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뉴스] [기후위기, 해법을 제시한다]지속가능성의 증명, 하마비 허스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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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스웨덴 도시재생의 이정표가 되다

과거 황무지 공장지대였던 하마비 허스타드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거쳐 세계적인 친환경 생태주거단지로 변모했다. 스웨덴 하마비 허스타드=신세희기자

스웨덴의 가장 오래된 저탄소 녹색도시 하마비 허스타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건물 외벽에 칠해진 페인트는 빛이 바랬고, 갓 결혼해 도시에 터를 잡았던 1세대 거주자들은 어느덧 황혼을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도시를 가득 채운 녹음과 도시의 미래를 위해 머리를 맞댄 시민들의 열의는 도시의 다가오는 30년을 기대하게 한다. 첨단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친환경 도시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부상하는 시기, 하마비 허스타드의 기록은 재생도시의 이정표이자, 지속가능성에 대한 증명이다.

리카드 달스트랜드(Rickard Dahlstrand) ‘ElectriCITY Innovation’ 최고기술책임자(CTO). 스웨덴 하마비 허스타드=신세희기자

■30년, 달라진 것과 달라지지 않은 것

2000년대 초 하마비 허스타드의 목표가 ‘주거도시로의 전환’이었다면, 2010년대의 목표는 ‘친환경 주거도시’로의 탈바꿈이었다. 도시의 생명력을 연장하기 위해 2014년, 하마비 허스타드 주민들은 시민중심 혁신플랫폼 ‘하마비 2.0’을 결성했다.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연구단체들은 ‘새로운 도시를 새롭게’하는 것을 목표로 도시의 미래를 논하기 시작했다.

하마비2.0의 초기 목표는 이곳만의 환경순환 모델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난방 효율을 높이고, 자가용의 사용을 줄이는 데부터 변화는 시작됐다. 각 가정은 실내 조명을 LED로 바꾸고, 3중창을 설치해 열효율을 높였다. 도시는 폐수와 폐기물을 재생에너지로 변환해 에너지 자급을 시도했다. 그 결과 하마비 허스타드의 에너지 효율은 10년 사이 2배 상승(2024년 기준)했으며, 도시를 운영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의 30%를 자급하게 됐다.

2024년 하마비 허스타드의 다음 목표는 ‘에너지 자립의 완성’이다. 공급자 위주에서 벗어나 분산적이고 수평적인 에너지 운영을 실현하는 ‘에너지 그리드’를 통해 도시의 에너지를 연결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전기차 사용 보편화 및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확대를 통해 에너지 순환을 활성화 하며, 자원 재활용 및 로컬 소비 확산을 통해 순환경제를 이룩하고자 한다.

하마비 2.0 소속 혁신플랫폼 ‘ElectriCITY Innovation’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리카드 달스트랜드(Rickard Dahlstrand) 씨는 “하마비 2.0은 에너지 효율 상승과 대중교통 이용률 확대를 골자로 하던 초기 목표를 달성했지만, 변화되는 시대에 따라 새로운 과제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도시의 다음 계획을 밝혔다.

그는 “각 건물이 태양광 발전 시설 등으로 생산한 전기를 자체 사용하고, 잉여 에너지를 서로 교류하며 도시의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다음 목표를 실현 중이며, 현재는 일부 건물을 대상으로 실험단계”라고 도시의 청사진을 소개했다.

세계적인 친환경 주거단지에 사는 하마비 허스타드 주민들은 도시의 명성에 걸맞게 이웃끼리 공간과 물건을 공유하며 자원을 아끼는데 힘을 쓰고 있다. 아파트에 마련된 공유 공간에서 주민들이 독서 모임을 하고 있다. 스웨덴 하마비 허스타드=신세희기자정재욱 Design Studio LAB 대표. 스웨덴 하마비 허스타드=신세희기자

■지속가능성의 해답, 시민에게서 찾다

시민의 참여로 완성된 1세대 친환경도시 하마비 허스타드. 도시에 끊임없이 생명력을 불어넣는 시민들의 움직임 덕분에 이곳은 여전히 스톡홀름의 살고 싶은 도시로 꼽히고 있다. 이번 취재의 안내 및 통역을 맡은 정재욱 Design Studio LAB 대표 역시 하마비2.0의 초기 구성원으로 10년째 하마비 허스타드에 거주 중이다.

경험디자이너인 정 대표는 2010년 하마비 허스타드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찾아내는 프로젝트를 맡으며 도시를 마주했다. 그는 “주민들이 도시의 시설을 더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하는 것이 당시의 업무였다” “쓰레기장 등 도시의 시설 유지에 사용되는 전력량 줄일 수 있는 방법과 고장 및 불편함 없이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제안들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하마비 허스타드 주민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과 공유자동차를 사용하고, 유통과정과 포장을 최소화한 로컬매장을 이용한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셰어링박스’를 통해 쓰지 않는 물건들을 이웃과 나누며 버려지는 자원을 최소화한다.

정재욱 대표는 “처음 스웨덴에 왔을 때 컵 하나를 만들더라도 디자인과 소재를 구상하기에 앞서 컵이 주는 사회적 영향을 고민하는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도시는 끊임없이 새로운 과제를 마주하지만, 이곳의 가치를 지켜내고자 하는 주민들의 노력 덕에 하마비 허스타드의 가치는 바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마비 허스타드 이후 조성된 재생도시인 스톡홀름시 부근 ‘로얄시포트(Norra Djurgardsstaden)’ 지역. 과거 가스 산업 공장이 있었던 지역을 재개발 했다. 이곳은 2020년까지 인구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1.5톤씩 삭감하고, 2030년에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웨덴 로얄시포트=신세희기자크리스티안 린데(Christian Linde) 씨. 스웨덴 스톡홀름=신세희기자

하마비 허스타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스웨덴 정부는 도시 재생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스톡홀름 외곽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차세대 친환경 도시들은 하마비 허스타드의 30년이 이뤄낸 또다른 성과다. 스웨덴 정부청사에서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연구하는 크리스티안 린데(Christian Linde) 씨를 만나 도시재생의 미래를 물었다.

■스웨덴 도시재생 정책의 주요 골자는 무엇인가?=“신재생 에너지 확보 경로를 다각화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태양열, 풍력, 수력, 원자력 등 가능한 모든 경로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내려한다. 도시재생 과정에 있어서도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도시를 설계한다. 도시 운영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고자 한다. 거시적으로는 스웨덴 내에서 생성된 친환경 에너지로 에너지 자급자족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원자력 안전 관리 조직위원으로 30여년 간 일한 경력이 눈에 띈다. 에너지 전문가로서 하마비 허스타드의 에너지 효율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친환경 도시의 성패는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에 달려있다. 하마비 허스타드는 30년이 넘은 재생도시임에도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 내부의 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단열에 중점을 뒀으며, 도시 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에너지로 변환해 난방에 재사용한다. 겨울이 길고 일조량이 적은 스웨덴 특성상 열 에너지 보존이 중요한데, 하마비 허스타드의 건물들은 실내 환기시설을 통해 창문을 열지 않고도 공기가 순환되는 구조를 갖췄다.”

■스톡홀름 외곽을 중심으로 도시재생이 가속화되고 있다. 1세대 재생도시 하마비 허스타드와 비교해 어떤 점이 다른가?=“스톡홀름 북쪽으로 형성된 ‘로얄시포트(Norra Djurgardsstaden)’를 비롯해 차세대 친환경 도시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의 주요 골자는 하마비 허스타드와 동일하다. 도시재생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등 기술 발달에 따른 차이가 있는 정도다. 스웨덴을 포함한 EU는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률 100% 도달을 선언했다. 하마비 허스타의 지난 30년은 앞으로의 30여 년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스웨덴 하마비 허스타드=김오미기자

본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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