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산은 100달러, 주변엔 “고맙다”…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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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과 함께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2014년도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재산이 100달러(약 14만원)에 불과하다고 아르헨티나 언론이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기경 시절에도 전용 고급 승용차를 마다하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청빈을 실천해왔다. 그러면서도 교황 재직 시절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을 발매하는 뜻밖의 반전 면모도 있었다.
아르헨티나 언론 암비토는 유명인 자산 전문 사이트 셀레브리티 넷워스를 인용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시 남긴 순자산은 100달러”라고 최근 보도했다.
전임 교황들의 월급 등 수입 내역은 외부에 공개돼있지 않다. 이탈리아 언론 머니잇은 “원칙적으로 교황은 2500유로(약 405만원)를 넘지 않는 수준의 월급을 받을 권한이 있다”며 “전임 베네딕토 16세는 교황 사임 후 그 정도의 연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전 검소한 태도로 유명했다. 방만 1000개가 넘는다고 하는 교황 전용 숙소 ‘사도궁’ 대신 교황청 게스트 하우스인 ‘성녀 마르타의 집’에 거주하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했다. 교황명으로 선택한 ‘프란치스코’ 역시 ‘가난한 자들의 성자’로 알려진 성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교황에 즉위하면서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모습도 평소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선종 전날 성베드로 광장을 직접 찾아 신도들과 만나고 돌아온 교황은 자신의 보좌관에게 “나를 광장에 다시 데려다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튿날 작별 인사를 하듯 손짓한 뒤 선종했다.

대전 월드컵경기장 프란치스코 공원에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동상. 2014년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집전을 기념해 실물 크기로 만들어졌다. 김성태 객원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교황 명의로 ‘깨어나라(Wake Up!)’라는 제목의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영어, 포르투갈어 설교에 음악을 입힌 것이다. 이전 교황들도 설교에 음악을 더한 앨범을 발매한 적이 있으나, 록 음악과 함께 한 건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다. 서구 음악 전문지들은 “최초의 록스타 교황”이라며 애정을 담은 평론을 게재했다. 앨범 판매 수익금은 난민 지원금으로 쓰였다고 한다.
전세계적 애도 물결이 이는 와중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자지구 공습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던 이스라엘 정부는 뒤끝을 보였다. 2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자 공식 엑스 계정에 추모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올린 추모글에는 “프란치스코 교황, 안식하소서. 그에 대한 기억은 축복이 되게 하소서”라는 글과 함께 교황이 예루살렘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던 사진이 있었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 포스트는 삭제 배경에 대해 “교황은 이스라엘에 반하는 말을 했다”며 “게시물을 실수로 올렸다”는 외교부 당국자의 말을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에는 저녁마다 가자지구 내 기독교 공동체와 전화통화를 해 이들의 고난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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