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군뉴스] [조선 왕실의 숲을 가다]한강으로 흘러간 뗏목 소리, 사람과 소나무 이야기 숨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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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제 한계리 황장금표
김일성 사망 당시에 번개 맞는 등
다양한 이야기 지닌 소나무 있어
옛 사찰터 축대석에 금표 새겨져
문화 이어온 떼꾼소리 가치 높아

◇인제군 북면 한계리 관벌의 소나무로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당산목이다. 사진=김남덕기자◇인제군 인제읍 고사리의 당산목인 소나무로 내린천을 바라보고 서 있다. 사진=김남덕기자◇인제군 인제읍 덕산리에 위치한 소나무로 김일성 사망 당시 번개를 맞아 가지가 부러진 사연을 갖고 있다. 사진=김남덕기자◇석황사 경내 반송이 아름다운 수형을 자랑하고 있다.사진=김남덕기자◇인제군 북면 한계리 모란골길 서예가 여초 김응현의 생가에 있는 세 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사진=김남덕기자◇인제군 북면 한계3리 황장금표. 옛 절터에 있으며 축대석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사진=김남덕기자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와 정서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늘 푸른 소나무는 변하지 않는 절개와 굳은 지조 그리고 강인한 신념을 상징한다.

한 시대를 이해하려면 당시 유행했던 노래를 살펴보면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노래는 당시 시대상을 담는 기억 창고와 같다. 시대마다 사람들의 정서를 담은 노래가 유행하기 마련이다. 1970~1980년대 청년들 사이에선 늘 푸른 소나무를 소재로 한 노래가 인기를 모았고, 그 노래들은 당시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주었다.

‘선구자’,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상록수’ 등의 노래는 저항을 상징하는 1980년대 대표 곡들이다. 당시 전국의 대학가에서 애창된 김민기의 노래는 광주시민들을 학살하며 들어선 불의한 정권에 대항하는 학생들에게 위로와 연대감을 주는 샘물과도 같았다. 소나무는 불의에 맞서 거리에 몸을 던진 스무 살처럼 푸르러 사랑을 받고 있다.

인제지역에는 의미 있는 여러 소나무가 있다. 김일성 사망 당시 번개에 맞았다는 인제군 인제읍 덕산리 소나무와 고사리 당산목으로 1994년 7월8일 김일성 사망 일에 폭우를 동반한 번개에 맞아 줄기가 부러졌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기억하고 있으며 이런 특별한 경험으로 인해 나무가 영험한 기운을 지녔다고 믿고 있다. 인제군 북면 한계리 모란골길에 위치한 우리나라 서예사 최고 대가 여초(如初) 김응현(金膺顯·1927~2007년) 생가의 소나무 세 그루는 400년 이상의 수령을 가졌다. 매년 음력 3월3일과 9월9일에 마을의 안녕과 주민의 행복을 기원하는 제사가 열린다.

그 밖에 인제군 북면 한계리 관벌 장미호텔 뒤편 당산목과 인제군 북면 한계리 석황사의 반송도 인기를 모으고 있는 나무다.

조선왕실에서 관리한 숲을 찾아가려면 장수대 방향으로 가다가 왼쪽 계곡으로 들어서야 한다. 인제 삼거리에서 양양 방향 44번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석황사가 나오고 조금 지나면 영업을 중단한 송어횟집이 있다. 여기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20분 정도 올라가면 도로 끝나는 지점에 밭을 가로질러 금표가 있다.

이곳은 백담사의 전신 사찰로 알려진 운흥사지 터다. 곡운 김수증((金壽增·1624∼1701년)의 한계산기(1691년 5월6~15일)에 따르면 법당이 막 지어지고 10여명의 스님이 거처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설악산 안산 기슭 폐사지에는 주인을 잃은 축대, 탑의 잔해들이 버려져 있다.

황장금표는 축대석 한가운데 높이 110㎝. 가로 140㎝ 크기의 자연석에 새겨져 있다. 1986년 강원대 박물관 조사단에 의해 보고된 금표다. 보통 금표는 독립된 자연석에 있지만 이곳의 금표는 축대석 한가운데 여러 돌 틈에 끼어 있다. 원래 독립된 바위였는지 아니면 축대를 쌓을 때 들어간 돌에 새겼는지는 연구가 필요하다. 금표의 명문은 “黃腸禁山(황장금산) 自西古寒溪(자서고한계) 至東界二十里(지동계이십리)” 모두 15자로 3줄로 구성돼 있다. 첫째 줄 황장금산, 둘째 줄 자서고한계, 셋째 줄 지동계이십리가 세로로 음각돼 있다. 내용은 “여기 서쪽 고 한계에서 부터 동쪽 20리까지를 황장금산의 경계”로 정한다고 하는 구역을 명시하고 있다.

이곳 한계천은 소양강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간다. 어명을 받은 아름드리 소나무들은 베어져 떼꾼들에 의해 물길을 이용해 옮겨졌을 것이다. 제30회 강원민속예술축제가 9월26~27일 양일간 삼척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강원민속예술축제는 강원도 시·군 대표 민속단의 다양한 전통 민속놀이 경연과 교류를 통해 우리 전통문화를 널리 홍보하고 강원민속예술의 창조적 계승·발전을 위해 격년제로 실시하는 행사다.

이 축제에서 ‘인제 뗏목 소리’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소나무를 이송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는 수백 년이 지나도 지역민들의 삶을 보여주는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주관한 지역신문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기사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실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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