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Cooking&Food] 꽃게, 지금이 제철…바닷속을 유영해 돌아온 봄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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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아미노산과 단백질 풍부한 영양 덩어리…‘꽃게, 제대로 알고 맛있게 요리하기’
사계절 뚜렷한 온대 기후의 ‘게’가 더 맛있어
타우린 함유해 혈압 낮추고 당뇨병 예방 효과도
삶는 것보다 껍질 째 익히는 게 풍미가 좋아

출처: GettyImagesBank
바람이 따뜻해지고 봄꽃이 만개한 걸 보니, 꽃게가 돌아왔지 싶다. 꽃게도 ‘회유’를 한다. 물고기가 먹이를 찾기 위해, 또는 산란하기 위해 헤엄쳐 다니는 것을 말하는데, 월동하러 남쪽의 바다로 내려갔던 꽃게는 3월께가 되면 수심이 얕은 연안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암꽃게는 6월쯤 있을 산란을 위해 먹이 활동을 하며 살을 찌우기 시작한다. 요즘이 제철인 이유다. 꽃게는 노처럼 생긴 다섯 번째 다리를 사용해 바닷속을 유영한다. 썰물 같은 물의 흐름과 함께 유영하면서 포식자를 피하고, 먹이를 찾아다니거나 산란하기 위해 이동하는 것이다.
서양에서 꽃게를 ‘스위밍 크랩(swimming crab)’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꽃게만 ‘유영’에 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보고된 게의 종류는 249종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물분류실 이상휘 선임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꽃게, 민꽃게, 너두갈래민꽃게 등 국내에 서식하는 꽃게류는 20종이다. 그리고 꽃게가 속해 있는 꽃게상과(Portunoidea)의 형태적 특징이 바로 다섯 번째 가슴다리의 형태가 ‘유영형’”이라고 한다. 꽃게류에 해당하는 게들이 꽃게만큼, 또는 꽃게에 준하는 유영 기능을 갖추고 있단 뜻이다. 또한, 노처럼 생긴 다섯 번째 다리는 모래를 파서 몸을 숨길 때도 유용하다.
많고 많은 게 중에 꽃게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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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류만 놓고 봐도 이렇게 종류가 다양한데, 우리는 왜 맨날 먹는 게만 먹을까? 사실, 보고된 게는 모두 식용이 가능하다. 다만, 갑각이 너무 딱딱해서 먹기 힘든 게도 있고, 먹을 부분이 거의 없는 작은 게도 많다. 또 먹을 수 있을 만큼 많이 잡히는지도 관건이다. 그래서 인간이 먹는 게는 주로 정해져 있다. 꽃게 아니면 대게다. 앞서 나열한 요건을 모두 갖추는, 몇 안 되는 종이기도 하다. 번식으로만 본다면, 대게보다는 꽃게다. 꽃게는 번식력이 좋고 생체 순환기가 빠르기로 잘 알려져 있다. 최대 수명은 3년인데, 1년생이면 이미 성체에 해당한다. 체장, 즉 다리를 제외한 몸통 길이가 6.4㎝ 이상으로 자라면 산란이 가능한 꽃게와 달리, 대게 암컷은 산란할 수 있을 때까지 성장하는 데 7~8년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대게 금어기는 6월~11월이지만 대게 암컷은 연중 포획 금지다. 이에 비해 꽃게 금어기는 두 달 정도로 짧다. 꽃게 산란기는 크게 5~9월인데, 그중 주 산란기인 6~8월을 금어기로 정해 자원을 보존하고 있다. 해역에 따라 산란 시기가 조금 늦은 곳도 있다. 일반적으로 꽃게 금어기는 6월 21일~8월 20일이지만, 연평도 주변인 서해5도 일부 해역은 7월 1일~8월 31일을 금어기로 정하고 있다. 금어기와 상관없이, 산란이 임박해 배의 껍데기 밖에 알을 품은 ‘외포란 꽃게’와 몸통 길이가 6.4㎝ 이하인 어린 꽃게는 연중 포획 금지다.
우리나라 서해 연근해서 서식하는 ‘꽃게’ 더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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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하고 돌아온 꽃게의 맛은 어떨까. 갑각류를 오래 연구해온 국립수산과학원 김정년 박사는 “열대지방에도 맛있는 게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차가운 물이 섞인 지역에서 서식하는 게가 단맛이 더 좋다”고 설명한다. 따뜻한 물도 있지만 차가운 물도 있는,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 기후에 서식하는 게들이 대부분 맛이 더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꽃게는 우리나라 전 해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수심 100m 이내 연안해역의 모래나 모래진흙에서 서식하는데, 그중에서도 서해 연근해에 많이 분포한다. 김정년 박사는 “월동할 때도 열대지방까지 이동하진 않고, 주로 서해와 황해 사이의 깊은 물의 모래진흙 안에서 월동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한다.
단맛의 비밀은 아미노산에도 있다. 꽃게가 다양한 아미노산을 보유한 덕이다. 아미노산의 맛은 단맛과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으로 나뉘는데, 각 맛을 대표하는 아미노산이 따로 있다. 그중 꽃게살의 단맛을 내는 주성분은 ‘글리신’이다. 단맛이 강한 아미노산이기도 하다. 글리신만이 아니라, 아르기닌과 베타인, 타우린도 꽃게만의 특별한 단맛과 감칠맛을 내주는 아미노산이다. 꽃게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양질의 단백질 식품이기도 하다. 특히 성장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 함량이 풍부하다. 단백질 함량은 높지만, 지방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맛이 담백하고 먹었을 때 소화가 잘된다. 또 꽃게의 타우린은 혈압을 낮추고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꽃게 고를 때는 넓적다리가 투명해서 속이 붉게 비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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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를 요리할 때는 삶기보다 찌는 편이 좋다. 물에 삶으면 고유의 감칠맛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찔 때는 껍질 째 익히는 게 풍미가 더 좋다. 살 속에 든 맛 화합물이 밖으로 빠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껍질 째 구워 먹어도 맛있다. 역시 감칠맛 성분이 빠져나가지 않아 맛이 강하고 식감이 좋아진다. 반면 탕이나 국으로 만들면 게살의 맛은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대신 국물에 감칠맛이 우러나서 국물맛이 좋아진다. 따라서 탕 요리를 할 계획이라면, 마트에서 파는 톱밥 꽃게를 사도 무난하다. 반면 게장이나 찜 요리를 할 때는 무조건 당일에 잡힌 크고 살이 많은, 살아있는 꽃게를 고르는 게 좋다.
살아 있다고 다 싱싱한 건 또 아니다. 갑각류는 움직임이 많을수록 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지기 때문이다. 오늘 새벽에 잡은 꽃게와 어제 잡힌 꽃게가 있다면, 무조건 오늘 잡은 게 좋다. 하루 전에 잡힌 만큼 살이 더 빠지기 때문이다. 꽃게를 고를 때는 넓적다리가 투명해서 속이 붉게 비치면, 껍질을 탈피한 지 얼마 안 됐다는 뜻이다. 살이 꽉 찬 게일수록 껍질이 투명하지 않고 다리 색이 하얗다. 또 배를 잡아서 살짝 누르면 단단해야 한다. 암수 구별은 배의 배꼽 모양을 보면 된다. 뾰족하게 솟아 있으면 수컷, 둥근 모양이면 암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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