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명 달렸다"vs"교통대란"…경찰·서울시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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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경찰서 관내 도봉세무서 인근 도로. 버스전용차로 안에 추월차로가 마련돼 있다. 강북서는 이 인근에서 무단 횡단이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간이형 중앙분리대를 설치할 계획이나 추월차로를 유지할 경우 중앙선 폭이 75cm가 되어야 한다는 규정에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혜연 기자.

경찰에서 노인 보행자 교통 사망사고 대책 중 하나로 서울 시내 간이형 중앙분리대 설치를 검토 중인 가운데 서울시는 버스 소통을 방해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북경찰서는 서울시에 “보행자 사망 사고를 막기 위해 간이형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려고 하는데 중앙분리대 설치 기준인 중앙선 폭 75cm가 나오지 않는다”는 애로 사항을 전달했다. 간이형 중앙분리대는 도로 중앙선 위에 세우는 보조 시설물이다. 역주행 운전을 예방하는 데 주목적이 있지만 무단횡단을 막는 보조 시설물로도 이용되는 추세다.

강북서는 최근 무단횡단으로 인한 보행자 사고 다발 지역으로 꼽히는 4호선 미아역 인근과 수유 시장 인근, 도봉세무서 인근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해 무단횡단을 막는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서울시에 건의했다. 서울시도 사업 취지에 공감해 일부 예산을 편성한 상황이다.

문제는 간이형 중앙분리대를 설치하려면 현행 버스전용차로 폭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버스 중앙차선제를 시행 중인 서울의 경우, 정류장 위치의 버스 차선이 버스 대기 장소와 추월 차로를 모두 포함하면서 다른 도로 폭에 비해 넓게 설계됐다. 이 때문에 간이형 중앙분리대 설치를 위한 공간인 중앙선 폭 75cm를 확보할 경우 기존에 있던 도로의 폭이 규정에 못 미칠 정도로 좁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경찰은 서울시 측에 교통사고 다발 지역에 한해 버스 전용차선에서 추월차로를 없애고 버스가 한 줄로 정차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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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그러나 서울시 산하에서 버스를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이런 의견에 대해 "버스 순환 흐름을 망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추월차로가 없을 경우 늦게 온 버스가 앞 버스를 기다리면서 대중교통 이용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전문가들 역시 대중교통 흐름을 막는 방안은 최후의 수단으로 둬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유정훈 교수는 “버스전용차로를 처음 만들 때 자가용 운전자들의 반발도 컸다”며 “대중교통 체계는 교통약자를 위한 것인 만큼 버스전용차로를 줄이는 건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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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경관을 해치는 중앙분리대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디자인 서울’ 슬로건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중앙분리대 자체가 미관상 좋지 않다 보니 일반 시내 도로에서는 거의 설치하지 않는 추세”라며 “경찰서장 재량으로 일부 구간을 노인 보호구역으로 설정해 차량 속도를 낮추게 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시민의 생명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북서 관계자는 “일부 노인들의 경우 지금과 같은 큰 도로가 생기기 전에 살던 생활 양식대로 무단횡단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위험하다”고 말했다. 노인을 상대로 무단횡단 계도 활동을 하고 홍보를 해도 상황이 빨리 바뀌지 않는 만큼 시설적인 보완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박정관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도로 소통보다는 국민의 생명을 먼저 생각하는 게 최근 도로 설계 방향성이라고 본다”며 “대중교통 활성화보다 생명 보호가 뒷순위일 수 없는 만큼 중앙 분리대 설치가 시급한 곳에 한해 추월차로를 없애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간이형 중앙분리대 설치를 위해 서울시가 버스 전용차로 폭 축소 검토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보행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노인은 191명(34%)으로, 이틀에 한 명 꼴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에서 제기된 의견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예정”이라며 “아직까지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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