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량진 전철 밟을라… 235억 새건물에 “내는 몬드간다”는 자갈치 아지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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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과 관광객들이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노점에서 생선과 해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자갈치 시장의 불법 노점(露店)을 정리해 현대식 건물로 옮기는 정비 사업이 암초를 만났다. 수백억원을 들여 건물을 지었지만, 대다수 노점상인이 관리비 부담과 시설 미비 등을 문제 삼아 입주를 거부하면서다. 물리적 충돌까지 번졌던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시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215곳 중 입주신청 2곳… 추첨 무산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본래 이날 예정됐던 자갈치아지매시장 신식 건물 입주를 위한 구역 추첨이 무기한 연기됐다. 235억원을 들여 지은 자갈치아지매시장 1동(지상 3층ㆍ면적 2441㎡)과 2동(지상 3층ㆍ면적 1827㎡) 건물에 노점상인 215명을 입주시키기 위한 추첨 절차다.

새 건물엔 선어ㆍ어패류ㆍ건어물 등 기존 상인이 파는 물품 특성에 맞는 구역이 갖춰져 있다. 입점을 원하는 상인 신청을 먼저 받은 뒤 추첨을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존 노점상인 215명 가운데 2명만 입점을 신청하면서 추첨 자체가 무산됐다.

수십만원대 사용료ㆍ시설 미비에 입점 갈등

이들 노점 상인 200여명은 부산 명소인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의 노상 약 300m 구간에서 수십년간 노점을 운영하며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다. 노점상인 만큼 엄밀히는 불법이다. 식품 위생이나 안전성 등 문제도 꾸준히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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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전경. 사진 부산시

자갈치시장 일대 차도를 넓히는 등 2003년부터 추진된 현대화 정비도 이들 노점 탓에 제한적으로만 이뤄졌다. 이에 부산시는 노점상인과 협의해 기존에 점유하던 노상 공간을 비우는 대신 이들이 입주할 수 있는 새 건물을 짓기로 했다.

건물 2개 동은 지난해 모두 완공됐다. 하지만 오는 6월 새 건물에서의 개장을 목표로 입주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인과 부산시 간 갈등이 본격화했다.

자갈치아지매시장 상인회와 부산시의 말을 종합하면 주요 쟁점은 ▷건물 사용료 부담(한달 19만~46만원) ▷해수관의 약한 수압 ▷화장실 부족 ▷옥상 냉동창고와 점포 간 화물 엘리베이터 미비 등 4가지다. 특히 사용료의 경우 같은 면적의 점포를 쓰더라도 준공업 지역인 1동보다 상업 지역인 2동 점포의 비용이 1.9배 높아 상인 불만이 크다.

“강제집행ㆍ몸싸움 난 노량진 시장처럼 될라”

일부 상인은 “이번 갈등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하면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노량진 시장 또한 40년 넘은 노점상의 위생 등 문제로 수협중앙회 주도의 현대화 사업이 2007년 시작됐다.

2016년 새 건물이 지어졌지만, 기존 상인 600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매대 공간이 좁고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문제 삼으며 입점을 거부했다. 수협이 이들 노점의 ‘불법 점유’를 근거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2018년부터는 강제집행을 통해 노점을 철거하려는 수협과 이를 막아서는 상인 간 몸싸움 등 격렬한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이로 인한 문제는 2020년까지 일부 이어졌다.

개장ㆍ도로확장 지연… 부산시 “최대한 조율”

자갈치아지매시장 입주를 둘러싼 의견 충돌에 따라 개장은 물론, 이후 노점 거리 323m 구간의 도로 폭을 기존 10m에서 20m로 넓히려 한 확장 공사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산시는 “행정대집행 등 강제적 수단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새 건물을 지어 노점을 입주시키는 계획은 처음부터 (행정대집행 등)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상인회를 창구로 해 상인들과 소통하고 있다. 추경을 통해 화물 엘리베이터 등 시설을 보강하고, 두 건물의 사용료 차이 등 문제를 조율하는 방안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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