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교황과 불편했지만…트럼프 “장례식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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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추모하는 조기가 걸려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 참석 계획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가톨릭 신자인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동행할 계획이라면서다. 트럼프는 장로교 신자였지만, 2020년 특정 교파에 속하지 않는 비교파 기독교인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의 재집권 후 첫 외국 방문지가 그간 여러 현안에서 반목했던 교황의 장례식장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사람은 단순히 스타일 이상의 면에서 의견을 달리했다”며 “한 사람은 교황의 상징인 빨간 구두와 화려한 관저를 거부하고 바티칸 시국의 공동숙소에서 검소하게 살면서 종교적 청빈함을 추구한 반면, 다른 한 사람은 뉴욕의 고층 빌딩부터 백악관 집무실까지 손대는 거의 모든 것을 금빛 광채로 감쌌다”고 짚었다.

두 사람의 갈등이 노출된 건 2016년 미 대선 때부터다. 그해 2월 교황은 멕시코 방문 도중 미국과의 접경 지역에서 약 20만 명의 인파가 몰린 가운데 대규모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이후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멕시코와의 국경에 거대한 방벽을 세우겠다”고 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 공약에 대해 “다리를 놓지 않고 벽만 세우려고 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는 “교황이 미국 정치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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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1기 출범 직전 텔아비브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하자, 교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 원칙을 깨고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두 사람의 공식 대면은 2017년 5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집권 1기 첫 해외순방에서 트럼프는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30여 분간 면담했다. 나란히 찍은 기념사진에서 활짝 웃은 트럼프와 냉엄한 표정의 교황 얼굴이 대비돼 화제가 됐다.

하지만 교황과 멜라니아의 대면 때는 분위기가 달랐다. 당시 교황은 멜라니아에게 묵주를 건네며 따로 축복 기도를 했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교황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흐른 팽팽한 긴장감이 멜라니아 여사로 인해 다소나마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교황은 트럼프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1월 한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 계획을 추진한다면 수치가 될 것”이라며 “가난하고 가련한 사람들이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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