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럼프, 韓에 관세·방위비 분리 시사…"'1차 방어&a…

본문

지난 24일(현지시간) 한·미 2+2(재무·통상) 협의에서 미국 측이 방위비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와 '군대 문제'는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원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을 하겠다며 통상과 안보를 엮는 포괄적 협상을 시사했던 트럼프의 입장에 변화 기류가 포착되는 셈인데, 전문가들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1745569212406.jpg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관세 협상서 군대 안 다룰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세계 역사상 그 어떤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갈취를 당해왔다"면서도 "군대는 우리가 말할 또 다른 주제이며, 우리는 그 어떤 (관세 관련) 협상에서도 이 주제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같은 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가 참석한 2+2 협의에서도 "방위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최 부총리는 밝혔다.

앞서 트럼프는 한국보다 먼저 관세 협상을 위해 백악관을 찾은 일본 측 대표단에게는 "일본이 주일미군 주둔비를 적게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예고 없이 깜짝 등판해 관세 담당 일본 관료를 방위비로 난데없이 압박했던 그가 한국에 대해선 이런 '변칙술'을 쓰지 않은 셈이다.

또 한국과 첫 협의가 종료된 직후 "두 사안을 엮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이라 주목된다. 다만 해당 발언은 한국을 특정해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협상의 유불리에 따라 언제든 입장을 또 바꿀 가능성도 상존한다.

트럼프는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했을 때만 해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한국에 들어가는 "대규모 군사 보호 비용"을 언급한 뒤 "무역, 관세와 관련 없는 사안도 제기하고 있다"며 "'원스톱 쇼핑'은 아름답고 효율적인 과정"이라고 밝혔다. 원하는 현안을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패키지 딜'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는데, 약 보름 만에 이번에는 사안별 개별 접근을 시사한 셈이다.

1745569212556.jpg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 참석해 스콧 베센트 미국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의시작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전문가 "안심할 일 아냐"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발언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거나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제 겨우 1차 방어전을 치른 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관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이후 본격적으로 방위비를 손보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관세와 방위비를 연동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전부터 트럼프의 대외정책의 핵심"이라며 "아직 협상 초반인 데다 한국이 권한대행 체제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결국은 연계한다고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안심할 일은 아니다"라며 "현재 국제 정세와 한국의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일단 시급한 통상과 관세 문제부터 협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미가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마련하기로 한 이른바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는 데드라인을 미국의 상호 관세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오는 7월 8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협상 마무리 및 타결은 오는 6월 3일 대선으로 출범하는 한국의 새 정부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지금은 "군대 문제는 안 다루겠다"고 했지만, 책임 있는 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정부가 들어서면 얼마든지 입장을 바꿔 방위비와 관세를 다시 연계해 압박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보 문제 엮으면 '을' 될 수도" 

정부는 애초부터 방위비와 관세를 엮을 수는 없다는 원칙을 견지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과 통상 협의에서 안보 문제가 연계되면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하는 한국은 협상 판에서 '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가 한국을 향해 '군사 보호 비용'을 수차례 언급했지만 지금까지 미국이 공식적인 외교 통로를 통해 방위비 분담금 협정 재협상을 제안한 적은 없다고 한다. 꼭 재협상이 아니더라도 미국산 무기 구매, 한국의 국방비 증액 등 다양한 방법으로 트럼프가 원하는 방향으로 실질적 비용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17455692127311.jpg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한미 2+2 통상협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트럼프가 현재 한·미 간 방위비 협정 현황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외교가에선 나온다.

한·미가 바이든 행정부 막바지인 지난해 10월 타결한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적용된다. 1기 재임 시절 기존의 다섯 배에 달하는 방위비를 요구했던 트럼프가 백악관에 돌아올 가능성에 대비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사실상 '알박기' 협정을 미리 체결해둔 셈이다.

물론 SMA는 미국에서 의회 승인이 없는 행정 명령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트럼프의 의지만으로 뒤집을 수 있다. 트럼프 1기 당시엔 기존 협정의 만료 시한을 넘겨서까지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면서 협정 공백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대규모로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고, 한국의 협상력 약화 우려를 키웠다.

그러나 이번에는 2030년까지 유효한 12차 SMA가 이미 마련된 만큼 협상이 길어지더라도 협정 공백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거란 분석도 있다. 다만 트럼프가 12차 SMA를 무효화해 사실상 깨버리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순 없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1,942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