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뉴스] [신호등]더 견고해지는 ‘DB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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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원주주재 기자

이번 추석, 스포츠 팬들을 가장 뜨겁게 달군 팀은 단연 원주DB프로미였다. 추석 연휴간 3연전을 펼친 원주DB는 전 시즌과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초록색 유니폼으로 가득 채워진 원주종합체육관은 시작부터 끝까지 함성으로 뒤덮였다. 단순히 한 경기의 승부가 아니라, 올 시즌 우승을 향한 본격적인 질주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지난 시즌 7위라는 아쉬움으로 막을 내린 DB는 반등을 위해 과감한 전력 보강에 나섰다. 그 중심에는 주장 이정현이 있다. 서울 삼성에서 자유계약으로 이적한 그는 합류와 동시에 주장 완장을 차고 코트를 지휘했다. 그는 특유의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공격의 기준점을 세웠고, 선수들의 체력 관리까지 신경 쓴 수준 높은 운영력을 선보였다.
외국인 선수인 헨리 엘런슨 역시 팀의 색깔을 바꾼 중요한 조각이었다. 208㎝의 장신임에도 외곽 슛 능력을 갖춘 엘런슨은 ‘스트레치 빅맨’으로서 새로운 공격 옵션을 제공했다. 하이포스트와 픽앤팝에서의 존재감은 팀원에게 더 많은 돌파 경로를 가져왔다. 같은 외국인 선수인 에삼 무스타파는 골 밑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아직 신인인 탓에 팀에 전력을 갖추진 못한 상태다.
이선 알바노는 이들의 지원에 힘입어 더욱 수월하게 코드를 누볐고,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선수들의 호흡은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DB산성’의 성벽은 더 단단히 쌓여갈 전망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변화는 팀의 결속력이다. 지난해 추락의 원인으로 지적됐던 라커룸의 균열은 자취를 감췄다.선수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코트 안팎에서 끈끈함을 보여주었다. 외국인 선수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하는 모습, 국내 주축 선수들의 희생, 그리고 벤치 멤버들의 투지가 어우러지며 다시 ‘원 팀’으로 거듭났다.
홈 팬들의 열기는 그 결속력에 불을 붙였다. 시즌 첫 홈 경기부터 만석에 가까웠고, 원주종합체육관은 선수와 팬이 함께 만들어가는 요새로 만들었다. 원주시는 지난달 구단 창단 20주년을 맞아 원주종합체육관 명칭에 ‘원주DB프로미 아레나’를 병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순한 이름 변경을 넘어, 원주DB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강원권을 대표하는 명문 구단으로서의 위상을 다지는 중요한 이정표로 자리매김했다.
원주는 프로농구 출범 이후 연고지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유일한 도시다. 2005년부터 시와 구단은 긴밀한 협력을 이어왔고, 그 성과는 올해 2025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에서 KBL 최초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쾌거로 이어졌다. 이는 원주DB가 단순히 한 구단을 넘어,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팬들에게 사랑받아온 발자취를 증명한다. 원주 농구가 대한민국 프로스포츠의 상징적인 모범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물론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번 경기로 인해 전문가들은 선수들의 파울 관리와 체력 안배, 부상 관리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알바노 등 에이스들의 집중된 전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점 또한 개선해야 한다.
팬들이 기다리는 것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다.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 속에서 보여주는 투지와 끈기다. 이번 시즌 원주DB프로미 아레나를 가득 메울 초록빛 함성은 이를 현실로 만드는 동력이 되고, DB산성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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