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시뉴스] [생물이야기]“그 많던 잠자리들은 어디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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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잠자리는 성충이나 유충 모두 육식성으로 먹성이 좋다. 유충 학배기는 센 턱을 가져 장구벌레나 실지렁이, 올챙이들을 마구잡이로 사냥한다. 그런데 올챙이를 잡아먹은 학배기가 잠자리 가 되면 먹고 먹히는 관계가 별안간 역전되고 만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면서 학배기 어미 잠자리를 냅다 잡아먹으니 말이다.
가을이 왔다 싶으면 불현듯 잠자리 두 마리가 앞뒤로 나란히 달라붙어 휘젓고 다닌다. 암컷들에 부접 대던 수컷이 바야흐로 짝짓기 상대를 찾아, 배 끝의 집게로 암컷 목덜미를 움켜쥐고 그렇게 끌고 다니면서 알 낳기를 조른다. 그래서 앞자리가 수컷(♂)이고, 뒤가 암컷(♀)이다.한참 그렇게 공중을 날다가 이때다 싶으면 으슥한 연못 구석이나 웅덩이 둘레 후미진 풀숲에 앉아 짝짓기한다. 수놈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로, 아래 암컷이 여섯 다리로 위 수놈의 배를 세차게 부둥켜안고는, 배를 휘어(구부려) 수놈이 붙여 둔 정자 덩어리를 받아 간다. 그런데 짝짓기 하는 두 마리가 마치 심장 꼴을 한다.
그리고 잠자리 암컷들은 배 끝자락에 있는 날카로운 산란관을 풀줄기에 찔러 알을 낳고, 또 다른 잠자리들은 공중에서 빙글빙글 맴돌다가 갑자기 곤두박질쳐 연못이나 개천 수면(물면)에 산란관을 댔다 뗐다 하면서 잔물결을 일으키니 그것이 곧 산란 행위다.
체온을 항상 일정하고 따뜻하게 유지하는 정온동물인 새(조류)와 짐승(포유류)을 제하고는 죄다 변온동물(냉혈동물)이라서 볕살을 받아 체온을 데워서 활동한다. 그래서 꼭두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곤충, 잠자리 채집은 허탕(헛일)임을 알 것이다.잠자리도 그들의 동태를 보면 환경변화를 대번에 알 수 있다. 옛날에 그 많던 잠자리들이 마침내 눈을 닦고 봐도 볼 수 없게 됐다. 그렇다. 잠자리들이 진주 이슬 맺은 풀잎에서 걱정 없이 잠자게끔 우리 모두 환경 파수꾼, 자연 지킴이가 되자. 사람도 죽을병에 걸리면 고칠 수 없듯이 하나뿐인 지구도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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