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 내내 음악, 시상식 땐 폭죽…포뮬러1 뺨치는 LIV 골프

본문

색다른 흥겨움과 유쾌함, 그 뒤에 감춰진 본능적 초조함. 지난 16일 싱가포르 대회를 마친 LIV 골프를 관통하는 분위기다. LIV 골프는 지난 14일부터 3일간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 클럽에서 시즌 네 번째 대회를 열었다. 준비부터 진행까지 현장에서 직접 만나본 LIV 골프는 기대 이상으로 매력적이었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게 LIV 골프의 대원칙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문법을 허물었다. 출전 선수 54명이 3명씩 18개 조로 나뉘어 샷건 방식(모든 홀에서 동시에 티오프)으로 플레이한다. 대회 기간도 사흘로 줄였다. LIV 골프 관계자는 “어느 종목이든 시간이 늘어지면 젊은 팬의 외면을 받는다”며 “LIV 골프는 태생부터 진행을 콤팩트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춰 설계했다”고 말했다.

대회장 분위기도 색다르다. 홀마다 배치한 스피커에서 경기 내내 흥겨운 음악이 흘렀다. 선수들의 샷 순간, 진행요원이 ‘Zip it(떠들지 마시오)’ ‘Shhhh(쉿)’ 등이 적힌 팻말을 들긴 한다. 숨죽인 그 순간, 댄스 음악의 비트가 현장 분위기를 집어삼킨다. LIV 골프만의 아이러니다. LIV 골프는 개인전과 팀전을 병행한다. 포뮬러1(F1) 진행 방식과 유사하다. 우승자가 화려한 포디움(시상대)에 올라 트로피를 드는 순간, 폭죽과 샴페인으로 축하한다. 이 역시 F1의 느낌이다.

이런 색다름을 내세우며 출범(2022년) 4년 차에 접어든 LIV 골프. 속을 들여다보니 초조함도 감지됐다. 기대 만큼의 외연 확장이 되지 않아서다. 파격과 신선함도 좋지만, 골프 팬들은 여전히 예의와 전통을 기반으로 스토리를 만드는 기존 방식에 익숙하다. 욘 람(스페인)이 우승해 단번에 2237만5000달러(약 325억원)를 벌어들인 지난 시즌 최종전의 미국 내 생방송 시청자는 8만9000가구에 불과했다. 같은 날 열린 솔하임컵(미국-유럽 여자대항전) 시청자(65만7000가구)의 13.5% 수준이다. 다른 나라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LIV 골프는 ‘시장 개척’을 해법으로 정했다. 오는 5월 2~4일 동아시아 최초로 한국(인천 잭 니클라우스 GC)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5관왕에 오른 장유빈(23)을 영입한 것도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포석이다.

싱가포르 대회장에서 만난 김희규 잭 니클라우스 GC 총지배인은 “갤러리 동선 곳곳에 기저귀 교체용 간이 부스를 설치하고, 티잉 구역 근처 선수들과 가장 가까운 VVIP용 공간에 어린이 입장을 허용하는 등 팬 친화성을 극대화한 운영 방식이 돋보였다”며 “첫선을 보일 한국 대회에서 LIV 골프만의 독특하고 신선한 매력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800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