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영화 '오펜하이머' 비밀도시처럼…中고비사막서 우주선 솟구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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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중국 간쑤성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서 유인우주선 선저우 20호를 실은 창정2호F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3, 2, 1… 점화."
24일(현지시간) 오후 5시17분, 사막 한가운데서 붉은 화염을 뿜으며 중국의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20호를 실은 창정(長征) 2호 F 로켓이 하늘로 오르기 시작했다. 굉음과 지축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발사대 아래로 "자립자강, 혁신초월" 붉은 여덟자 구호가 더욱 선명해 보였다. 발사대 지척으로 야외에 마련된 특별 관람대에 초청받은 중국인들이 환호하며 "리하이 중궈(厲害中國, 대단한 중국)"을 외쳤다. 몇몇은 감격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 언론 최초로 직접 관찰한 중국의 ‘우주 굴기’ 현장이었다. 중앙일보 취재진은 전날인 23일 새벽 5시께 로켓 발사대가 있는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에 도착했다. 간쑤성 주취안에서 출발한 버스가 고비 사막을 3시간 남짓 달려서였다.

23일 중국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의 ‘중국’ 표식 뒤로 유인우주선 선저우 20호를 탑재한 창정2F로켓이 마지막 정비를 하고 있다. 지난 1958년 마오쩌둥의 지시로 조성된 둥펑 미사일발사장은 1970년 첫 인공위성 둥방훙1호 발사 이후 중국 우주탐사의 심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주취안=신경진 특파원
검문소 옆 대형 선전판에 “비밀을 팔면 총살, 신고해 공을 세우자”는 섬뜩한 경고문이 보였다. “간첩 행위를 발견하면 즉시 국가 안보기관에 보고하라”며 신고 전화번호도 적혀 있었다. 이곳이 군사시설임을 실감케 했다.
검문소를 통과하자 입구에 '둥펑우주도시(東風航天城)'란 큰 글씨가 보였다. 이윽고 오아시스 같은 신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맨해튼 프로젝트를 위해 조성한 미국 뉴멕시코의 로스앨러모스가 번뜩 떠올랐다. 선저우 유인우주선, 창어(姮娥) 달 탐사 프로젝트 등 중국의 핵심 우주 전략이 현실화되는 공간이었다.

중국 주취안 위성발사센터 초입 검문소에서 차량들이 검문 받고 있다. 뒤로 대형 선전판에 “비밀을 절취하면 범죄, 비밀을 지키면 영광, 비밀을 누설하면 감옥에 들어가고, 비밀을 엄수하면 행복하다. 비밀을 팔면 총살 당하니 신고해 공을 세우자”는 섬뜩한 경고와 간첩 신고 번호가 적혀 있다. 주취안=신경진 특파원
24일 낮엔 출정식 현장부터 찾았다. 천둥(陳冬·47) 사령원, 천중루이(陳中瑞·41), 황제(王杰·36) 등 이번에 우주선에 탑승하는 대원들이 우주복 차림으로 나와 6개월간 이어질 ‘우주 출장’을 신고했다.
오후에는 발사대에서 1㎞가량 떨어진 관람대로 향했다. 중국의 35번째 유인우주선 선저우 20호가 출발하는 모습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대원들은 이륙 6시간 반 뒤에 우주정거장 톈궁(天宮)과 도킹해 선저우 19호를 타고 먼저 와 있던 대원들과 임무를 교대한다. 오는 29일에는 19호 대원 3명이 이곳의 착륙장으로 귀환할 예정이다.

차준홍 기자
둥펑우주도시는 마오쩌둥의 지시로 만들어졌다. 1958년 행정구역상 네이멍구자치구인 이곳에 미사일 시험사격장 건설을 승인하면서다. 이 때문에 몽골족 원주민은 삶의 터전인 목장을 북쪽으로 옮겨야 했다.
1960년 중국의 첫 국산 지대지 미사일인 둥펑 1호 발사가 이곳에서 실시됐다. 소련과 분쟁으로 안보 위협이 커지던 시절이었다. 중국은 '양탄일성(兩彈一星)'으로 불리는 원자폭탄·수소폭탄·인공위성의 독자 개발에 나섰다.

중국 주취안 위성발사센터의 위성사진. 오른쪽 로켓 발사대와 왼쪽 계획도시로 나뉘어 있다. 군사시설로 엄격하게 출입이 통제되는 이곳 주민들은 둥펑우주도시(東風航天城)으로 부른다. 사진 구글어스 캡처
1970년 4월 24일 양탄일성의 마지막 단추인 인공위성 둥팡훙(東方紅) 1호 발사에 성공했다. 미사일 사격장이 우주 탐험의 무대로 바뀐 날이다. 중국은 이를 기념해 2016년부터 이 날을 ‘우주의 날’로 제정해 14억 중국인에게 ‘우주의 꿈’을 불어 넣고 있다.
중국은 달 정복에서 제2의 ‘딥시크 모멘트’를 준비하고 있다. 린시창(林西強) 유인우주공정 판공실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오는 2030년 이전에 중국 우주인이 달에 착륙하는 계획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창정 10호 운반 로켓, 멍저우(夢舟) 유인우주선, 란웨(攬月) 달 착륙선, 왕위(望宇) 달 탐사복, 탄숴(探索) 달 탐사차량 등이 계획대로 (개발되고 있다)"며 작명을 끝낸 달 탐사 장비들의 순차적인 공개를 암시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우주 패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시간차 극복에 경주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수립한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가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어서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당초 지난해 실시하려던 우주인의 달 궤도 비행 미션을 2026년으로 미뤘다. 유인우주선 아르테미스 3호의 달 착륙도 2027년으로 연기한 상태다.
중국은 어느 정도 자신감도 얻었다. 지난해 6월 달 탐사선 창어 6호가 달 뒷면 남극의 토양 1953.3g을 세계 최초로 채취해 귀환하면서다. 내년 창어 7호 발사를 시작으로 창어 8호(2028년), 중국판 위성지리정보시스템(GPS) 베이더우(北斗)의 차세대 위성(2029년), 유인 달 탐사(2030년 이전), 국제 달 연구기지(ILRS) 건설(2035년)로 이어지는 시간표까지 짰다. 이와 관련, 저우야창(周亞强) 유인우주공정 판공실 수석 엔지니어는 "달 탐사는 누구와 비교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며 "중국의 목표 시간표에 맞춰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폭탄 영향을 묻자 "중국의 우주개발은 자력갱생이 원칙"이라고 답했다.

24일 선저우 20호를 타고 우주비행에 나선 중국 출신 우주인 3명이 출발전 관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2030년 퇴역을 노리고, 우군 확보 공세도 시작했다. 린 대변인은 “파키스탄 우주비행사 2명을 선발 중”이라며 “중국 우주정거장에 또 다른 국가의 우주인이 머무는 협상을 해당국과 진행하고 있으며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콩·마카오 출신 우주인은 이르면 내년쯤 첫 비행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또 중국이 달 표면에 건설할 기지는 러시아와 협력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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