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썰 (진부함 주의, 글자 많음)

본문

어.. 내가 필력이 그리 좋은편은 아니라 그냥 생각나는대로 막 싸재낄게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그 첫사랑의 여자애랑은 중1때 처음 만났다.

초등학교 때는 외모에 관심이 없어서 자연스레 이성과도 거리가 멀어졌는데, 그 애는 서툰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더라. 형식적인 인사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손길이 나에겐 정말 큰 선물이었다.

 

그렇게 몇주를 같이 얘기하고 장난치다보니 저절로 친하게 지내게 됐고, 호감도 생겼다. 생각해보면 정말 허물없던 아이였던거 같다. 단순히 남성적인게 아니라 한번 빠지면 벗어날 수 없는 털털한 매력이 넘쳐났음. 그렇게 맨날 같이 다니고 하다보니까 없으면 죽고 못사는 그런 사이가 돼버렸어. 맨날 문자하면서 낄낄거리고.. TV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나온다고, 저거 재밌다고 실시간으로 문자했던 기억이 난다.

 

당연하게도 주변에서 둘이 사귀는거 아니냐고 오해는 많이 받았어. 근데 아직 초딩딱지 뗀지 1년도 안된 꼬맹이가 뭘 알겠냐. 부끄러워서 정말 아니라고 욕까지 해댔지ㅋㅋ 상처 많이 받았을거같다 생각해보면. 솔직히 사귀고 싶은 마음은 있었어. 내가 지금까지 본 또래 여자애들 중에서 가장 착하고, 예쁜 아이였으니까. 왜 고백을 안했냐하면 그냥 무서워서였던거 같아. 차이면 멀어질까봐. 그건 아직도 후회하고 있어 그때 말이라도 한번 꺼내봤었으면 내 옆에는 그 애가 있지 않았을까.. 하고. 

 

내가 중1 때 키가 155인가 했을거야. 진짜 꼬맹이 중에 상꼬맹이였는데 여름방학이 끝나니까 165정도가 돼있었어. 한달만에 무려 10센치가 큰거지. 키가 크니까 그 애랑 눈높이도 달라지고, 왠지 모르게 어색해진 느낌? 날 보기위해선 일부러 고개를 들어야했으니까 눈도 안마주치고ㅋ 키는 컸어도 정신상태는 그대로라 이런 상황이 속상했던 나머지 그 애랑 대화도 잘 안하게되더라. 그렇다고 딱히 싸운건 아니었으니까 사이좋게 지내긴 했어.

 

뜬끔없지만 내가 그 시절로 갈 수 있다면 그때의 날 붙잡고 말해주고싶어. 그 여자애 꼭 잡으라고. 그런 여자애 앞으로 보기 정말 힘드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으라고 말이야. 그 정도로 엄청난 애였다 그 애는.

다시 돌아가자면

그냥 그 애는 최고였어. 내가 기분이 안좋은 날은 맛있는걸 주면서 이거 먹으라고 먼저 다가와주고 내가 수업시간에 졸고 있으면 얼굴 콕콕 찌르면서 웃으며 일어나라 해주고, 좋은 게 있으면 제일 먼저 내게 보여주고.

 

인기는 당연히 많았지. 당연히 많았고 고백도 많이 받는 애였는데 고백받을때마다 나한테 통보하듯이 자기 고백받았다고.. 어쩌면 좋냐고 좀 도와달라고 매번 말했다. 난 그냥 너가 좋으면 사귀는거지 왜 나보고 그러냐ㅋㅋㅋ 하고 웃으면서 넘기는게 일상이었어. 속으론 진짜 승낙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솟구쳤는데 말야.

 

중2때는 별일 없었으니까 넘어갈게.

중3때로 가자면

우리 사이에 어떤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자연스레 사이가 멀어졌다. 아직도 이유는 몰라. 그냥 멀어졌어. 밥먹듯이 했던 문자는 세달에 한번 할까말까.. 그 애의 인기는 수직상승했고 별다른 매력도 없던 나는 그냥 물 흐르듯이 살아갔지. 고등학교에 대해 고민하고, 내 진로는 뭘로 할지..

근데 시발. 존나 충격적인게 뭐냐면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행사가 있던 날인데 가장 친한 친구들하고 행사를 마친 뒤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걷는데 어느샌가 연애이야기가 나왔어. 니는 왜 모솔이냐 아다냐 깔깔 거리면서 걷는데 갑자기 그 여자애가 언급되더라? 그래서 뭔 소릴까 하고 듣는데 내 친구 중에 한명이 그 애랑 사귀다가 깨졌다더라. 그것도 중2때. 들어보니까 한달도 못넘어간거 같고 얼굴로 밀어붙이다 인성에서 걸러진 케이스던데 그걸 떠나서 그 여자애가 남친이 있었다는게 충격이었음. 왤까. 걔도 여자고 사귈 수 있는건데 왜 이렇게 원망스러울까. 그 얘기를 들으면서 애써 표정을 감췄다. 그리고 집에와서 존나 울었지. 핸드폰을 부여잡고 액정에 눈물 뚝뚝 떨어뜨리면서 그 애한테 문자보내볼라고 별 지랄을 다했다. 진짜 찌질했었네.. 결국엔 못보내고 짝사랑도 질린다 그냥 포기하자.. 했지. 근데 그게 쉽게 되냐 3년을 좋아한 여자를 한순간에 잊는다는게ㅋ 말도 안되지 그딴건..그렇게 중학교 3년을 마쳤다.

 

고1 때는 딱히 아무일 없었다. 그냥저냥.. 하라는거 하면서 보냈고 문제는 고2때. 고2때 생겼다.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그 애한테 카톡을 보냈다. 새해핑계대면서 1월1일에ㅋㅋㅋ 다행히도 답장은 왔고 넌 요즘 뭐하냐.. 아 난 경찰대 준비한다. 아 그래? 힘들겠다 이러면서 어색하고도 지루한 대화를 이어나갔어. 물론 여자경험 없는 모솔이라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하는지도 몰랐기때문에 그것마저도 힘들었지.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아쉬움이 가득한 채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이야? 학원가는 길에 그 여자애를 만난거야. 겁나 예뻐졌드라. 그때도 이쁘긴 했는데 더 이뻐졌어.최대한 자연스럽게 야 오랜만이네~ 이지랄하면서 인사를 건넸는데 역시 2년동안 안본사이라 어색함은 감출 수 없더라 쌍놈의거.. 잠깐이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행복했었던거 같아. 사랑은 눈에 안보이면 사라진다더니 그거 다 순 거짓말이다. 진짜 사랑하면 눈에 안보이든 말든 끝까지 사랑하는거야. 좀 오글거리네 이런거 직접 쓰니까ㅋㅋㅋㅋㅋ

고3 올라가서는 공부하느라 졸라 바빴으므로 패스.

 

수능보고나서 난 그냥 무난하게 인서울 중위권 대학 들어가서 등록금 벌라고 알바하면서 살았고, 그 여자애는 경찰대 붙었다고 하더라. 진짜 공부 잘했었나봐..

여기서부턴 살짝 주작같이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냥 생각없이 봐주길 바랄게.

내가 제일 먼저 도전했던 알바는 편의점 알바였어. ㅈ빠지게 힘들다고는 하는데 꼭 한번 해보고싶던 알바라 도전했지. 마침 집앞에 편의점에서 알바구하길래ㅎㅎ 담배이름 외우고 카운터 보는방법 배우고 1~2주 하니까 능숙하진 못해도 익숙해지긴 하대. 그냥 간간히 시간 때우면서 일하는데 새벽 1시였나? 그때쯤 손님한명 들어왔음. 평소대로 인사하고 멍때리는데 그 손님이 소주 4병 촤촤촥 하고 올리면서 현금 내밀드라.  아니 5병이었나. 쨋든 '혼자 다 마시나..'하면서 계산할라는데 완전 익숙한 얼굴인거야ㅋㅋ 뭔가 알쏭달쏭 하길래 궁금해서 저기 신분증좀.. 했거든 그러니까 지갑꺼내더니 위풍당당하게 신분증 내미는데 신기하게도 그 여자애 이름 세글자가 박혀있었다. 0.5초정도 멍때리다가 '아.. 너무 어려보이셔서..' 하고 계산했다. 그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 말이라도 함 해볼까 하고. 담아주려고 봉투 꺼내서 하나씩 담는데 '여기서 말 못하면 영원히 안녕인거야'란 생각이 딱 들어서 봉투 건네주자마자 '저기.. ☆☆☆맞죠?'라고 말했다. 지금생각해보면 존나 병신같은게 신분증 봐놓고 맞냐고 물어보는게 시발 제정신이냐고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 애가 '네 맞는데요?'해서 '저 어디서 본적 없어요?' 하고 되물었다. 그 애도 한 3초정도 생각하더니 아~~하면서 내 이름 말해주더라ㅋ 살면서 사람이 그렇게 반가운적은 처음이었다. 군대갔다온 우리 형도 그렇게 안반가웠는데 말이지ㅋㅋ 손님도 비교적 없는 시간대라 10분정도 노가리 깠다. 너 경찰대 붙었더라~ 난 여기 붙었다~ 이러면서 화기애애하게 얘기하는데 어쩌다보니 옛날 얘기가 나왔다. '나 그때 너 좋아했는데 말 못했어ㅋ' 물론 내가 한 말임. 이러니까 걔도 맞받아치면서 '어.. 그때 나도 너 좋아했는데 시간 진짜 빠르네~' 식으로 쿨하게 마무리됐다. 겉으로는 아닌척 했지만 걔가 그 말을 했을때 내 심장은 모터마냥 탈탈탈탈 거렸다. 걔도 나한테 호감이 있었는데 말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그때 고백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추억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물밀려오듯 다가왔어.

 

뭐 이제 10년도 더 된 일이고

나도 어엿한 군필에 예쁜 여친도 있으니까

그때처럼 후회하지는 않아.

내가 30년도 안살았지만 한 여자를 10년동안 짝사랑해오면서 느낀 게 많은데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말해보라고 얘기해주고싶어. 난 그런말 진짜 많이 들었다. 안해보고 후회하는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게 훨 낫다고. 물론 고백얘기야 도박얘기 아님. 그냥 나같이 오랫동안 힘들어하는사람 없었으면 해서 하는 얘기다. 상대가 가까이애 있다면 최대한 진심을 담아서 했으면 좋겠어. 나중에 나같은 후회하지 않을만큼. 내 얘기는 그냥 주변에 한두명씩 있을법한 흔하고도 흔한 이야기야.

그 애한테 청첩장도 받을때가 올거고, 그 애가 다른 남잘 만나 아이들과 살고 있는 모습도 보게 되겠지. 어쩔수 없지만 그건 피할수 없을거같아. 후회해도 지나간 일이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아직 나의 전 단계라면 기회는 충분해. 너희들이 도전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100% 확률로 그 사람의 옆에는 다른 사람이 있겠지만 너희들이 도전했을 경우에는 1%라도 미래의 애인, 미래의 배우자가 될 수 있는 확률이 존재하니까. 나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4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6,958 건 - 5 페이지
댓글 제목
댓글0
댓글0
댓글0
댓글0
댓글0
댓글0
댓글0
댓글0
댓글0
댓글+1
댓글0
댓글0
댓글0
댓글0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