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뉴스] "독립운동사는 미래를 여는 열쇠"···'독립운동의 성지' 알리는 히어로 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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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출신 이명필씨, 중국 상해서 독립운동 역사 탐방 교육
히어로 역사문화연구회의 '임정학교' 등 16년째 활동 중

◇이명필 상해흥사단 대표가 지난8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강원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독립운동사는 우리가 기억하고 계승해야 할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번 광복절에는 그 의미를 한번씩 되새겨봤으면 좋겠어요"

조금 특별했던 여정이긴 했다. 그러나 거창한 목표를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오랜 해외생활로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고 싶어 계획했던 가족여행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영월 출신 이명필 상해 흥사단 대표의 이야기다. 광복절을 앞두고 잠시 한국에 들어온 그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9박10일간의 가족여행이 '역사연구회' 활동으로=이 대표는 2008년, 그 해를 이렇게 기억했다.

"만주벌판에서 고구려·발해의 기상을 느끼고, 압록강·두만강변에서 분단된 나라의 또 다른 반쪽을 생각했습니다. 자녀들을 위한 여행이었지만 저 역시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이런 역사탐방과 교육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느꼈지요"

9박10일간의 짧은 가족 여행은 그의 인생을 바꿨다. 그 길로 역사탐방 교육 프로그램에 열성적으로 참여했고, 2012년부터는 교회 내에서 소규모로 운영됐던 조직을 밖으로 끌고 나와 좀 더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재정비한 단체를 만들었다. 그게 바로 '히어로(HERO) 역사연구회'다.

'히어로 역사연구회'는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다봄주말학교'와 '히어로 드림봉사단'을 주축으로 활동했다.

함께 모여 역사를 공부하고, 현장을 찾았다. 배움은 독립운동사에 그치지 않았다. 중국의 고전과 인물, 문화도 함께 공부했다.

지역에 있는 국제학교나 주상하이 총영사관, 문화원 등과도 활발한 협업이 이뤄졌다.

◇히어로 역사연구회의 '임정학교' 100기 기념식

◇'임정학교' 에서 현지 설명을 하고 있는 이명필 대표

■ '임정학교', 또 다른 도전 = 2018년, 이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

"2019년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었는데 분명 한국에서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현장을 찾아올 것 같았어요.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임시정부 및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을 알리고 싶어서 프로그램을 개편해 '임정학교'를 만들기로 했죠"

'임정학교'는 말 그대로 임시정부의 활동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히어로 역사연구회가 그동안해왔던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활동에서 좀 더 주제를 명확하게 잡았다.

"상해 내에 있는 임시정부 활동지를 주제별로 탐방하거나 윤봉길 의사가 걸었던 의거의 길을 따라 가는 프로그램, 상해 인근의 피난처, 화동지역 인근의 독립 유적지 탐방 등 수요에 따라 유연하고, 다양하게 운영을 했어요. 일정이나 관심분야에 맞춰서 탐방할 수 있으니 호평을 많이 받았습니다."

운영 7년째를 맞이한 임정학교는 올해 159기 졸업생을 배출했다. 1년에 40회 정도 운영한 셈이다.

◇ 주상하이 대한민국총영사관이 독립유공자 후손을 대상으로 주최한 임시정부 수립 기념 사적지 탐방 프로그램의 기념사진.

■ 독립운동사는 '미래를 여는 열쇠'= 히어로 역사연구회는 순수한 민간단체다. 이윤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재정적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16년간 이를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몰랐던 우리의 역사를 알게 됐다고 말하는 참가자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어요. 단순히 글로 배우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며 배우는 역사는 다르잖아요. 알려져 있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을 발굴하고 알리는 일도 보람 있었지요"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독립운동사를 통해 중국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됐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정권마다 부침을 겪었고, 사안별로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일제의 제국주의에 항거한 역사는 한중이 함께 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독립운동사는 단순히 과거의 일이 아니라 '미래를 여는 열쇠'입니다. 한반도가 통일하려면 주변 거대국인 중국의 협조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통일이 이뤄지면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평화의 완충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이 대표는 올 초 히어로 역사연구회장직을 사임하고 상해흥사단 대표로 직함을 바꿨다. 흥사단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세운 시민단체로 역사는 물론 규모 역시 세계적이다.

이 대표는 히어로 역사연구회에서 해온 프로그램을 흥사단을 통해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히어로 역사연구회가 소수의 인원이 모여 자발적으로 활동한 단체라면 흥사단은 100년이 넘은 시민단체로 한국 뿐 아니라 상해, 미주에 지부가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흥사단을 통해 그동안 해온 활동을 확대하고, 기념사업회 추진 등 범위를 넓혀 보려고 합니다"

◇임정수립 기념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명필 대표

■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에 젖은 광복절 =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국내 상황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도 전했다.

"독립운동의 역사가 부정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독립운동의 역사는 정권에 따라, 시대에 따라 임의적으로 왜곡되어서는 안됩니다. 사실은 사실 그대로. 역사는 역사 그대로 기억되어야 해요. 일부 인사들 때문에 우리의 독립운동사가 자칫 왜곡될 까 우려스럽습니다"

독립기념관장에 뉴라이트 계열인 김형석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을 임명해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그가 이끄는 상해흥사단은 이에 반대하는 취지에서 현지에서 열리는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했다. 대신 상해를 방문하는 한국 독립운동 후손과 대학생 등이 임시정부 유적지를 탐방하는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광복절을 맞아 독립운동은 우리가 기억해야 하고 계승해야 할 대한민국의 역사라는 것을 다시한번 되새기길 바랍니다"

이 대표는 조만간 고향인 영월에 그동안 해왔던 역사문화탐방의 국내 거점지를 만들 계획이다. 이름은 '유이당'으로 지었다. 공동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인재를 키우자는 뜻이다.

"안창호 선생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건전한 인격을 갖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가르침을 고향에서 실천하고, 그 동안의 해 온 활동을 집대성하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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