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독은 마약범 몰려 체포…영화는 더욱 리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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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야당’에서 브로커 강수 역을 맡은 강하늘은 “마약 극복 과정을 최대한 고통스럽게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야당’은 마약판에서 브로커 역할을 하는 마약사범을 의미하는 은어다. 그들은 수사기관에 마약범죄 정보를 제공하고, 검거된 마약사범에게 감형 흥정을 해주며 이익을 취한다. 영화 ‘야당’(16일 개봉)은 지금껏 한국 영화에서 제대로 다뤄진 적 없는 존재인 야당을 소재로 만든 범죄 스릴러다.

마약 누명을 쓴 이강수(강하늘)는 검사 구관희(유해진)의 눈에 띄어 그의 수사를 돕는 야당이 된다. 구 검사는 강수의 도움으로 검거 실적을 쌓으며 승진 가도를 달리지만,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박해준)는 구 검사와 강수의 콤비 플레이 때문에 번번이 허탕을 친다.

그러던 중 출세에 눈이 먼 구 검사는 마약사범으로 검거된 대선 유력 후보 아들 조훈(류경수)의 유혹에 넘어가 사건의 내막을 아는 강수와 상재, 상재의 수사를 돕던 여배우 엄수진(채원빈)을 한꺼번에 제거하려 한다. 가까스로 살아난 세 사람은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손을 잡는다.

이처럼 영화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각자의 욕망을 쫓는 세 인물의 물고 물리는 관계를 긴박하게 그려낸다. 영화 ‘내부자들’(2015)의 마약판으로 불리는 이유다. 허세와 복수심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캐릭터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배우 강하늘(35)과 ‘특수본’(2011) 이후 1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황병국(57) 감독을 지난 8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함께 만났다.

영화의 출발점은.
“검찰청에 마약사범들이 모여 검사와 마약 정보를 공유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기사에 언급된 ‘야당’이 선인과 악인,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적으로 매력적인 소재였다.”(황 감독)
취재는 어떻게 했나.
“절반 정도의 신과 등장인물은 실제를 토대로 만든 것이다. 마약사범과 검경 관계자를 100명 이상 만났다. 정치검사 구관희는 검사 몇 명을 믹스한 캐릭터다. 강남 도심의 마약사범 검거 장면, 용산역에서 경찰이 잡은 마약사범을 검찰이 가로채 가는 것도 실제 있었던 일이다.”(황 감독)
취재할 때 위험하진 않았나.
“마약사범을 만날 때 항상 다른 사람과 같이 가고, CCTV가 있는 곳을 택했다. 취재 중에 마약사범으로 오해받아 체포돼 경찰서에서 소변 검사를 받기도 했다. 영화에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검사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그 경험이 영화의 한 장면에 녹아 있다.”(황 감독)
야당은 실제로도 그렇게 자신만만한가.
“그렇다. 만나보니 외제 차를 타고, 화려한 명품 옷을 입는 등 과시적 소비를 하더라. 숨어 지내는 판매유통책과는 다르다. 뒤에 든든한 ‘빽’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황 감독)
“자신만만함을 강수 캐릭터의 매력이라 생각했다. 초반에 야당 캐릭터 설명이 나오는데 초반부터 너무 무거워지지 않기 위해 일부러 톤을 올리고, ‘날라리 티’도 냈다.”(강하늘)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너무 악하게 하면 비호감이 될 것 같고, 그렇다고 선하게만 보일 순 없고 표현 수위가 고민이었다. 감독과 상의하면서 중간 선을 계속 찾아갔다.”(강하늘) 
“마약 집단 정사신이 수위가 높다는 지적도 있지만, 마약의 위험성과 폐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싶었다. 내가 보고 들은 마약판은 영화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참혹하다. 마약 중독으로 지능지수가 65로 퇴화한 청년도 봤다. 정사신이 세 인물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계기여서 공을 들인 측면도 있다.”(황 감독)
공교롭게 개봉 시점에 마약 범죄가 훨씬 심각해졌다.
“대사까지 바꿔야 했다. 내레이션에서 한해 검거되는 마약사범을 1만6000명(2021년 기준)으로 했었는데, 매해 늘어 2만8000명으로 다시 녹음했다. 검거 안된 자들까지 합하면 마약사범이 50만명을 넘는다고 한다.”(강하늘)
‘검사는 대통령을 만들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대사 등 검찰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온다.
“시국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분들이 있는데, 시나리오를 쓴 건 2021년이다. 구 검사는 절대악이 아니라, 유혹에 흔들리는 인간일 뿐이다. 그의 사무실에 ‘소훼난파(巢毁卵破)’란 문구의 액자가 걸려 있는데, ‘새집(법 질서)이 부서지면 알(국민)도 깨진다’는 뜻이다. 모두가 되새겨 봐야 할 문구다.”(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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