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부재정 절실한 시점은 지금”…韓, 46년 만 ‘대행’ 시정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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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우리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만들었던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그 극복 과정에는 언제나 정부와 국회가 긴밀하게 소통하며 협력했던 진정성 있는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대행은 이날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국민께 든든한 힘이 되어 드리고 경제의 회복과 도약에 소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조속히 심의·의결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대행은 “위기 대응에는 정책 내용만큼이나 추진하는 타이밍 또한 중요하다”며 “정부 재정이라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들에게 닿아야 할 시점은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정부는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재해·재난 대응에 약 3조2000억원, 통상 및 인공지능(AI) 지원에 약 4조4000억원, 민생 안정 분야에 약 4조3000억원을 편성했다.

한 대행은 이날 밤 미국에서 시작되는 한·미 2+2 통상협의와 관련해선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 하에 무역균형·조선·액화천연가스(LNG) 등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합의점을 모색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한 건 1979년 11월 당시 권한대행이던 최규하 전 대통령 이후 46년 만이다. 한 대행은 최규하 전 대행이 본회의장에 들어설 때 대통령이 출입하는 중앙 출입구를 사용했던 것과 달리 국무총리가 사용하는 왼쪽 출입구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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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에 나서기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서는 모습. 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선 출마 여부를 뜸들이는 한 대행에 대한 불쾌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연설은 오전 10시로 예정됐지만, 우 의장과 민주당 의원들의 자리는 10시가 돼도 비어 있었다. 한 대행의 시정연설은 민주당 의원들이 다 착석한 10시 15분이 돼서야 시작됐다.

시정 연설이 끝난 뒤엔 우 의장이 연단을 나서는 한 대행에게 “잠시 자리에 앉아계시죠”라고 말한 뒤 “국회의장으로서 권한대행께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내는 이례적 장면도 펼쳐졌다. 우 의장은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며 “권한대행께서는 대정부질문 국회 출석 답변과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총리실 등에 따르면 한 대행은 우 의장이 이런 발언을 할 것을 국회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국회 의사국 직원이 시정연설 직전 한 대행 측에 “연설이 끝난 뒤 잠시만 앉아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의아해한 총리실 참모들이 의장실에 그 이유를 물어보고 나서야 “우 의장이 할 말이 있으신 것 같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한 대행은 참모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면, 그냥 하시라고 하라”며 묵묵히 듣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카메라엔 우 의장의 발언이 끝난 뒤 한 대행이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 포착됐다.

한 대행은 본회의장을 나서며 “출마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생이 많으셨다”며 즉답을 피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시정연설에 전에 사전 환담을 요청했으나, 권한대행 측에서는 ‘다른 일정이 있다’고 불가 통보를 해 연설 뒤 잠시 앉아 있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의 영남 지역 재선 의원은 “한 대행이 우 의장과 민주당에 모욕을 겪으며, 출마 의지가 더 커졌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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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뒤 발언을 하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연단 앞으로 나와 우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 대행은 국회에서 정부서울청사로 돌아와 산불 대응 중앙안전재난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산불 피해 복구는 단순히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항구적인 복구를 할 계획이다. 산불 피해 지역을 새롭게 일으켜 세우겠다”며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 뒤 유정복 인천시장과 함께 인천시 천원주택 현장을 찾았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1차 경선에서 탈락한 유 시장은 지난 19일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신혼 부부에게 월 3만원의 임대료로 거주하는 천원주택 정책을 자신의 주요 치적이라 강조했다. 한 대행은 현장에서 유 시장에게 “이 정책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시는 것을 봤는데 정말 감동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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