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자갈 위, 나무 속, 물 위…천차만별 새 둥지에 담긴 다양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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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동물이 추위·더위·비바람 등을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을 집이라 하죠. 사람은 한 채씩 따로 지은 주택, 5층 이상의 건물을 일정하게 구획해 층마다 여러 개의 독립된 가구가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든 아파트 등 다양한 형태의 집에서 생활합니다. 집을 지을 땐 생활환경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요. 추운 곳에 사는 에스키모는 얼음과 눈덩이로 둥근 형태의 이글루를 만들고, 필리핀·라오스 등 덥고 습한 기후에 사는 동남아시아인은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나무로 집을 짓죠.
생활환경에 따라 주거지를 건축하는 재료가 달라지는 건 새들도 마찬가지예요. 새가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집을 둥지라고 하죠. 흔히 새 둥지 하면 나뭇가지 위에 있는 접시 형태를 떠올리지만, 새들도 사는 곳에 따라 다양한 곳에 여러 형태의 둥지를 지어요. 각양각색의 새 둥지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 '새, 새 둥지를 틀다'가 인천 서구에 있는 국립생물자원관 생생채움 기획전시실 2에서 열리고 있어요. 변우빈·이성빈 학생기자가 새 둥지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알아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활용부 생물다양성교육과 현혜정 사무관이 다양한 형태의 둥지 앞에서 이들을 맞이했죠.
"사람은 집 안에서 평생 먹고 자고 생활하죠. 그런데 새는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를 때까지만 둥지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이번 전시는 새들이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둥지를 수거해서 구성했어요." 전시 '새, 새 둥지를 틀다'에서는 새들의 생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나무 위를 비롯해 습지나 하천 등에서 볼 수 있는 자생 조류의 둥지뿐만 아니라 더운 나라에서 사는 새의 둥지까지 다양한 형태의 둥지 약 35점을 만날 수 있죠.
보통 둥지의 겉은 나뭇가지를 쌓아 만들었지만, 안쪽은 새끼가 부드럽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다른 동물의 털이나 나무 잔뿌리, 새의 깃털 등을 촘촘하게 깔아둔 형태인데요. 이런 형태의 둥지를 만드는 새는 상록활엽수림에 사는 텃새인 동박새, 우리나라의 평지·구릉 또는 농촌·야산에 사는 텃새인 방울새,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여름 철새인 큰유리새, 삼나무·소나무 숲, 인가 부근 나무에 둥지를 짓는 나그네새인 쇠솔딱새 등이 있어요.
그런데 모든 새가 접시 형태로 둥지를 만드는 건 아니에요. 딱따구리는 주로 고목이나 마른 나뭇가지에 구멍을 뚫어 둥지를 지어요. 고목은 수분함량이 낮아 쉽게 곰팡이가 피거나 벌레가 생기지 않죠. 전시실에서는 한국 전역에 번식하는 텃새인 오색딱따구리가 나무에 파놓은 둥지를 살펴볼 수 있었어요. "이렇게 나무속에 둥지를 만들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천적에게서 몸을 숨길 수도 있으며 다른 조류가 탁란하거나 기생하기도 어렵다는 장점이 있죠."
현 사무관의 설명을 듣던 성빈 학생기자가 "뻐꾸기는 아예 둥지를 만들지 않는다고 들었어요"라고 말했죠. "맞아요. 뻐꾸기는 직접 둥지를 짓지 않고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딱새·개개비 등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자신의 새끼를 키우도록 해요. 이것을 탁란이라 해요." 마침 오색딱따구리가 만든 나무 둥지 옆에 뻐꾸기가 뱁새의 둥지에 탁란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둥지가 있었어요. 본래 뱁새의 알은 파란색인데요. 뻐꾸기가 뱁새의 둥지에 낳는 알도 비슷한 색이죠. 먼저 부화한 뻐꾸기 새끼는 뱁새의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서 떨어뜨리고 뱁새 어미의 보살핌을 독차지하면서 성장하죠. 최근에는 자신의 알을 구분하기 위해 뱁새가 하늘색이 아닌 흰색 알을 낳는 경우도 생겼어요. 번식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뱁새도 진화 중인 거죠.
이제 새들의 서식지별로 둥지 형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봅시다. 먼저 나무 위에 보금자리를 만드는 새들의 이야기예요. 이들은 나뭇가지·나뭇잎과 식물의 줄기·잔뿌리 등을 재료로 사용해 나뭇가지 사이나 끝, 나무 구멍 등 나무의 군데군데 다양한 모양의 둥지를 만들어요.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전국에 서식하는 텃새인 딱새, 한반도 전역에 흔한 텃새인 물까치 등이 여기에 해당하죠.
나무 위 여러 둥지를 살피던 우빈 학생기자가 "나무 위가 아닌 땅이나 바위 같은 곳에 둥지를 만드는 새도 있나요?"라고 질문했어요. 현 사무관이 "그럼요. 서식 환경에 따라 물 위나 수생식물 사이, 자갈 위 등에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라며 소중 학생기자단을 얕은 물가와 습지 부근에 사는 새들의 둥지를 모아둔 곳으로 이끌었어요.
초원, 개울가 풀밭, 하천 부지 등에 서식하는 개개비사촌은 식물의 줄기를 거미줄로 엮어서 컵 모양으로 만드는데요. 수생식물 사이에 둥지를 지어서 쉽게 발견하기 어려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현 사무관이 가리키는 곳을 주의를 기울여 관찰하자 겨우 부들의 줄기 사이에서 개개비사촌의 둥지를 발견할 수 있을 정도였죠.
또 국내 습지 전역에서 자주 보이는 물닭은 헤엄도 잘 치고, 잠수에도 능해서 수변부에서 구할 수 있는 갈대·부들 등을 이용해 얕은 물 위에 둥지를 지어요. "둥지가 언뜻 보면 물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물속에 있는 수초를 모아서 떠받치고 있는 형태예요. 이렇게 물 위에 둥지를 두면 천적들이 접근하기가 어렵죠."
자갈이나 조개껍데기 위에 알을 낳는 새도 있어요. 하천·자갈밭 등 풀이 적고 모래와 자갈이 많은 곳에서 서식하는 꼬마물떼새는 자갈밭에 둥지를 만들고, 자갈의 색깔과 비슷한 알을 낳아요. 자잘한 돌을 알 밑에 깔고, 큰 돌을 주변에 놓으면 알이 다른 곳으로 굴러가지 않죠. 그리고 둥지 근처에 침입자가 나타나면 소리를 지르거나 다친 것처럼 행동해 포식자의 관심을 돌리고 다른 곳으로 유인합니다.
서식지 위치 외에 기후별로도 새 둥지의 형태가 달라지기도 해요.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있는 경우 새들은 주로 따듯한 시기에 둥지를 만들고 번식을 하죠. 그래서 천장이 없는 접시형 둥지를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일 년 내내 더운 곳에 사는 새들은 햇볕을 피하기 위해 지붕이 있는 둥지를 만들기도 합니다. 전시실에는 동남아시아나 인도 대륙에 사는 바야위버의 둥지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표주박처럼 생긴 둥지 아래에 출입구에 해당하는 구멍이 뚫린 형태라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죠.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새들은 서식지 환경에 맞춰 둥지를 만드는 방식이 달라요. 그런데 급격한 도시화로 숲이 사라지고 환경이 오염되면서 새들의 둥지 재료도 변화하고 있어요. 전시실에서는 나뭇가지·깃털·자갈 등 자연적인 소재가 아닌,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소재로 만든 새 둥지도 살펴볼 수 있었죠. 2010년 6월과 2018년 6월 경기도 하남시 미사경정공원에서 채집한 두 개의 꾀꼬리 둥지에는 솜·물티슈·비닐끈이 들어가 있었어요. 2019년 5월 경기도 광주시 태촌면에서 채집한 때까치의 둥지에는 둥지 안을 포근하게 만드는 재료로 비닐이 사용됐죠. 2016년 6월 경기도 하남시 고골계곡에서 채집한 직박구리의 둥지에는 노끈·비닐끈이 사용됐습니다.
"새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둥지 재료로 솜·물티슈·노끈 등을 사용하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비가 많이 왔을 때 기존에 자연적 소재를 사용한 둥지는 물이 둥지 밑으로 잘 빠져나가죠. 그런데 비닐 등 인공적인 소재를 사용하면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둥지 안의 알이 물에 잠겨요."
최근 아파트 베란다, 자동차 바퀴 위, 우체통 등 인간의 생활 영역에 새들이 둥지를 만드는 경우가 종종 보이죠. 이것은 새들이 인간의 생활 영역을 침범한 것이 아니라, 새들이 살고 있던 숲·습지 등을 인간이 개발해 도시로 만들면서 생겨난 현상이에요. 새들이 갈 곳을 잃었기 때문에 기존에 둥지를 짓지 않던 곳에까지 날아든 것이죠.
불행 중 다행으로 급변한 환경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는 새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어요. 전시실 한편에는 인공 새집이 벽에 걸려 있었어요. "새들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기 위해 인공 새집을 만들어주는 사업이 최근 많이 진행되고 있어요. 박스 형태의 목재 구조물을 본 적 있을 거예요. 이렇게 인공 새집을 만들어주면 서식지를 잃어가는 새들에게 둥지를 인공적으로 보충해 주고, 번식을 도와줄 수도 있어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새 둥지는 어미 새가 알을 따뜻하게 만들어서 부화시키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갓 태어난 새끼가 천적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능도 해요. 하지만 서식지가 인간이 주도한 도시화로 인해 점점 사라지고, 새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인공적인 재료로 만든 둥지가 물에 잠기는 등 새들의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죠.
생태계는 복잡한 먹이사슬로 서로 연결돼 있고, 모든 생물은 먹이를 구하는 활동과 종족 번식을 통해 생태계가 유지되는데 기여합니다. 즉, 새들이 마음 놓고 둥지를 만들 수 없는 환경은 인간에게도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거죠. 앞으로 인도의 가로수나 공원의 숲에서 만나는 새들을 볼 때마다 이들이 마음 놓고 둥지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 고민해 보세요.
동행취재=변우빈(경기도 화남초 5)·이성빈(경기도 산의초 4) 학생기자
새, 새 둥지를 틀다
전시장소: 인천 서구 환경로 42 국립생물자원관 생생채움 기획전시실 2
관람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입장마감 오후 5시,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관람료: 무료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새'를 주제로 한 취재라 너무 설레었어요. 새의 둥지는 그냥 단순하고 이끼 같은 재료로만 지은 줄 알았는데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지은 걸 보고 마음이 매우 아팠어요. 또 뻐꾸기가 탁란하는 장면도 신비로우면서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불쌍하기도 했어요. 많은 사람이 새들이 둥지에 일 년 내내 먹고 자고 싸고 하는 줄 아는데 대부분 번식기에만 사용한다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이번 취재로 새와 둥지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변우빈(경기도 화남초 5) 학생기자
새들은 나무 위에만 둥지를 만든다고 알았는데, 땅속 굴, 물 위 등 환경에 맞춰서 새들의 둥지 모양도, 재료도 달라진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둥지의 다양한 재료들도 신기했는데,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노끈·비닐·물티슈 등이 둥지의 재료로 사용된다는 게 너무 가슴 아팠어요. 귀여운 동물들의 환경이 계속해서 잘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이성빈(경기도 산의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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