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중 서해구조물 '담판'…”어업시설” 中 주장 공략할 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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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이 23일 서울에서 열린 '제3차 해양협력대화'에서 중국이 서해의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으로 설치한 구조물과 관련해 논의했다. 해당 구조물이 군사 시설로 전용될 우려가 없고 어업용에 한정될 것이란 확언을 받는 데 더해 한국 측이 직접 해당 구조물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는 투명성 있는 방안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란 지적이다.

중국이 서해의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지난해 설치한 선란 2호.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
中 "韓과 협력 중…협정 위반 없다"
이날 대화에는 강영신 외교부 동북·중앙아국장과 홍량(洪亮) 중국 외교부 변계해양사 국장이 양국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강 국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이 PMZ에서 어업용 양식 시설이라며 2018년 '선란 1호'와 지난해 '선란 2호'를 설치하고 2022년에는 석유시추선을 개조해 관리 보조 시설 명목의 구조물을 설치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중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고 경계 획정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인 PMZ에선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초래할 수 있는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중국은 해당 구조물은 "어업용"이라고 주장하며 한국 해양조사선의 접근까지 차단하고 있다. 궈자쿤(郭嘉昆)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양국은 잠정조치수역(PMZ) 내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2000년 체결된 한·중 어업협정은 PMZ에서의 어업 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방적인 현상 변경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지는 않는다. 또 이에 대한 상대국의 사전 동의 의무 혹은 조사 요구 권한 등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상호 협력"만 강조하고 있다.
기술 유출 핑계로 조사 거부 가능성
중국이 이런 협정의 맹점을 이용해 구조물 설치를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셈이다. 또 협정 제7조에는 "한·중이 잠정조치수역에서 어업활동을 하는 자국민과 어선에 대해 관리와 기타 필요한 조치를 하고 타방의 국민과 어선에 대해선 조치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게다가 해당 구조물은 PMZ 내에서 한국이 주장하는 등거리 원칙에 따른 '중간선'보다 중국 쪽에 가깝게 위치하고 있어 중국은 근해에서의 활동으로 주장한다.

중국이 서해의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2018년 설치한 선란 1호.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실
비례 대응·법적 검토 본격화
하지만 국내적으로는 중국의 이런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곤란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번 대화에서 최소 중국이 해당 구조물에 대해 '어업용에 한정해 활용할 뿐이며, 향후 군사 시설 등 여타 목적으로 전용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확언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중국의 태도에 따라 한국도 비슷한 양식 시설을 PMZ에 세우는 방안 등 단계별 비례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시설물 설치에 따른 예산 편성 검토에도 나섰다.
당초 유엔 해양법협약에 따른 문제 제기는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뒀던 정부 내 기류도 다소 달라지는 분위기다. 정부 소식통은 "선란 1·2호와 관리 보조 시설이 고정식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경계 미획정 구역에서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는 행위 자체가 협약 취지에 어긋난다"며 "법적인 문제 제기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외교적 해결을 우선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양생물자원 보존을 위한 협력"을 명시한 한·중 어업 협정에 따라 대규모 양식에 따른 환경오염 우려를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지난 2월 한국의 해양조사선 온누리호도 해양 오염이 우려된다며 조사를 시도했지만 중국 측의 거부로 불발됐다. 선란 1·2호가 서해 수질과 해양 생태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입증해 중국에 실지 조사에 응할 것을 설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중국이 남중국해 등에서 ‘내해화’를 위한 회색지대 전략를 펼쳤던 전례를 근거로 국제 여론을 환기하는 것도 유효한 대응 카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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