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전 본부장, 하남시청 앞 1인 시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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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배전망 님비와 전쟁

김호기 한국전력 HVDC건설본부장이 16일 하남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한전]
한국전력공사 직원이 경기도 하남시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지난 16일 김호기 한전 초고압직류 송전선로(HVDC) 건설본부장이 시위 피켓을 든 데 이어 17일에는 같은 본부의 배병렬 구조건설실장이 거리에 섰다.
이들이 1인 시위를 벌이는 건 하남시가 동서울변전소 증설과 옥내화(철탑 등 송·변전설비를 건물 안으로 넣는 것) 사업 인허가를 4개월째 미루고 있어서다. 김호기 본부장은 “사업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알리고자 나섰다”며 “하남시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니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동서울변전소는 강원·경북 지역의 발전 전력을 수요가 큰 수도권에 끌어오는 동해안~수도권 HVDC의 종착지다. 한전은 1979년부터 가동 중인 동서울변전소를 변환소(고압 직류를 교류로 변환하는 시설)로 정하고, 2022년 증설·옥내화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3월 하남시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는데, 하남시는 허가 불가를 한전에 통보(8월)했다. 한전은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게 부당하단 내용으로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신청했고, 그해 12월 한전의 청구가 받아들여졌다. 그런데도 하남시는 인허가를 지연하고 있다. 하남시는 한전 측에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주민이 전자파 발생, 소음 등을 걱정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한전 측은 동서울변전소의 전자파는 생활전자파보다 낮은 수준이며, 변전소 옥내화시 기존보다 전자파가 55~60% 감소한다고 설명한다.
동해안~수도권 HVDC와 변환소 설치와 관련해 곳곳에서 인허가가 지연되고 있다. 280㎞에 달하다 보니 인근 주민 설득 작업에만 10년 이상이 걸렸다. 당초 2019년 준공이 목표였는데, 아직 인허가와 기초작업 등을 진행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한전은 사업이 늦어지면 연간 3000억원의 전력구입비 증가로 이어진다고 호소한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동해안 지역 민간 발전사들의 가동률은 20~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력을 생산해도 이를 내보낼 송전선로가 부족해서다.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 지연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 구축, 반도체 클러스트 조성 등으로 향후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큰데, 전력망 구축 시기를 놓치면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정부와 국회가 전력망특별법을 만들어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범정부·지자체·전문가가 참여하는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기간 전력망확충위원회’를 설치해 전력망 건설 관련 갈등을 중재하고, 인허가 특례와 보상 등 혜택을 법에 담았다. 하지만 주민 반대를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손양훈(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망 확충의 골든타임이 다가왔다”며 “특별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위원회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등 후속 조치를 세세하게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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