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무때나 라면 먹고 가세요” 식당 주인이 무료 급식소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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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에 문을 연 ‘함께라면’을 찾은 주민들이 라면을 먹고 있다. 이 곳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무료로 라면을 제공한다. 황희규 기자

장기적인 불황 속에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라면을 무료로 제공하는 ‘나눔식당’이 광주광역시에 문을 열었다.

16일 광주 광산구 등에 따르면 광산구 우산동에 있는 ‘청정바다회’ 횟집 내에 나눔식당 ‘함께라면’이 지난달 28일 개점했다. 이 식당은 횟집을 운영하는 조정선(58)씨가 기존 가게 일부를 분리해 주민들이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식당 앞에 내걸린 ‘셀프 무료 급식소’ 현수막에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한 끼,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함께라면 식당에는 49.5㎡(15평) 공간에 30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졌다. 또 라면 8개를 한 번에 끓일 수 있는 가스레인지와 전기레인지도 설치됐다. 식당 안에 있는 밥통 2개와 반찬통에는 따뜻한 밥과 김치·단무지·무말랭이·콩나물무침 등이 담겨 있다. 개점 이후 식당에는 하루 15명~25명이 라면을 끓여 먹기 위해 찾고 있다.

함께라면은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토요일마다 특식도 제공된다. 식당 측은 횟집에서 판매하는 점심 메뉴인 비빔밥 등 60인분을 함께라면에서 나누고 있다. 조씨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와서 무료 식당을 이용했으면 좋겠다”며 “체력이 되지 않아 횟집 문을 닫을 때까지 나눔식당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씨는 인도 출신 노동자인 20대 청년이 끼니를 거른다는 얘기를 듣고 함께라면을 시작했다. 조씨는 “(노동자가) 근무하는 중소기업에서 6개월치 월급을 받지 못해 가끔 끼니를 거른다는 말에 나눔식당을 열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운영 중인 횟집이 지난 1월 화재로 전소한 것도 함께라면 탄생에 계기가 됐다. 당시 조씨가 가게를 복구하기까지 2억원이 넘는 돈을 마련하는 동안 이웃 주민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조씨는 “금전적 도움은 아니더라도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만큼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함께라면이 문을 연 후 나눔식당이 확산할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인근 지역 내 추어탕 식당과 식육식당 등이 “다음달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광산구 관계자는 “경기 침체 속에서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문을 연 나눔식당에 대해 구청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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