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나만의 육수팩’도 만들어준다…유통가 '초격차 신선식품'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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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의 모습. 사진 신세계백화점

유통업계에서 ‘신선식품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공룡이 고급화·차별화에 공을 들이고, 온라인 유통 강자인 쿠팡이 도전장을 내미는 모양새다.

국내 거래액 1위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7일 식품관 내 수퍼마켓을 ‘신세계마켓’으로 재개장한다고 밝혔다. 매장 규모가 1980㎡(약 600평)로 서울권 백화점 중 가장 크다. 수퍼마켓 리뉴얼은 2009년 이후 16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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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 사진 신세계백화점

이날 찾은 수퍼마켓은 러시안 바로크 스타일의 인테리어로 입구부터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신세계 강남점은 VIP 고객의 신선식품 이용률이 즉석조리식품이나 디저트류보다 25% 정도 높다”며 “더 프라이빗하고 럭셔리한 쇼핑 환경을 구현했다”고 소개했다. 강남점 수퍼마켓의 매출 60%는 연 1000만원 이상 구매하는 VIP 고객이 올려준다. 방문 빈도도 일반 고객의 4배라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과일·채소·수산·정육 코너에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쓸 법한 식재료가 진열돼 있었다. 브로콜리니·엔다이브 레드 등 해외에서 직송해 온 ‘특수 채소’가 대표적이다. 제주 해녀가 채취한 해산물도 공수해 온다. 오프라인 매장 최초로 캐비어와 생(生)트러플, 푸아그라 등 세계 3대 진미를 갖췄다. 다른 데선 볼 수 없는 환자를 위한 케어식단 코너를 꾸렸다. 프랑스 파리의 봉마르셰나 라파예트 식품관에 있는 유리장 진열창을 수산물 코너에 최초로 도입해 비린내를 최소화했다.

대면 서비스를 강화한 것도 인상적이다. 오프라인 장보기의 ‘매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가공품류로 취급하던 쌀을 원하는 만큼 즉석에서 도정해주고, 고른 쌀로 현장에서 바로 떡을 만들어 파는 식이다. 정육 쪽에는 지육실을 배치해 고객이 고기 보관 상태를 확인하게 하고, 원하는 용도에 맞춰 썰어준다. 뷔페처럼 대형 스텐에 담긴 11개 종류의 죽·스프를 고객이 고르면 국자로 떠서 용기에 담아 판다. 멸치·새우·관자·파 등을 골라 바구니에 담으면 이를 분쇄해 ‘나만의 육수 티백’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커피 코너에선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를 시음할 수 있다. 내달 2일까지는 호주 마켓레인 커피 바리스타가 상주한다. 대리 주차나 라운지까지 짐을 들어주는 포터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른바 ‘신선식품 초격차’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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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수산물 코너에 국내 최초로 유리장 쇼케이스를 도입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신선식품 시장이 최대 전장으로 떠올랐다. 쿠팡은 고급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프리미엄 프레시’를 론칭했고, 마트와 백화점은 매장 리뉴얼이나 서비스 강화로 ‘고유 영역’ 사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선식품은 직접 보고 사겠다는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2023년 인천에 ‘뉴프리미엄 식품관’인 푸드에비뉴 1호점을 개장한 데 이어 올해는 잠실점 식품관을 새단장한다. 생선을 구워주거나 돈가스를 튀겨주는 특화 서비스도 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경기 부천 중동점의 식품관을 ‘푸드파크’로 리뉴얼했다. 원스톱 배송 서비스(압구정점)를 도입, 계산대에서 배송 접수까지 해준다. 대형마트들은 외식 대체품을 늘리면서 반격에 나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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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들어선 즉석 육수 코너. 고객이 재료를 고르면 즉석에서 맞춤형 육수 팩을 제조해준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신선식품은 직접 상품을 살핀 후 구매하는 수요가 있어 오프라인 채널의 강점이 여전하다”면서도 “젊은 소비자는 편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해 이커머스가 신선도 측면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이용률이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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