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뉴스] [뱀띠 문화예술인]②이희영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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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 서양화가

춘천에서 30년간 자연과 함께 그림을 그려온 이희영(59) 서양화가를 만났다. 넓은 마당을 지나야 닿을 수 있는 그의 작업실은 정성스럽게 가꾼 화단과 그의 예술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림과 자연을 하나로 엮어온 그의 이야기는 그의 작품 세계와 맞닿아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해 꾸준히 취미로 이어왔다. 중고등학교를 경남 거창에서 다녔는데 좋은 미술 선생님을 만나 미술부에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미술로 대학을 가지는 않았다. 그림은 취미로 간직한 채 다른 길을 선택했다. 아이들을 키우며 물감을 펼쳐놓고 손장난하듯 그림을 그리다 아이들이 성장한 뒤 자연스럽게 다시 그림에 전념했다.”

이희영 작가는 취미로 시작한 그림이 삶의 중심이 되면서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취미가 일상이 되면 힘들지 않냐고 묻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게 왜 힘드냐며 되묻는다. 그녀에게 그림은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원천이다.

작은 자연의 디테일을 포착하는 그녀의 시선은 풍경 전체가 아닌, 소소하지만 강렬한 순간을 작품에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는 그녀의 그림이 일상적인 속에서도 독특한 생동감을 자아내는 이유다. “30년동안 춘천에 살면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옛날 삼천동 길이다. 그런데 요즘은 건물들이 생기면서 풍경화를 그리려면 거슬리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풍경 자체보다는 길가에 핀 꽃이나 눈에 띄는 작은 자연물에 더 초점을 맞춰 그린다.” 최근에는 정원 가꾸기라는 다른 즐거움을 찾아 정성껏 가꾼 화단의 꽃들은 화폭 속에서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희영 作

그는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며 작업의 즐거움을 찾아간다. 최근에는 뜨개질과 그림을 결합한 실험적인 작업에 도전하고 있다. 버려지기 아까운 뜨개질 작품을 그림과 매치하며 새로운 표현 방식을 발견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투박한 두께감이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은 그녀의 예술적 성격과도 닮아있다. “2024년에 ‘초록’을 테마로 작품들을 준비하다가 주제에 얽매이다 보니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때마다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릴 때 가장 즐겁다는 걸 깨달았죠.”

그의 그림은 단순히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그림이 개인의 표현을 넘어 사람들과 공유되고 향유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가진다고 믿는다. 예술을 통해 누군가의 공간을 더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그녀의 노력은, 작품에 담긴 그녀의 철학과 진심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병원의 중앙 통로에 제 그림이 걸린 모습을 봤을 때, 누군가와 제 그림을 함께 즐기고, 그것이 필요한 공간에 놓인다는 사실이 제게 가장 큰 행복으로 다가왔다.”

◇이희영 作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화폭에 담아내고, 이를 통해 사람들과 따뜻한 교감을 나누는 이희영 작가. 그의 작품은 자연과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 속에 숨어 있는 감동과 생동감을 전한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창작의 기쁨을 찾아가는 그는 예술을 통해 삶의 행복을 나누고자 한다. 앞으로도 자연과 함께하며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그녀의 예술 세계가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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