상환을 못 하면 정책금융기관이 대신 돈을 갚아준다고 보증해 은행들의 전세대출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보증비율이 100%까지 올라가자, 돈을 떼일 염려가 없는 은행들이 과도하게 전세대출을 일으키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한국주택금융공사(HF)·주택도시보증공사(HUG)·서울보증보험(SGI) 3대 보증기관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올 하반기부터 100→90%로 일괄 낮추기로 했다. 90%까지만 대신 갚아주게 해,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대출 위험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또 수도권 전세대출은 소득에 따라 보증 비율을 이보다 더 낮추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또 보증 한도를 산정할 때 선순위 주택담보대출 여부와 규모를 고려하고, 악성 임대인 등에 대한 검증도 강화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 3단계도 예정대로 추진한다. 더 나아가 혼합형‧주기형 대출에 대해서 스트레스 금리 적용을 높여 한도를 더 줄이기로 했다.

지방 주담대·다자녀 정책대출은 확대

가계대출 관리 기조는 엄격히 가져가지만, 일부 대출은 기준을 다소 완화하기로 했다. 특히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지방의 대출 여력은 오히려 확대한다. 이를 위해 지방은행이나 제2금융권이 지방에 주택담보대출을 늘렸을 때, 금액 일부(50%)를 대출 총량 관리 목표에서 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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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침체가 심화되면서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여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방 주택담보대출에 한해서 대출 여력 확대를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뉴스1

대표적 정책대출인 보금자리론도 일부 완화한다. 우선 저출생 문제 지원을 위해 보금자리론의 다자녀 기준을 기존 3→2자녀로 낮춘다. 또 신혼부부 우대금리도 0.2%포인트→0.3%포인트로 확대하고 생활안정자금 대출도 5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전체 서민금융 규모도 지난해 10조원에서 올해 11조원으로 확대하고, 정책서민대출과폐업자대환대출은 관리 실적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다만 정책대출 규모는 지난해와 유사한 60조원에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금리 낮춰야” vs 은행 “모순”

금융위는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 별도로 현재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더 낮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처장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부분을 많이 지적하고 있다”며 “은행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금리 움직임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권 처장은 ‘대출 갈아타기’로 은행권 금리 경쟁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제한하면서, 금리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이 모순된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규제하면서, 은행들도 어쩔 수 없이 대출금리는 높인 측면이 있다”면서 “대출 관리 기조는 예전과 똑같은데 금리만 낮추라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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