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차기 교황에 쏠린 관심…"왕좌의 게임 같다, 반전 나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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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같다."
차기 교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미국 드라마의 제목에 빗댄 이런 말이 외신에서 나왔다.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의 비밀회의인 콘클라베를 앞두고 가톨릭교회 내 보수와 진보 진영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해 실제 정치판과 다를 게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콘클라베는 후보를 따로 정하지 않고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들이 각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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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클라베'의 한 장면. 사진 디스테이션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직후 당초 차기 교황직에 “진보 성향 인사가 유리하다”는 추측이 쏟아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재임 기간 내내 기후 위기, 빈곤, 이민자 보호 등 진보적 의제를 전면에 내세워 교회의 방향성을 재정립해왔기 때문이다. 교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 계획을 “재앙”이라며 비판했고,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해선 “죽음을 부르는 경제”라고도 말했다. 사망 직전까지도 로버트 맥엘로이 추기경을 워싱턴DC 대교구장에 임명하는 등 미국 내 진보 진영을 지지하는 인사들을 중용하며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135명 가운데 108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인사들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선출되기 위해선 3분의 2 이상의 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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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1월 20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간 알현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3년 보수 성향의 전임 교황들이 임명한 추기경들에 의해 선출됐다. 이 때문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이코노미스트)는 분석도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배경의 추기경들을 임명한 탓에, 투표자들 간 상호 교류가 적고 결속력도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코노미스트는 "보수 성향의 미국 추기경들이 조직적인 로비를 할 경우,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진보 성향의 성직자들이 드물다는 의견도 있다.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보수 진영에서 기니 출신의 로베르 사라 추기경과 미국의 레이먼드 레오 버크 추기경이, 진보에선 이탈리아의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양 진영이 합의에 실패할 경우, 예루살렘의 라틴 총대주교인 이탈리아의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빌라 추기경과 헝가리의 페터 에르되 추기경 등 양 진영에서 골고루 호감을 받는 이들이 오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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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대교구장 타르치시오 이사오 기쿠치 추기경(왼쪽)이 지난해 12월 7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엄숙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서임된 후 동료 추기경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전문가들도 선출 배경에 이념과 성향을 주목했다. 역사학자인 제시카 반버그는 “콘클라베가 성령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역사가 보여준다”며 “과거 프랑스, 스페인 등 강대국이 교황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오늘날엔 이념에 따라 진영이 나뉜다”고 매체에 말했다. 사실상 정치판과 다를 게 없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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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차기 교황이 당면한 과제도 선출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거론된다. 교회가 현재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를 무엇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선출자에 대한 기준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현재 시노드(대의원들로 구성된 교회회의체)의 권한 강화, 동유럽과 라틴아메리카의 가톨릭 세속화 우려, 성직자들의 성학대 스캔들, 중국과의 복잡한 관계 등이 의제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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