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짱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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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99 팩트 1
초등학교 6학년이 될 무렵
의정부에 100년 넘었다던 한 초등학교로 전학을 왔다
당시 운동장에는 몇명 학생들이
빙상부 글자가 적힌 운동복 차림으로 모래운동장을 돌고 있었고
건물안의 퀘퀘한 냄새와 허름한 모습이
그간 거쳐온 세월을 말해주었다
내가 전학온 이유는 딱 하나
전에 있던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아주 지독하게 당했기 때문이다
어렸을적부터 남에게 피해주는걸 싫어하였다
친절하고 정 많은 성격에
당시 가난하고 꾀죄죄했던 친구들에게도 다가가
호의를 베풀며 친구가 되려했었다
이러한 모습들은 소위
노는 친구들의 표적이 되기 충분했고
괴롭힘의 타켓은 점점 나에게로 향했다
그 결과, 가깝게 지냈던 친구들조차 날 멀리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혼자가 된 나는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부모님께 이 사실을 털어놓고
나는 전학을 오게 되었다
처음 담임선생님의 소개로 반아이들과 인사를 한 것
자리를 안내받아 어떤 여자아이 옆자리에 앉게 된 것
그 아이와 교과서를 같이 보게 된 것
지우개가 필요했던 짝꿍소녀에게 나의 새 점보지우개를 선물한 것
모든것이 새로웠고, 모든것이 낯설었다
반 남자아이들은 쉬는시간만 되면
나를 호기심있게 관찰하며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나는 제대로 대화할 수 없었다
전 학교에서 생긴 트라우마로
사람들에 대한 대인기피증이 조금 생겨버린것이다
가만히 나를 지켜보던 한 아이가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야! ㅋㅋ 동전좀 가진거있냐"
당시 유행했던 퍽치기(일명 판치기)에 쓸만한 짤짤이가 필요했던것이다
나는 빙신같이 또
"어 ~ 잠깐만 나 몇개있어"
하면서 500원짜리 하나와 100원짜리 4개를 바쳤다
"ㅋㅋㅋ 금방따서 줄게"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퍽치기 무리로 들어간 그 아이는
순식간에 돈을 잃었는지 누군가의 멱살을 잡고있었다
그리고나선
방금전보다 무표정이 된 얼굴로
"야. 동전 더 있으면 줘봐" 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어... 나 이제 없는데..."
사나워진 얼굴에 눈도 못마주치며
개미같은 목소리로 내뱉은 대답 뒤엔
항상 들어왔던 익숙한 욕이 들려왔다
"이런 씨팔..."
그 아이는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던 눈빛으로
내 목덜미를 잡고 힘을 주었다
'전학와도 똑같네...'
라는 생각과 함께
내 목을 조여오는 팔에 힘없이 저항하고 있는 그 때,
누군가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최태진 너 애들좀 그만 괴롭혀 "
짝궁이었다
한손에는 내가 준 점보지우개를 꼭 쥐고
한손은 최태진의 팔을 붙잡으며
나를 떼어놓으려 애썼다
"미쳤냐? 이 손 안놓냐..? 너 그러다 나한테 뒤진다"
살기가 흐르는 그놈의 말에도 나의 히로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양이같은 눈빛으로 맞대응하였다
"이 시팔 너네 쌍으로 다 뒤졌어"
결국 화가 폭발해버린 태진이란 아이는
남은 한 손을 짝꿍의 뺨을 때릴 기세로 높게 쳐들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혜성같이 날아온 날아차기에
조여왔던 내 목은 자유해졌고
높게 치든 손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최태진이 보였다
그리고 또하나.
빙상부라 적혀있는 등짝..
아침에 운동장에서 보았던 운동복이다
페인트 사탕을 쪽쪽 빨며 파래진 입술로 내뱉은 한마디
"태진아씨~~ 트로트 안부르고 여기서 뭐하세요 ~"
존나게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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