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잘 수만 있다면 3000만원도 쓴다, 자고나면 크는 '꿀잠 시장&a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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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 김모씨는 ‘프로 불면러’다. 내리 5시간 이상 잔 게 언제였는지 모를 정도다. 출근하면 커피로 버티고, 점심 먹고 나면 좀비 상태로 비몽사몽 헤매다가 퇴근한다. 그런데도 수면제에 기대긴 싫어 최근 인터넷에 떠도는 ‘꿀잠 팁’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칭과 추천 음악 듣기는 기본이고 라벤더 향이 나는 수면 안대, 아로마 오일을 떨어뜨린 베개, 따뜻한 캐모마일 차 한 잔…. 지인이 추천한 세로토닌 영양제도 먹고 있다. 김씨는 “잠만 잘 잘 수 있다면 무엇에든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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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8일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열린 제1회 '한강 잠퍼자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숙면을 취하고 있다. 뉴스1

밤잠을 설치고 불면을 호소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에만 74만8287명이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2019년(63만3620명)과 비교해 18% 늘었다. 진료 받지 않은 인원까지 감안하면 100만명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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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수면 산업 역시 커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레이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수면 시장 규모는 2023년 639억8000만 달러(약 91조1400억 원)에서 매년 5.9%씩 성장해 2032년 1082억1000만 달러(약 154조1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침구류나 식품류 뿐 아니라, 아로마 향초·디퓨저, 암막 커튼, 안대, 귀마개, 조명, 영양제 등 수면 보조 제품도 동반 호황을 누리는 분위기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매트리스도 매년 판매량이 늘고 있다. 시몬스가 2016년 출시한 1000만~3000만 원대 침대 ‘뷰티레스트 블랙’의 월 평균 판매량은 2022년 200개, 2023년 300개를 각각 돌파했다. 지난해 판매량도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신세계 까사가 2023년 내놓은 수면 전문 브랜드 ‘마테라소’가 올해 1월 출시한 450만원짜리 프리미엄 매트리스(퀸 기준)도 같은 사이즈의 이 회사 매트리스 평균가(200만~300만 원)를 훨씬 웃돌지만 매달 50% 이상 매출 신장세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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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침대업계 관계자는 “100세 시대를 맞아 고령 인구의 평생 침대 구매 횟수가 1~2회 더 늘었다”라며 “고령층 상당수가 수면이 건강과 직결된다고 여기고, 예년보다 소비력도 있다보니 침대에 아낌없이 투자한다”라고 말했다. 결혼식이나 예물에 힘을 빼는 대신 고급 매트리스에 투자하는 신혼 수요도 늘고 있다. 하루의 3분의 1(8시간)을 보내는 침대에서의 만족도에 높은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매트리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꿀잠 침구, 잠옷, 매트리스… 커지는 시장

베개는 경추를 받쳐줘 수면을 돕는다는 구스 베개, 메모리폼 베개가 인기다. 5년째 매출 600억 원대 제자리걸음인 침구업체 이브자리는 가수 아이유를 모델로 내세운 ‘깊은잠 베개’가 히트를 치면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시몬스의 숙면 베개는 올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5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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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의 프리미엄 숙면 베개 '뷰티레스트 화이버 포켓스프링 필로우'. 사진 시몬스

20대 이모씨는 최근 6만9900원짜리 잠옷을 장만했다. 이씨는 “숙면에 도움이 될까 해서 큰 맘 먹고 샀다”라며 “뒤척여도 뻣뻣함이 느껴지지 않아 들인 돈이 아깝지 않다”라고 했다.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가 만든 파자마는 ‘꿀잠 잠옷’으로 입소문을 타며 2015년 출시 이후 지난 2월까지 누적 판매 1800만장을 기록했다. 국민 3명 중 1명꼴로 입었다는 얘기다.

자주 관계자는 “취향을 고려해 소재·길이·계절별 파자마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라고 했다. 잠옷은 숙면뿐 아니라 연예인들이 패션 아이템으로 소셜미디어에 노출하면서 패션업계의 매출 견인 상품으로 떠올랐다. 이커머스와 홈쇼핑 업체들도 숙면 제품이 나오면 흥행에 성공하는 편이다. 11번가에서 지난해 관련 제품 거래액은 전년과 대비해 거위털 베개 98%, 수면 안대 62% 성장했다. GS샵도 지난해 연간 침구 매출이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뷰티업계에선 CJ올리브영이 숙면 시장을 겨냥, 아로마테라피, 건강기능식품, 릴렉싱 티, 필로우미스트, 경추 베개 등 상품 범위를 확대했다.

수면 시장이 커지자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는 수면 솔루션을 파는 회사로 변신 중이다. 전 세계인의 수면 현황을 조사해 지역별 마케팅에 활용하고, 지난해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파자마 행사를 열어 기네스에 등재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수면의 질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지면서 숙면은 건강한 일상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라며 “특히 중장년층 뿐 아니라 숙면 아이템에 시간과 돈을 쓰는 젊은층이 많아지며 관련 상품과 서비스가 늘고 있어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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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가 지난해 더 나은 수면을 위한 글로벌 캠페인 '오늘도, 잘 자요' 론칭을 기념하며 역대 최대 규모 투피스 파자마 모임을 열어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됐다. 사진 이케아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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