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영화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렸다. AFP=연합뉴스

영화계 최고 권위를 지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상) 시상식 주최 측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작품도 후보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이사회는 21일(현지시간) 내년 시상식 운영에 적용될 새로운 규정을 발표하며 이 같은 내용을 포함시켰다.

새 규정에는 "영화 제작에 사용된 생성형 인공지능, 다른 디지털 도구들과 관련해 그 도구들은 (수상) 후보로 지명되는 기회를 돕지도, 방해하지도 않는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다만 "아카데미와 각 분과는 수상작을 선정할 때 인간이 창의적 저작의 중심에 있는 범위를 고려해 그 성취도를 판단할 것"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AI가 이미 영화 제작 과정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현실을 아카데미가 인정한 것 자체가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앞서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의 노동조합은 2023년 공동 파업 당시 영화 제작에서 AI 사용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AI 기술 활용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월 오스카 시상식을 앞두고 10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영화 '브루탈리스트'가 배우들의 헝가리 억양을 강조하기 위해 AI 기술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지만 주연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영화가 총 3관왕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후보작 '에밀리아 페레즈'와 '듄: 파트2' 역시 일부 장면에 AI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에밀리아 페레즈'는 여우조연상과 주제가상을, '듄: 파트2'는 음향상과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한편 아카데미 이사회는 이번 규정 개정에서 또 하나의 기준을 새롭게 추가했다. '아카데미 회원은 각 부문에서 후보에 오른 모든 영화를 관람해야 오스카상 최종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실질적으로 투표자 전원이 모든 후보작을 관람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