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군뉴스] 2024 태봉학술회의…역사문화권 정비법 포함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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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태봉학술회의'가 '태봉역사문화권 설정 추진 연구'를 주제로 지난 28일 철원군청 4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2024 태봉학술회의에서는 태봉의 역사문화권 정비법 포함을 위한 당위성과 태봉이 남긴 문화유산을 연구해 온 역사학자들의 다양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학술회의는 태봉의 수도였던 철원을 중심으로 한 불교미술사 연구와 지난해 역사문화권 정비법에 포함된 후백제역사문화권 설정 추진 경과 및 과제 등을 살펴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2024 태봉학술회의는 강원일보사와 철원군이 주최하고 태봉학회가 주관했다.

◇조인성 태봉학회 회장(경희대 교수)

/기조발제/

△조인성 태봉학회 회장(경희대 교수)=2020년 6월 우리나라 고대역사문화권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게 위해 역사문화권 정비법이 제정됐다. 이후 고구려와 백제, 신라, 가야, 마한, 탐라 등 6개의 역사문화권이 설정됐고 2022년 1월 중원역사문화권과 예맥역사문화권이 더해졌다. 지난해에는 후백제가 역사문화권 정비법에 포함돼 현재 총 9개의 역사문화권이 설정됐다. 태봉과 함께 후삼국 시대를 주도했던 후백제가 역사문화권 정비법에 포함됐으니 태봉 역시 역사문화권 정비법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것 아닌가.

태봉역사문화권은 궁예와 태봉과 관련한 유적과 유물이 분포하는 지역이 설정돼야 한다. 궁예는 영월에서 승려 시절을 보냈고 원주 양길의 부하를 거쳐 강릉에서 자립했다. 이후 철원을 중심으로 나라의 건국을 꿈꿨고 철원도성을 쌓고 정도했다. 태봉역사문화권의 핵심지역인 철원과 함께 영월, 원주, 강릉 그리고 잠시 도읍했던 송악(개성), 경기도 역시 태봉역사문화권역에 포함된다. 궁예는 나주를 비롯한 전라남도 남서부 지역에 대한 지배권도 확립했던 만큼 이 지역도 태봉역사문화권의 공간적 범위에 넣을 수 있다.

고대와 중세를 잇는 시대적 전환기였던, 후삼국 시기 중심국가였던 태봉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태봉은 나주 일대를 장악하며 후백제의 배후를 위협하면서 후삼국 중 가장 큰 영토를 손에 넣었다. 후백제와 경쟁하며 후삼국 통일의 꿈에 가장 먼저 다가갔던건 태봉이었다. 태봉의 역사적 위상을 고려할 때 역사문화권으로 설정함이 마땅하다. 또 태봉의 유산은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의 초기까지 관제 등 정치시스템으로 이어졌다. 지자체와 지역사회, 정치권이 힘을 모아 태봉의 역사문화권 정비법 포함에 힘을 모을 때다.

◇심재연 한림대 한림고고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주제발표1-'철원지역의 태봉 고고학'

△심재연 한림대 한림고고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철원은 궁예의 정도 이후 다양한 태봉국 문화를 보여주는 다양한 물질문화가 분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헌학을 통한 다양한 접근은 진행됐지만 고고학의 실질적인 연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논의 중심은 역시 DMZ 내에 위치한 철원도성이지만 실질적인 조사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고고학적 검토가 진행된 건 철원 지역 관방유적의 지표조사가 대부분이다. 또 철원 옛 향교지는 왕건의 사택지일 가능성과 지방호적의 거주지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발굴조사가 제한적인 면적이 진행된 점에서 진전된 논의는 어렵다.

철원지역 대부분이 농토와 군사시설로 채워진 현재 태봉고고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발굴조사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철원도성의 방어체계에 대한 연구, 즉 관방유적에 대한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철원지역의 성곽과 과거 철원의 행정 중심지에 대한 연구, 또 궁예가 철원의 성을 격파했다는 기록에 비춰볼 때 철원성의 위치 확인 등을 통해 궁예 세력의 발전 과정을 설명할 가능성이 높다.

◇정성권 단국대 자유교양대 연구교수

주제발표2-'철원지역의 태봉 불교미술'

△정성권 단국대 자유교양대 연구교수=궁예정권기에 대한 역사학 분야의 연구성과는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뤘다. 철원의 대표적인 태봉 불교미술은 태봉국 도성 내에 건립된 풍천원 석등이 있다. 일제강점기 여러 장의 사진 자료가 남아있어 석등의 구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풍천원 석등은 강릉 굴산사지 승탑, 양양 진전사지 석등과 마찬가지로 화려하면서도 유사한 조형성을 지닌 것으로 비춰 볼 때 명주 출신의 장인집단이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풍천원 석등의 위치 역시 태봉국 도성 주변의 산세 배치 및 지형 등을 연구한 결과 도성 앞일 가능성이 높다.

동송읍 마래여래입상과 마애불 앞 석탑 역시 중요하다. 동송읍 마애여래입상은 남쪽에서 태봉국 도성으로 향하는 주요 교통로와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다. 또 마애불 앞에는 석등의 대석으로 알려진 석탑 부재가 흩어져 있다. 이 석탑 부재는 궁예정권기 조성된 석탑의 부재일 가능성이 높다.

◇진정환 국립익산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주제발표3-'후백제역사문화권 설정 추진 경과와 과제'

△진정환 국립익산박물관 학예연구실장=2020년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후백제역사문화권을 역사문화권 정비법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이 학계와 지역사회에서 일어났다. 2021년 11월 전북과 충남, 경북 7개 시·군이 참여하는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 발족을 기념하기 위한 '후백제문화권 설정과 활용을 위한 학술대회'가 열리면서 후백제문화권의 법제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2022년 1월에는 후백제문화권 내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며 본격적인 법제화의 첫발을 디뎠고 순조롭게 입법 절차가 진행돼 지난해 1월 공포돼 시행됐다.

후백제역사문화권이 역사문화권 정비법에 포함되는 성과는 거뒀지만 입법 목적에 맞게 후백제문화권의 문화유산을 연구하고 조사, 발굴, 복원해 그 역사적 가치를 조명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후백제는 타 역사문화권과 달리 인지도가 낮고 후백제만의 정체성을 지닌 문화유산이 적어 구체적인 정비계획을 세우기 전 시간적·공간적 범위를 정리해야 한다. 후백제와 경쟁했던 태봉 역시 역사문화권 정비법에 포함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이제 막 개원한 22대 국회에서 그 성과가 있길 기대한다.

◇김규운 강원대 사학과 교수

주제발표4-'예맥역사문화권 설정과 과제'

△김규운 강원대 사학과 교수=예맥역사문화권은 강원지역을 중심으로 고유의 정체성을 형성해 온 예국과 맥국의 유적과 유물이 분포된 지역이다. 2021년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돼 그동안 우리 역사에서 소외됐던 예맥시대 유적과 유물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정비가 가능해졌다는데 의미가 있다. 또 고대 예맥시대가 남긴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역사문화도시 조성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를 위해 고대 예맥역사문화권 설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강원지역 곳곳에 존재하는 예맥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리와 정비, 연구, 발굴 등에 대한 기준을 충족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태봉의 경우 후삼국 시기 후백제와 경쟁하던 나라였고 철원을 중심으로 곳곳에 태봉의 흔적이 남아있는 만큼 역사문화권 정비법에 포함될 당위성이 충분해 보인다. 학계와 지자체, 정치권, 지역사회의 관심이 선행돼야 한다.

◇김영규 철원역사문화연구소장

주제발표5-'태봉역사문화권 설정과 철원발전'

△김영규 철원역사문화연구소장=최근 철원에 한탄강주상절리길과 고석정꽃밭 등이 조성되면서 수도권은 물론 남쪽지방에서도 철원을 찾은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아름다운 경관과 명승지를 둘러보는 관광코스는 재방문율이 떨어져 오랜 기간 관광수요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테마가 있는 맞춤식 관광 프로그램의 개발이다. 월정리역 인근에 조성 중인 태봉국 테마파크와 연계해 철원군 일대를 역사문화권 정비육성 선도사업으로 추진한다면 철원 관광은 더욱 밀도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갖게 될 것이다.

철원에는 태봉과 궁예가 남긴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많다. 동주산성은 궁예가 896년 처음 철원에 도착했을 때 치소로 삼은 곳이고, 그 언저리에서는 왕건의 사저 터로 추정되는 유물이 출토된 월하리 유적이 있다. 금학산 동쪽 4부 능선에 자리한 동송읍 마애불 입상과 동송읍 마애여래좌상도 눈여겨 볼 문화재다. 철조비로자나불이 자리한 도피안사도 빼놓을 수 없다. 태봉·궁예와 관련된 지명과 전설도 많다. '장수나들'은 궁예왕 당시 장수들이 말을 타고 오가며 훈련을 하던 곳이고 '마명동'은 군사용 말을 먹이던 곳, '동막리'는 군사 요새로 병영의 막을 동쪽에 설치했다는 뜻이다.

◇유재춘 강원대 사학과 교수

/종합토론/

△유재춘 강원대 사학과 교수=이번 학술회의에서 여러 연구자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태봉역사문화권설정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한반도 패권을 다퉜던 후백제가 역사문화권 정비법에 포함됐으니 태봉 역시 국가차원의 관리를 받아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이를 위해 태봉을 오랜시간 연구해 온 연구자와 지자체, 정치권이 태봉에 대한 관심을 갖고 국회에서의 입법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철원을 중심으로 태봉의 유무형의 문화유적이 존재하는 각 지역사회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홍성익 강원특별자치도 문화재위원

△홍성익 강원특별자치도 문화재위원=2024 태봉학술회의는 태봉역사문화권설정을 위한 오프닝으로 봐야 한다. 태봉역사문화권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이 이번 학술회의에서 다뤄진 것 같다. 태봉에 대한 연구는 대체로 정치제도사에 그 연구가 집중돼 왔고 최근에 들어서야 문화사적인 측면이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연구도 불교미술에 집중된 경향이 있고 당대 궁궐을 포함한 건축사적인 면은 그다지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태봉국 철원도성이 DMZ 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조미술의 경우 강원 중북부와 경기권역에 대한 조사연구가 진행돼 어느 정도의 윤곽은 설정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각종 사료에 남아있는 태봉시대 지명과 특정 유적이 위치한 해당 지자체와 협력하고 팔관회를 재현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돼 태봉역사문화권 설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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