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본항공 첫 여성·승무원·전문대 출신 사장 "나답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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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항공(JAL) 최초 여성 승무원 전문대 출신 사장, 돗토리 미츠코. 로이터=연합뉴스

"여성 임원의 숫자를 늘리는 데 진심으로 임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성 직원들 본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겠지요."  

일본항공(JAL)의 신임 사장 돗토리 미츠코(鳥取三津子·59)가 지난달 24일 CNN 등 외신과 한 인터뷰의 일부다. 돗토리 사장은 여러모로 JAL의 역사를 새로 쓴 인물이다. 최초 여성 사장인 것은 물론, 승무원 출신이었고, JAL에 합병된 일본에어시스템(JAS) 소속 직원이었으며, 전문대 격인 단기대학을 졸업했다. JAL이 지난 1월 그를 신임 사장으로 발탁했을 때 일본 국내 매체 일부가 "있을 수 없던 일"이라는 표현을 썼던 까닭이다.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항공업계를 통틀어 여성 승무원이 유리천장을 뚫고 사장실에 앉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그는 지난 1월 발탁 당시 기자회견에서 "나의 방식대로 차분히 해나가겠다"며 "무엇보다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에 놓을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그는 4월 1일자로 취임했지만 인터뷰를 바로 하지 않고 한달 간 업무 수행을 한 뒤 기자들을 만났다. 신중함이 엿보인다. 그는 CNN에 "일본이 (젠더 문제에 있어서) 갈 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라며 "여성 임원을 더 많이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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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일본항공(JAL)이 돗토리 미츠코 신임 사장의 발탁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은 아카사카 유지 당시 사장. AFP=연합뉴스

돗토리 신임 사장에 대해선 외신의 관심이 특히 뜨겁다. BBC도 지난달 27일 기사에서 "파산 위기까지 갔던 JAL의 혁신 노력 최신판이 돗토리 사장 파격 인선"이라고 전했다. BBC는 2022년 작고한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 교세라 창업주가 JAL에 심은 혁신 DNA가 이번 인선의 씨앗이라고 분석했다.

이나모리 창업주는 2010년 JAL의 경영 위기 당시 무보수 회장을 맡았다. BBC는 "이나모리 회장은 'JAL은 여러모로 오만한 기업이었다'고 위기 원인을 분석했고, 파격에 혁신을 더하는 방식으로 JAL을 위기에서 건져냈다"며 "이나모리 회장이 없었다면 돗토리 사장도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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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주. '씨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의 사위기도 하다. 사진 교세라 홈페이지 캡쳐

돗토리 사장은 1985년 나가사키(長崎)의 갓스이(活水) 여자단기대학을 졸업했고, 도아고쿠나이(東亜国内)항공에 승무원으로 입사했다. 그는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단기대학을 간 이유는 하나"라며 "빨리 사회에 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첫 직장은 이후 JAS로 사명을 바꿨고, 경영 적자로 고전하다 JAL에 2002년 통합됐다. 돗토리 사장은 객실 승무원으로 잔뼈가 굵었다. 2020년엔 객실본부장으로, 2023년엔 전무로 승진했다. 전무가 종착역일 거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그는 사장으로 발탁됐다.

돗토리 사장이 파격 발탁된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는 아니다. 그는 객실 담당으로 승객 안전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했다. 1985년 8월 발생한 JAL123편 사고가 계기였다. 보잉사의 수리 부실로 인해 이륙 약 10분 후 비행기 내부 폭발이 발생하면서 약 30분간 비상 착륙을 시도하다 결국 추락한 사고다. 524명의 승객과 승무원 중 520명이 사망했다.

당시 기내에서 마지막을 직감한 승객들이 남긴 유서의 글씨는 울퉁불퉁하다. 기내가 심하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돗토리 사장은 당시 사고를 보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은 승객의 안전"이라는 생각을 다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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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일 발생한 일본항공(JAL) 사고 현장. AFP=연합뉴스

그의 인선이 확정되고 발표된 것은 지난 1월 18일. JAL516편이 하네다 공항에 착륙한 뒤 일본 자위대 항공기와 추돌한 사고가 발생한지 16일 만이었다.

돗토리 사장이 보수적인 일본 기업의 여성 수장으로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CNN은 "JAL은 경영 위기는 면했으나 여전히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고 변화를 원치 않는 사내 분위기가 뚜렷하다"며 "첫 여성 사장으로서 돗토리가 임명된 것은 긍정적 신호이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돗토리 사장은 CNN에 "여성이 대표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국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은 세계경제포럼(WEF)의 '2023 세계 젠더 격차 지수'에서 146개국 중 125위에 랭크됐다. 한국은 105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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