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때 은따였는데 동창회 갔다온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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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따라는 말 요즘도 쓰려나? 대놓고 따돌리는 게 아니라 은근히 따돌린대서 은따.

아무튼 내가 중학교 3학년때 은따였어

 

중학교 2학년 때는 내가 본격적으로 그림그리기에 몰두하던 시기였는데

뭐 중딩이 그림을 그려봤자 얼마나 그리겠냐, 그것도 일개 취미수준인데.

막 수업시간이나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이나 책상에 처박혀서 만화캐릭터 그리고 그랬다.

 

성격도 내성적이랄까, 여자애한테는 어려워서 말도 잘 못붙이고 막 나대는 애들은 피해다니고 그랬어

그래도 붙어다니면서 같이 놀 친구정도는 있었던지라 아싸나 히키코모리 정도는 아니었다.

음, 괴롭히기는 그렇고 친하게 지내지고 그런? 지금 생각해보면 내 이미지가 이랬던거 같애.

 

그때는 노는 애들이라고 해서 막 폭군마냥 약한 애들 싸잡아서 괴롭히고 그러지는 않았어.

좀 정신세계가 이상하거나 진성 짜증나게 나대는, 그런 애들 타겟팅하고 왕따시켰지

공부 열심히 하는 애들이나 얌전히 그들만의 리그로 뭉친 애들은 잘 안건드렸거든

 

딱히 내가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만화그린답시며 오타쿠 무리에 끼인건 아니지만

혼자 쥐죽은 듯이 지내서 노는 애들이 건드리지 않았다고 생각해

가끔 몇몇 애들이 나 걸고 넘어지면서 농담 따먹듯 놀리곤 했지만 괴롭힘 수준은 아니고

그냥 나도 하하하 하고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지

 

근데 유독 나만 지독하게 진심으로 괴롭히던 3인방이 있었어.

남자애 하나에 여자애 둘이었는데 막 조별활동 이런거 하면 지들끼리 뭉쳐다니던 애들이야

내가 쉬는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서 자는 척 하고있으면 분필가루 주워와서 머리에 뿌려서 비듬~이렇게 놀리거나

장난식으로 막 매점에서 빵사와라 이런 농담 던지면서 나를 공공연한 왕따로 만들려고 버둥거리던 새끼들이지

그 장난질의 대부분 남자새끼가 주동했었어 씨벌럼.

 

그 중 인상에 남는 일화는 점심시간이었는데

나 중딩때는 복도에 밥차? 를 끌고와서 줄서서 배식한 다음에 교실에서 먹었거든

근데 한 번은 내 뒤에 줄서있던 놈이 그 3인방 중 남자였던거야

그놈이 조용히 줄 서있다가 나랑 그놈보다 한참 뒤에 줄서이던 3인방중 여자애 둘을 부르더라

그러더니 막 앞터치! 하면서 자리를 내주대?

 

아, 당시에는 막 앞터치 뒤터치 하면서 줄서있을 때 터치하면 새치기를 시켜주는 관례가 있었어

이거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던데 나때 우리 중학교에는 이런 엿같은 관례가 있었지

 

아무튼 그놈이 앞터치! 하고 말하면서 자기와 나의 사이에 빈 공간을 만드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여자애들이 안 들어오는 거야

나는 어차피 앞 순번이라 새치기질로 피해볼 입장이 아니어서 그냥 무심하게 앞만 보고 있었는데

내 귀에 갑자기 이런 말이 들리더라

 

"나 니 뒤에 설게"

"왜?"

"쟤 냄새난다고"

"맞아맞아."

 

대충 이런 내용이었어

지금도 생각하면 얼굴이 시뻘개질 만큼 부끄러운 일이지

이 날 이후로 하루에 샤워 두 번씩 하고 옷이랑 외모에도 부쩍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

 

그 이후는 뭐 평소랑 똑같앴어, 그냥저냥 하다가 졸업하고 고등학교 가서부터는 나도 나름대로 잘 지냈지.

그래도 내 기억속에 그 3인방은 아직도 선명하게 떠올라

가끔 추억팔이 한답시고 졸업앨범을 볼 때 그 3인방 얼굴이 보이면 아직도 울화통이 터져

십몇 년이 흘렀는데도 여린시절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더라.

 

내가 28년을 살면서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몇개 있는데

하나는 진짜 친했던 친구가 오랜만에 보더니 사람이 달라져서 서로 싸우고 인연 끊을때.

하나는 4개월치 급료를 띠여먹혔을 때인데 그 중에 하나가 저 중딩때 점심시간이야.

 

그렇다고 막 매일매일 그 일을 되새기며 지랄발광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뜬금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아, 그때 참 좆같았지' 이런  정도?

 

아무튼 이러다가 이번에 중학교때 동창애가 연락하더니 동창회에 나오라더라고

선생님도 오시는데 선생님이 애들 다 보고 싶다고 해서 꼭 나오랬어

중 3때 애들은 딱히 보고싶지 않았지만 선생님은 왠지 막 그냥 보고싶어서 나갔어

내가 좀 추억팔이 이런거 좋아해서 스승에 날때마다 고등학교 찾아가서 1, 2, 3학년때  담임선생님 찾아뵙고 그러거든

고등학교는 사립이라 매년 찾아갈 수 있지만 중학교 선생님은 어디 다른데로 가셔서 찾아뵙지도 못하다가

이번 기회에 한번 뵐까 하고 동창회에 나갔어

 

이쯤에서 내가 중학교 졸업하자 키가 막 188에 연예인급 외모로 탈변하고 자영업으로 대박쳐서 존나 부자된 새끼면 씹사이다 썰이 만들어지는데

그게 아니라서 아쉽다

 

그래도 애들이 내 소개 듣더니 '아~걔야!?' 하고 놀라기는 했어

중학생 때는 여드름도 많고 키도 작고 맨날 책상에 처박혀서 그림만 처 그리던 애였는데

지금은 여드름도 없고 중딩때보다 키도 훌쩍 컸으니 못 알아볼 만 하겠거니 싶더라.

오히려 가끔 지인들 통해서, 자기 아는 사람이 나보고 여자친구 있냐 물어보기도 하는걸 보면 김칫국 같지만 나름 괜찮은 비주얼이라고 생각해.

솔직히 중학교때랑 비교하면 거의 탈변급이지

 

아무튼 동창회 나가서 선생님 안부도 여쭈고 중딩때 같이 놀았던 애들이랑 인사도 하고 했어.

좌식 고깃집인데 테이블이 길쭉하게 셋팅되어 있더라고, 대충 자리 잡고 앉아서 먹고 있었거든

그러다가 후발대 애들이 슬금슬금 들어오대?

들어오는 동창들한테 어, 반갑다 인사하고 있는데 마침내 그 3인방중 남자애랑 여자애도 오더라.

들어보니까 여자애 하나는 애 낳은지 얼마 안 되서 못왔다고 하더라고

 

근데 걔들 보니까 괜히 기분이 더러워지는 거야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괜히 재미삼아 옛날 일 들추면서 날 가지고 놀지 아닐까?

아니면 이제와서 그때는 미안했다 하고 사과하려나?

그런 김칫국 시추에이션 수십가지가 막 머릿속에 떠오르고 그에 대한 대처방안이 수십 가지 머릿속에서 그려졌어

 

근데 뭐 그냥 흔쾌히 인사하고 반갑다 이러면서 자리에 앉더라

겨우 가슴 쓸어내리고 태연한 척 나도 반갑다 하고 인사했어

그렇게 고기 먹고 술 마시면서 얘기하다가 선생님 먼저 들어가시고 술좀 들어가서 그런지 3인방 중 남자애가 말하더라

 

예전에 자기가 나를 뭐 X밥으로 봤다 이러면서 말을 꺼내더라고

중딩때 지들 3인방끼리 나더러 여드름킹이네 비듬왕이네 하고 별명으로 불렀다고 장난식으로 말하는데

그 얘기를 들으니까 또 기분이 더러워져, 그래도 애써 태연한 척 하하 웃으면서 아닌 척 허세부렸어

 

다행히 그거 가지고 놀리거나 하지는 않더라고, 하긴 다 컸는데 그러면 병신같지.

아무튼 남자애는 그땐 그랬다 이런 식으로 말 끝내려 하는데 여자애는 그 얘기를 존나 너무 하고싶었나봐

괜히 끼어들어서는 맞다 얘 그때 진짜 찐따 같았다, 이렇게 말을 이어가는거야

이 때부터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되었어

 

여자애가 병X같이 아가리에 홍수라도 터졌는지 중딩때 얘길 꺼내면서 나를 존나 까더라고

옆에 앉아있는 애랑  앞에 앉아있는 애한테 동의 구하면서 그때 나 밥처먹는 모습마저 찐따같았다고 하더라고

심지어 냄새나고 더러워서 소화기로 소독시키자 이런 얘기 했다는 걸 자랑스럽게 떠드는데

나는 그냥 아, 응 하하 그러면서 있었거든 괜히 속 죽이면서.

 

그러다 얘가 술취해서 미쳤는지 뭐 나더러 여기 이 자리 계산하라는 말이 튀어나왔어

나는 '아, 이제는 못참겠다.' 하고 한 소리 하려는데 갑자기 다른 애가 끼어드는거야

 

'아, 좆같아서 술맛 떨어지네' 하고 말하던데 진짜 순식간에 싹 다 조용해지는거야

지금 누가 말했나 보니까 나 부른 친구였어

사실 걔는 좀 찐따같던 나랑 알고 지내기엔 심히 어울리지 않던 애였거든

 

나는 죽은듯이 책상에 처박혀서 그림만 그리던 애였고

걔는 분위기메이커처럼 두런두런 어울려서 지내고 자기주장도 확실하게 해서 다들 좋아하던 애였어

중딩때 거의 매일 내 책상에 와서 그림 잘그린다, 만화가 할꺼야? 와 짱이다 했던 애야

그 말 속에 진심이 묻어나서 나도 걔를 되게 좋아했고 주말에는 같이 PC방 가거나 시험기간에는 매일 독서실도 같이 다녔었어

그러다 친해지고 지금까지도 연락 자주하던 애였는데 아무튼 걔가 화를 내주더라고

 

여자애가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 지금 자기더러 한 말이냐며 소리치는데 그 친구도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 소리치는거야

그 중에 진짜 충격적인 말이 있었는데

동창회가 사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예전에도 3번인가 했었는데 그때마다 이 기집년이랑 이번에 애 낳아서 못나온 기집년이

나 꼴보기도 싫다고 부르지 말라고 그런 식으로 동창회때 날 뺐다는데 솔직히 이때 나 엄청 쇼크받았었어

진심 빡쳐서 여자애한테 씨X년아 X같은 년아! 하고 소리지르고 싶었는데 이미 상황은 내가 낄 상황이 아니게 되었다라고

 

아무튼 친구랑 여자애랑 싸우니까 다른 동창들이 말리려고 했거든? 근데 또 웃긴 상황이 펼쳐지는 거야

3인방 중 남자애가 여자애를 두둔하며 친구한테 뭐라 한 소리 떠들더라고

그럼 너는 이런 찐따새끼 쳐 보고 싶었냐!? 그런 말 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는데

아까 말했다 시피 요 3인방은 지들끼리만 뭉쳐다니던 새끼들이고 그 친구는 두런두런 잘 어울리던 애야

대부분의 동창들은 여태까지 무관심 하다가 3인방이 지랄하니까 정이 떨어졌는지 그 친구 편을 들면서 3인방을 욕하는거야

 

그렇게 싸우던 중 어떤 여동창이 3인방 여자애한테 한 말이 참 인상적이었어

존나 못생긴년이 어따대고 걸X년이래!? 씨X년아 니가 얼굴을 갈아 엎어도 얘(나)같은 남자 못만나 이년아!

이러는데 이때 동창 애들이 다 웃는거야. 물론 나도 웃고.

 

그 말을 시점으로 다른 동창들 화력지원이 이어지는데 진짜 장난이 아니더라

편의점에서 일하는 년이 주제파악을 못하네, 등신같이 생긴게 지 같이 생긴 여자한테 딸랑거리네 등등...

나는 그냥 지옥도 한 가운데 강림한 부처보살마냥 정좌하고 앉아있을 뿐이었어

그렇게 가만히 말싸움만 듣는데 뭐, 그 3인방 실속이 탈탈 털리더라고

 

남자애는 지금 동네 식당 주방에서 일한다. 사고쳐서 애 낳았다. 원룸 월세 주제 방석집 가서 바람이나 피우고 앉아있다.

니네 마누라가 일하는 중에 전화하더니 자기더러 같이 바람피는 새끼라고 남편 바꾸라고 전화했더라

 

여자는 편의점에서 일한다. 남자친구는 뭐같다. 그러면서 클럽, 나이트는 오질나게 들낙거린다.

같이 가자고좀 하지 마라, 가도 돈 좀 내라 거지야, 그래 니가 여기 계산해라 못하면서 얘(나)한테 지랄하지 마라

 

어후...그냥 그렇다는 거지 주방일이나 편의점일이나 원룸 월세를 비하하는 건 아니라고 말해둘게

 

아무튼 이렇게 탈탈 털리니까 그 둘이 서로 암 말도 못하는거야

혼자 욕처먹으면 그냥 삐진 척 자리 떳을텐데 남자애가 지원해주면서 둘이 되니까 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더라고

그러면서 남자애가 자기 인신공격 받은 게 뭐 같았는지 꽥꽥 소리지르는거야

 

자기 주방일한다, 월세 산다 그래서 뭐? 니들은 나보다 잘 살아서 그딴 말 하는 거냐? 하고.

 

그때 친구가 피식거리면서 니들은 얘(나)보다 잘 살아서 그딴 말 했냐? 니들 얘(나)가 어떻게 사는지는 알아? 니들보다 잘나가! 하는데

참고로 그 친구는 내가 아직도 연락 하면서 지내는 친구이고 그 친구는 내가 어떻게 사는지 알아

 

나는 지금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국내, 해외 디자인 사이트에서 활동하며 로얄티(저작권료)를 받고 있어

그건 부업이고 본업은 명예직원마냥 고정으로 써주는 외주업체만 3군데가 있는지라 어디 가서 꿀리지는 않아.

수입은 연봉으로 4천 후반에서 5천 초반 이고 집은 부모님이 보태줘서 서교동에 내 명의로 된 아파트가 있지

친구가 이걸 말하니까 남자애랑 여자애랑 입 싹 다물더니 남자애는 짜증내면서 일어나서 나가고

여자애는 남자애 나가니까 엉엉 우는데 십몇 년간 쌓여있던 똥덩어리가 싹 내려가는 느낌이어더라고

 

나중에 여자애도 택시 태워서 보내고 남은 사람들 끼리 얘기 하는데 다른 동창들도 그 3인방 엄청 싫어한다대?

오늘의 승자는 애 낳아서 못 나온 여자애다 이러면서 두런두런 얘기하다가 연락처 교환하고 집에 왔지.

진짜 기분이 하이 해서 잠 설친건 처음이었어ㅋㅋㅋㅋ

 

내 썰은 여기까지야 남들한테 들려주고 싶어서 처음 써보는 썰글이거든

많이 부족하고 맥락 없고 길기만 했는데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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