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첫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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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재 고등학생입니다. 몇 일 전에 마음의 준비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이별을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나름 쿨하게 받아들이고, 그렇게 큰 공허함이나 슬픔을 느끼지는 못 했었는데 조금 시간이 지나니 힘들어서

썰 게시판에는 그렇게 적합하지는 못 한 주제일 수도 있겠지만, 조언이라도 구하고 싶은 마음에,  또 어디 푸념이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글을 쓰게 됐습니다. 혹시 심심하시거나, 시간이 있으시면 읽어주시고 간단한 댓글이라도 달아주시면 정말 너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집안 영향인지, 아니면 스스로가 그렇게 여겼던 것인지, 누가 굳이 시키지않아도 공부를 진짜 열심히했었고,

자존심도 무지 강한 성격탓에, 제가 부족하다는 감정을 느끼는게 싫어서  '모든 방면에서 나는 완벽해야해' 라는 생각을 은연 중에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친구들한테는 다재다능한 아이로 인식이 되었었고, 어쩌면 그런 시선을 즐겼던 것일 수도 있을거라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학급 임원은 놓쳐본 적도 없고, 학교에서 최초로 부회장 회장 연임하며 전교 일등도 하는 학생이 되면서, 가족이고 선생님들이고 주위 사람들에게 온갖 기대를 받으며 학교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생활하고, 자라다 보니 다들 제 미래 희망 직업들을 궁금해 했고,

 "너는 이미지가 의사니깐 의사를 꿈으로 하자." 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저는 그게 제가 원하는 길인 줄만 알고 제 목표를 의사로 잡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의대 진학률이 최고로 높은 전국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자율형 사립고등학교를 목표로 두고, 공부를 묵묵하게 했습니다.

 

공부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학창시절의 연애는 죄악시되는 부분이고, 부모님께 불효라는 생각을 가지고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책벌레는 아니었고, 오글거리는 말이지만 그때 우리들에게 통용되던 단어인 소위 잘나가는 학생들이 저를 무리에 끼워주면서

담배도 해보고 패싸움도 해봤지만 연애만큼은 용납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설사 연애를 한다고 해도 톡으로 연락만하며 지냈습니다.

부모님이 보수적이신 영향도 있고요. 그렇게 막장 반 공부 반 3년 중학교 시절이 끝나고 두자리로 입학했던 제가 학교 수석 내신을 가지면서, 그 고등학교에 당당하게 지원했고,  결과는 비참하게 탈락. 면접에서 털려버렸습니다. 살면서 그렇게 서럽게 울었던 날이 있나 싶네요. 모든게 탄탄대로였고, 항상 하는대로 다 잘되었던 저에게 실패라는게 너무 익숙하지가 않아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중학교 학기 말에 지역 명문고등학교에서 내신 성적 높은 학생들을 스카우트 해 가는데, 장학금 300만원씩 줄테니 우리학교 좀 와달라고 하는 학교도 있었고, 무조건 서울대학교 보내준다는 학교도 있었는데 콧방귀 뀌면서 저는 00고등학교 생각중이라고 말했던 제 콧대를 완전히 부숴버리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렇게 충격적인 결과를 통보받고 저는 그냥 지역 명문고등학교를 신청하게 됩니다.

사실 중학교3학년 기말고사 이후~ 고등학교 1학년 입학 까지는 굉장히 긴 기간이있는데. 제가 목표했던 고등학교 진학에 실패하면서.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어버렸고, 내가 하고 싶은 걸 저 기간동안 해보자는 생각에. 평소 진짜 좋아하던 음악도 미친듯이 해보고, 친구들이랑 여행도 정말 많이 다녔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조금 잘하는 학교 특성상 저 기간동안 수1,2 몇 바퀴씩 돌려버리고 더 심하면 미1에 확통까지 돌려버리는 학생들이 대다수였는데. 저는 저 기간에 저렇게 지냈으니 당연 입학했을 때 성적은 제 평소 성적에 비하면 완전히 꽝.

더군다나 그 해가 다른 중학교에서도 저 같은 학생들을 외부로 못 보내면서 이 고등학교로 전부 쏠렸고 다들 지역에서 알아주는 공부 벌레 새끼들만 모여있던 해 였습니다. 그렇게 성적 때문에 힘들고, 진짜 친했던 친구가 건강상 자퇴하면서 이대로 사는게 맞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너무 힘들었던 고등학교 첫 해가 끝나고. 지금 나이가 왔습니다. 고1 겨울방학 때, 이 정도 내신으로 무슨 내가 목표하는 학교를가겠냐는 생각에 (보충-집-도서관) 무한루트 반복하면서 살아가던 무료한 일상에 , 우연히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여자애랑 연락이 되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친구는 원래 그리 공부를 잘하진 못 했는데 고등학교 가서 나름 잘 하고 있다고 자랑을 하더라고요, 오랜만에 봐서 반갑기도 하고,  문자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밤에 전화도 한 시간씩 하면서 조금씩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이 친구도 자기 사진을 종종 보내주면서 '얘도 나한테 호감이 있나?'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워낙 인기도 많고 남자친구도 많았었던 친구기에 그냥 편한 친구니깐 보내주는거라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냥 문자로만 서로 안부 묻는 것 말고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슨 용기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영화나 한편 보자고 했더니

흔쾌히 수락을 하고 저녁은 자기가 사주겠다고 하더라고요. 태어나서 난생 처음으로 여자랑 밥 먹어보고 영화 볼 기회가 생겨서

이게 뭔가... 이래도 되는 건가... 했지만 이번 기회에 배우면서 용기나 좀 내보자는 마음으로 그 날만을 기다렸습니다.

저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ㅋㅋ 전날 밤에 여자랑 밥 먹을 때 유의할 점. 이런거 찾아보면서 이런거 주의하고 저런건 어떻게 해야지!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밤잠 설치고 만났습니다.

 

어릴 때는 키가 비슷했는데 지금은 제가 훨씬 더 커있어서 기분이 오묘하기도 하고, 이 친구가 많이 성숙해진 것 같기도 하고,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보니 1시간이 금방 흘렀고,  둘다 아는 장소도 걸어보고 영화관 가서 영화도 보면서 아 내가 얘 좋아하는게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저는 날이 지날 수록 호감은 커졌고, 서로 매일 그 날 어땠는지 이야기도 나눠보고, 게임도 같이하면서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영화 이후로도 몇번 얼굴을 봤는데 좋아하는 감정이 확실해지고 나니깐 조금 쑥쓰럽고 불편하더라고요,  그렇게 애매한 사이로 지내다가.

그냥 용기내보자는 생각에 같이 가다가 한번 만나보는게 어떻냐고 물어봤고, 그 친구도 만나는거 좋다고 말해주면서 사귀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여자랑 손 잡고 집까지 바래다 주는데,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는 의미가 이게 맞구나 싶더라고요.

집 들어가기 전에 꼭 한번 안아주고.

그렇게 매일 행복하게 살다보니 공부도 재밌어서 능률이 올랐습니다.

이 여자친구면 내가 잠 자는 시간 줄여서라도 공부하면서 만날거라고 생각을 했죠.

 

그런데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다니면서, 학기 초에는 조금 학교도 어수선하다보니, 자주 봤지만 본격적으로 학기가 들어서면서.

야간 자율학습 하고, 따로 더 자습할 시간을 가지다보니 하루에 연락할 시간이 서로 30분에서 한 시간 남짓이었고. 자주 얼굴 보기도 힘들어지면서,

여자친구가 많이 힘들었나봐요. 저는 사실 한달에 한번만 얼굴봐도 괜찮을거란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사람마다 추구하는 연애 가치관은 전부 다르니깐. 이 친구는 문자가 주가 되고 자주 잠깐이라도 못 보는건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설사 좋다고해도 좋은 감정이 조금씩 사라진다면서요. 그리고 사실 원래는 지금시기에 남자친구에게 신경써주기 힘들 것 같아서 남자친구를 만들려고 하지는 않았었다고.

또 아무래도 학업에 열중해야하는 나인데 남자친구라는 존재가 신경쓰이기는 할테니깐요.

 

처음에는 친구한테 약간 안 좋은 이야기를 들어서 그게 사실인지 물어보려고 전화를 걸었었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니 여자친구가 저렇게 솔직하게

본인 힘든 점을 이야기 해 주더라고요. 그렇게 저 이야기를 하면서 개인적인 심경으론 좀 더 커서 만나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잘 달래주면 될 거라는 생각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둘러댔는데,  말 하면서 느낀건 얘도 즉흥적으로 생각해서 말하는 건 아닐거고,  평소에도 이런 생각을 조금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말하는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진짜 너무 좋아하는데, 내가 짐이 되면 안되니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 떄문에 힘들어하면 그건 불행한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생각할 시간도 없이 전화 끊을 즈음에 제가 먼저 '그럼 너는 우리 남은 고등학교 생활 각자 진짜 몰두하고 커서 보고싶다는 거지?' 하고

물어봤고 원래 자기 힘들어도 티를 안 내는 아이라 제가 힘든 티 내면 얘도 동요될까봐 웃으면서 무슨 말 했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각자 열심히 하고, 진짜 시간 많이나면 다시 연락하고, 괜찮으면 또 보자는 식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계속 전화하다간 실수 할 것 같아서. 우리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다가는 끝이 없을 것 같으니깐,  복잡한 생각 정리좀 하고 쉬라고하고 전화를 끊고 전화하던 자리에 쭉 앉아서 30분 동안 멍하니..

정이 떨어져서도, 싸운 것도 아니라.

 

그냥 평소처럼 잘 지내다가 40분 남짓한 전화 한 통으로 다시 사이가 원점. 아니 더 멀어졌다는 생각에서 밀려오는 공허함을 견디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렇게 교복차림에 책가방메고 앉아있다가. 집은 가야지라는 생각에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가로등은 왜이리 애잔한지 같이 벚꽃 구경가자고 한 것도 불과 몇일 전인데 아파트 단지에 피어있는 벚꽃을 보니깐 웃프다는 표현이 맞더라고요.

나름 어른스럽고  쿨하게 행동을 했다고 생각은했는데. 진짜 나한테는 소중한 경험 많이 해주게 한 아이고. 같이 하고 싶었던게 산 더미였는데

한 순간에 무너져버리고 집 가서 새벽에 서로 주고 받았던 문자를 보는데 1시간 동안 봐도 다 못 읽더라고요. 진짜 슬픈데 눈물은 안 났어요.

 

헤어진 다음 날 그냥 의미없는 문자 몇통 서로 툭툭 보냈는데, 견디기가 힘들더라고요. 새벽 4시까지 밤 잠을 설치다가. 길게 장문으로 한 통을 보냈는데. 처음에는 점점 문자 수를 줄이면서 연락을 그만 하려 했는데. 너무 견디기 힘들어서 시험기간동안은 휴대폰 사용을 조금 자제하고, 시험 끝나고 디저트나 사줄테니깐 보자는 내용으로 보냈습니다. 사실 별 기대는 안 했지만, 이 친구도 같이 힘들어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제 심리였는지. 덤덤해보이는 대답에 살짝 슬프기도 했지만. 그렇게 조금 문자를 주고 받고 얘랑 남겼던 모든 추억들을 다 정리하고,  진짜 친한 몇몇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줬는데. 백 퍼센트 차인건데 그냥 차기 미안해서 근거를 만든거라고 놀리네요. 

 

이런 식으로 회상하면 안 되는데 아직까지는 너무 힘드네요. 곧 있으면 시험기간이고 공부에 몰두해야하는 시기이기도하고,

사진같은건 다 정리했는데. 주고받은 문자는 아직까지도 나랑 사귀는 느낌이 들어서 차마 지우지를 못 하겠어요.

 

사실. 이 여자친구가 진짜 좋아하던 전 남자친구가 있는 걸 알긴 했는데.

그 사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잘 사귀다가 좀 안 좋게 헤어진 남자친구가 항상 하던 말을

제가 종종해서 모습이 조금 비슷할 때가 있다고 하기도 했고.

아무래도 제가 그 친구보다는 비교되는 느낌도 있었을거고.

사귀면서도 사귀기 전에는 이 친구가 먼저 조금씩 호감 표현을 더 해줬지만 후에는 제가 좀 더 감정표현 많이하고, 그런 느낌을 조금 씩

받으면서 불안한 느낌을 어느정도 받긴했지만. 이 관계를 파괴하는건 생각도 하기 싫어서 억지로라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결국 대다수가 말씀하듯이 첫 사랑이 되게 아프게 남은 것 같아요.

이러면서 다들 큰 다고는 하시는데 아직은 제가 어려서 그런지, 낯선 경험이라 그런지 글을 쓰면서도 목이 메네요

2년뒤에 연락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냥 이게 끝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게 더 편할 수도 있고요.

 

제겐 되게 소중하면서도 결국은 아픈 기억이네요.

만약에 저 친구가 이 이후에 남자친구가 생긴다면 더 힘들 것 같아요.

 

저 친구도 지금 많이 힘들까요? 적어도 제가 그 친구한테는 괜찮은 사람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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