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미·중 사이 같은 딜레마…한·베트남, 관세 대응 '긴밀 소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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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부이 타잉 썬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만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조치와 관련해 긴밀히 소통하기로 약속했다. 한국과 베트남은 미국으로부터 각각 상호관세 25%와 46%를 부과받게 된 '동변상련' 처지인데, 양국 간 교역·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여기서 파급하는 동반 타격을 최소화하는 것도 시급하단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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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부이 타잉 썬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악수하는 모습. 외교부

16일 외교부는 조 장관이 전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썬 장관과 양자 회담과 만찬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가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 만큼 최근 미국의 정부의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 25%의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했고, 베트남에 대해선 중국산 상품이 베트남을 통해 미국에 우회 수출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46%를 부과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베트남에 있는 약 1만 개의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도 원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노동·체류 허가와 인·허가 문제 등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썬 장관은 "한국 기업의 활동과 진출 확대를 중시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화답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외교부는 또 "한국과 베트남이 원전과 고속철도 등 전략적이고 미래지향적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베트남은 대미 협상을 통한 관세 인하가 시급한 동시에 중국과 경제 협력도 긴밀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비슷한 딜레마를 공유하고 있다. 실제 베트남은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 신경전의 한가운데에 놓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4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미국의 일방적 괴롭힘에 공동 대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베트남 방문을 겨냥해 "어떻게 하면 미국을 망치게(screw) 할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베트남은 중국과의 정상회담 관련 발표문에 미국과의 분쟁은 언급하지 않는 식으로 균형 잡기에 나섰다. 앞서 베트남은 미국에 대미 관세를 0%로 낮추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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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을 공식 방문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부이 타잉 썬(Bui Thanh Son)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제2차 외교장관 대화를 하는 모습. 외교부

한편 한국의 베트남에 대한 투자 규모를 봤을 때 미국의 대(對) 베트남 상호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약 절반이 베트남에서 생산되고, LG 전자 역시 북미 수출용 가전의 상당량을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한국 기업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인데, 이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4일 베트남을 찾아 상호관세로 인한 한국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한·베트남 외교장관 대화에선 북한 문제도 테이블에 올랐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러·북 불법 군사 협력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이에 대한 보상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은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으로, 북한은 베트남과 수교 75주년이 되는 올해를 '친선의 해'로 선언하고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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