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흥식 추기경 "교황, 韓 진심으로 사랑…분단 안타까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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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73) 라자로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한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유 추기경은 22일(현지시간) 한국 언론에 공개한 5분 분량의 교황 선종 애도 영상에서 "교황은 대한민국의 분단 현실을 특별히 안타까워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형제와 가족이 갈라진 이 크나큰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면 당신께서 직접 북에도 갈 의향이 있다고 하셨을 만큼 한국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분이었다"며 "교황의 기도 가운데 한국에 관한 기도에는 남과 북이 모두 포함된 기도였음을 기억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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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식 추기경과 프란치스코 교황. 천주교 대전교구

유 추기경은 교황의 선종 소식을 접하면서 "슬픔과 고통, 외로움보다는 고요한 평화를 본다"며 "그분은 슬퍼하기보다 우리가 평화롭길 바라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말로만이 아니라 몸소 움직여 행동으로 조금 더 그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자 했다"며 생전 빈자와 사회적 약자를 사랑했던 교황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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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유흥식 추기경. 백성호 기자

그는 또 "생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그 순간에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멈추지 않은 그분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이미 이 지상에서 부활의 모습을 보여주셨다"며 "우리는 그분의 죽음에서 희망과 부활을 보았으며, 우리 자신이 또 다른 부활의 모습으로 이웃과 사회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 추기경 자신도 "사제의 쇄신 없이 교회의 쇄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교황을 가까이 보좌하면서, 그분이 바라는 교회와 성직자의 모습을 깊이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늘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고 눈높이에 맞춰 함께 고민하고 길을 찾으셨던 교황님의 발자취를 본받으려 한다"고 했다.

유 추기경은 영상 말미에 "선을 행하는 일에 지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선을 행하는 여러분의 부활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원히 우리 곁에 계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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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22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한 분이었다"며 추모 메시지를 전했다. 연합뉴스

2014년 방한 때 역할…교황청 장관 '파격' 임명돼

유 추기경은 이날 교황 선종 이후 처음 소집된 추기경회의에 참석해 교황 장례 절차를 논의했다. 추기경단은 회의를 거쳐 오는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를 거행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유 추기경은 선종일로부터 15∼20일 이내에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리는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에 참여한다. 1951년생인 유 추기경은 교황의 후임자를 뽑는 콘클라베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고 피선거권도 갖는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깊은 인연이 있다. 2014년 8월 교황의 방한에는 유 추기경의 역할이 컸다. 당시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탄생지인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교황이 참석해달라는 서한을 보내면서 방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유 추기경은 이후에도 바티칸에서 수시로 교황을 만나 한국 가톨릭교회의 현안을 논의했다. 유 추기경을 눈여겨본 교황은 그를 교황청 장관으로 임명했다. 서구 출신 성직자들이 주로 맡던 보직에 가톨릭계 변방인 한국의 지역 교구장(대전교구장)이 앉은 파격 인사였다. 2021년 한국인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장관에 발탁된 그는 이듬해 추기경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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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2022년 8월 27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서임식에서 유흥식 라자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게 추기경의 상징인 빨간색 사제 각모(비레타)를 씌우고 있다. 뉴스1

현지 언론, 차기 교황 후보 12명에 거론  

한편 22일 이탈리아 최대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콘클라베를 앞두고 유 추기경을 차기 교황 유력 후보 12명 명단에 올렸다. 유 추기경은 같은 아시아 출신인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필리핀)에 이어 11번째로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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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교황 유력 후보 12명에 포함된 유흥식 추기경(하단 오른쪽에서 두 번째). 사진 코리에레델라세라 캡처

매체는 유 추기경에 대해 "1951년 11월 17일 충남 논산 출생. 1979년 로마에서 사제품·교의신학 박사. 대전교구장으로 남북 교류에 힘썼으며 4차례 북한 방문. 2021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2022년 추기경. 평화와 화해의 대화를 모색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남북 화해를 모색한 '포콜라레(벽난로) 운동'의 일원"이라고 설명했다.

'벽난로'라는 뜻을 지닌 포콜라레 운동은 이탈리아 북부 트렌토에 살던 여대생 끼아라 루빅이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는 것을 목격하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사랑을 실천하며 살자는 목적으로 1943년 시작했다. 한국에는 1969년 들어왔다. 매체가 거론한 차기 교황 후보 12명 가운데 이탈리아 출신은 3명이고 나머지 9명은 외국 출신이다. 아시아계는 타글레 추기경과 한국의 유 추기경 2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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