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캐나다 새 총리에 카니…“트럼프 부당관세 그냥 안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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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집권 자유당이 9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뒤를 이을 새 대표로 마크 카니(59) 전 캐나다은행(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선출했다. 캐나다에선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 만큼, 카니 신임 대표는 이번주 중 24번째 캐나다 총리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카니 신임 대표는 이날 당선 후 첫 연설에서 미국이 캐나다에 존중을 보여줄 때까지 보복 관세 조치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경제를 약화하려 시도하는 누군가가 있다”며 “여러분도 알다시피 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는 우리가 만드는 것, 우리가 파는 것, 우리가 생계를 유지하는 방식에 부당한 관세를 부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캐나다의 가계·노동자·기업을 공격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가 성공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하키에서처럼 무역에서도 캐나다가 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니 대표는 또 “캐나다 정부는 정당하게 보복 조치를 했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이 우리에게 존중을 보여줄 때까지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합병하겠다’는 트럼프의 위협에 대해선 “캐나다는 절대로 어떤 형식으로든 미국의 일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카니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진 않다. 캐나다 현지 매체인 글로브앤메일은 “카니 대표가 이달 말 캐나다 의회가 새 회기에 들어가기 전에 조기 총선을 선언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경우 4월 말~5월 초 조기 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조기 총선이 실시되지 않아도 선거법에 따라 캐나다는 오는 10월 20일 이전에는 4년마다 이뤄지는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현직 의원이 아닌 카니 대표는 법적으로는 의원직이 아니어도 총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카니가 캐나다 역사상 최초로 선출직 경험이 전무한 총리인만큼 가급적 빨리 의원직을 확보하는 게 낫다”(로이터통신)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카니가 대표에 뽑힌 건 그가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대응할 ‘경제통’이기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골드만삭스에서 13년간 근무했다. 2008년 2월 캐나다은행 총재로 취임해 그해 9월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비교적 성공적으로 캐나다 경제를 방어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3∼2020년 외국인 최초로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총재를 맡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경제 충격에도 맞섰다.
전임 트뤼도 총리와 달리 트럼프와 악연이 없다는 건 장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향후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해빙 무드’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조기 총선에서 지지율 1위인 보수당에 밀려 정권이 교체될 수도 있기에 자칫 “2개월짜리 총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카니 행정부의 대미 관세 협상력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변수는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보수당의 압승이 예상됐으나 최근 트럼프를 향한 반감이 커지면서 자유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캐나다 CBC뉴스에 따르면 자유당은 보수당과 지지율 차이를 당초 20%포인트 이상에서 최근 10%포인트 안팎으로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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