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뉴스] [월요칼럼]정치적 폭력·민주주의에 대한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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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4월 미국에서 개봉했던 영화 '내전(Civil War)'은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가 ‘서부군(Western forces)’으로 연합하여 분리독립을 시도하기 위한 갈등과정을 그렸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우세인 텍사스주와 민주당이 우세한 캘리포니아주가 연합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한 허구가 가미된 영화이지만, 정치적 분열로 인해 내전이 발생한다는 플롯 자체는 미국 내 현실과 상당히 맞닿아 있다. 특히 영화 속에서 기관총을 든 분리주의자가 기자들을 위협하며 던지는 질문, “What kind of American are you?(당신은 어떤 미국인입니까?)”라는 장면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미국 내 정치적 양극화의 수준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생각이 다른 국민들을 거부하고 혐오하는 현재의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2021년 1월6일 극우극단주의자들에 의한 의회습격사건을 겪었다.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 당선 사실을 거부하는 쿠데타라고도 볼 수 있다. 더욱이 19세기 남북전쟁 당시 사용되었던 남부연합국 깃발을 들고 미 의회 건물을 활보하는 폭동 세력들의 모습은 미국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충격이었을 것이다. 특히 큐어논(QAnon)과 같은 극우 음모이론지지 집단들의 경우 여전히 트럼프 캠프 진영에 영향력을 미치려 노력한다는 세간의 소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었을 때 미국의 민주주의가 어떠한 방향으로 변모할 것인가, 우려되는 지점 중 하나이다.

지난 주말(현지 시간 13일 오후) 발생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총격 사건은 이러한 미국의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정치적 폭력은 진보와 보수, 민주당 혹은 공화당 지지자의 여부와 상관없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위대하게) 진영은 이러한 정향이 좀 더 현저하게 나타난다. 2024년 발표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MAGA 공화당 지지자들의 경우 공화당 비지지자의 경우보다 “미국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스스로 민주주의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폭력적 수단에 대한 허용적인 태도, 그리고 현재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 정치적 양극화와 정서적 양극화 등의 추세가 중첩되어 이러한 현재의 미국 내 분열 양상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현재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이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앞서 언급한 영화 'Civil War(내전)'이 만들어지게 된 모티브였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2024년 대선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지지자들이 2021년의 상황을 재현하지는 않을지, 그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유권자들이 상정하는 민주주의의 모습 역시 양분화되어있다.

이러한 분열 양상을 고려할 때 국민에 대한 포용적 리더십, 좌우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기대한다는 것은 한편 현실과 동떨어진 제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양극화된 정치 지형 속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대치정국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자의 지지세력만을 의지하며 정치를 하는 양당의 모습에서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무관심해지고 있다. 국민의 실망만을 양산하는 현재의 정치상황이 언젠간 반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희망고문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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