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군뉴스] “산간 오지서 배운 교육의 진심” 홍천 내면 시비(詩碑)에 담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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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촌초교 초임 교사 보낸 교육자 정승수씨
사비들여 시비 건립 그리움·감사 마음 남겨
김선배 전 춘천교대 총장도 초임 교사 인연
내면,마을의 역사 기록물 발굴·자료화 추진

◇내면 창촌초교 초임 교사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시비를 건립한 정승수씨.

【홍천】 국내 읍면동 중 가장 넓은 448.92㎢ 면적에 2,905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고랭지 농업 지역인 홍천군 내면. 25일 내면 고원체육공원 앞에는 2m 남짓한 높이 ‘창촌에 살자’란 시비(詩碑)가 세워졌다. 사비를 들여 시비를 건립한 시인은 춘천교대 전신인 춘천사범학교 13회 졸업생인 정승수(88)씨.

그는 스무 살을 앞둔 1956년, 내면 창촌초교의 교사로 발령 받으며 교직 생활을 시작했고, 서울 세륜초교 교장 등을 역임하며 42년간 봉직했다. ‘창촌에 살자’ 시비는 내면에서 2년간 보낸 초임 교사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감사의 마음이 담겼다.

정 씨는 “당시 내면은 전기, 포장도로도 없고 하루 한번씩 홍천읍에서 미군 ‘쓰리쿼터’ 트럭이 오가는 것이 전부였던 오지 중의 오지였다”고 말했다. 감자와 옥수수가 주식인 마을에서 위생 검사를 하면 아이들의 손은 늘 새까맸다. 정 씨는 “아이들을 혼내고 마음이 좋지 않아 숙직실로 데려가서 손을 씻기고 크림을 발라줬는데, 그 경험이 교직 생활의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날 시비 건립식에는 박유동 면장, 김진훈 이장협의회장 등도 참석했다.

내면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교육자 중에는 김선배(73) 대한적십자사 강원특별자치도지사 회장도 있다. 춘천교대를 졸업하고 모교의 총장을 역임한 김 회장도 1972년 내면 운두초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김선배 회장은 “농번기에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아 한 명씩 찾아 교실에 앉혀 놓았다”며 “학생의 동생인 아기들도 갈 곳이 없어 학교에 왔고, 배고파 하면 건빵을 물에 불려 먹였다”고 기억했다.

내면은 다음 달 9일 면민화합의 한마당 축제에서 마을의 역사가 담긴 사진 30점을 전시하는 행사를 처음으로 개최한다. 박유동 면장은 “마을의 역사 기록물을 찾아 자료화 하는 작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5일 내면 고원체육공원 앞에서 열린 ‘창촌에 살자’ 시비 건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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