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뉴스] [신호등] 캠프페이지, 화합의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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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호 정치부 차장

춘천시가 캠프페이지 도시재생혁신지구 공모에 최종 선정됐다.

도심 한복판 덩그러니 남아있던 황무지를 새롭게 바꾸려는 도전에 정부가 화답하자 지역에 환영과 축하가 쏟아지고 있다.

캠프페이지는 전체 면적이 52만㎡에 달한다. 축구장 크기로 따져봐도 73개를 만들 수 있는 방대한 땅이다. 부지가 근화동과 소양동에 걸쳐 1.5㎞ 가로로 길게 뻗어있다 보니 도시를 단절하는 형상이었다.

캠프페이지 주변 동네의 모습도 20년 전 고등학생 시절 기억과 지금이 별반 차이 나질 않는다. 긴 시간 아파트 단지가 두어 곳 생기고 도로가 넓어졌지만 거리는 여전히 한산하다. 오래된 상점들, 낡은 주택들도 그때와 같다. 이제와 보면 마치 캠프페이지와 주변부의 시간만 느리게 흘러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모 선정이 원도심 주민들에게는 더욱 각별하게 여겨질 만 하다.

춘천시는 캠프페이지 전체의 4분의1 가량인 12만㎡에 첨단영상산업클러스터, 대형 복합 스튜디오, 컨벤션센터, 잔디 광장을 조성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러면서 이번 공모의 핵심은 첨단 기업과 청년 일자리를 담아낼 그릇을 만드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개발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땅은 도시 숲, 공원 등으로 활용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남겨두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반세기 넘는 인고의 끝이 다가온 것이다.

6개월 전 캠프페이지 도시재생혁신지구 공모 신청에 관해 글을 썼다. 당시 도는 2년째 캠프페이지 공모 신청을 반대하며 개발 구상이 도와 사전 논의 되지 않은 점을 크게 문제 삼았다. 반대로 춘천시는 도와 공동 담화를 통해 첨단 산업 공간 조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반론을 폈다. 이에 양보 없는 불협화음이 과연 지역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 주는 지를 되물었다. 하지만 공모 선정이 결정된 지금도 쓴입맛을 다시는 소리들은 여전하다. 특히 도는 결과 발표 직후 "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조건부"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한데 며칠 새 고은리 행정복합타운 조성을 두고 도와 춘천시가 충돌하는 양상이 익숙한 그림으로 흘러가고 있다.

도는 행정복합타운 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4,700세대 주택 공급을 담은 계획안을 춘천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춘천시는 "2022년 도와 합의한 내용에 대규모 주택 공급은 없었다"며 사전 협의가 부족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결국 춘천시는 계획을 반려했고 도는 즉각 "무책임한 처사"라며 날을 세웠다.

캠프페이지 공모에서는 춘천시가 도의 반대에 분노하고, 행정복합타운 인허가 절차에서는 도가 춘천시의 반대에 발끈하는 모양새다. 칼자루를 쥔 쪽이 바뀌었을 뿐 양쪽 모두 협의 부족을 문제 삼고 있다. 달리 말해 '무조건 내가 옳다'는 식의 논리라면 '내로남불'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도와 춘천시 사이에는 앞으로도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다. 크게 불꽃이 튄 캠프페이지 개발과 행정복합타운 조성은 물론 이미 시간을 허비해온 북부공공도서관, 춘천시립미술관이 주민 숙원으로 남아있다. 도청 신청사 이전 사업도 협업이 필요하다.

매 현안마다 공수교대 식으로 발목을 잡는다면 춘천은 자연히 정체 될 수밖에 없다. 때로는 먼저 굽혀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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