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자하 신위, 경계를 넘는 예술가' 출간…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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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 신위, 경계를 넘는 예술가』|최나욱 지음|그래파이트온핑크|208쪽

건축을 전공한 젊은 작가가 조선 후기 문인 ‘자하 신위(紫霞 申緯)’를 조명한 책을 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과거 인물에 대한 탐구서를 펴낸 점에서 이례적인 행보라는 평가다.

책 『자하 신위, 경계를 넘는 예술가』(그래파이트온핑크 刊)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영국왕립예술대학(RCA)에서 건축을 전공한 최나욱 작가가 집필한 것으로, 자하 신위의 다면적 삶과 예술세계를 현대적 시선으로 풀어냈다.

자하 신위는 시·서·화 삼절로 불린 대표적 문인으로, 조선 후기의 경화세족(京華勢族) 가운데서도 가장 유행을 선도한 인물로 꼽힌다. 청나라 연행 경험을 바탕으로 당대의 최신 문물을 수용하고, 시, 다도, 조경, 수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서울대학교 내 연못 ‘자하연(紫霞淵)’도 그의 호에서 유래한다.

분야를 넘나들고, 새로운 문물 속에서 저만의 문예를 성취한 신위는, 지금 우리보다 더 현대적으로 느껴진다. 이 태도는 사회 비판뿐 아니라 제 가족을 향해서도 유지된다. 다음 시는 신위가 당대의 중심가치이던 입신양명보다, 아내와 딸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저자는 “우리가 학문을 분야별로 구분하는 체계(discipline)는 19세기에야 정립됐다”며, 신위의 삶을 통해 장르와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적 삶을 조명한다. 특히 입신양명보다 가족애를 중시한 시구(詩句)를 소개하며, 신위의 개인적 면모 또한 부각했다.

책에는 신위와 함께, 보들레르·엘리엇·랭보 등 18~19세기 유럽 시인들과 마르셀 뒤샹·버질 아블로·데이비드 치퍼필드 등 현대 예술가들의 이름도 함께 등장한다. 이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가치를 넘나들며 ‘클래식의 현재성’을 질문하는 저자의 시도다.

최 작가는 “유행이 빠르게 지나가는 한국 사회에서 ‘오래된 것’, ‘우리의 것’에 대한 논의가 축적되지 않는 현실에 주목했다”며, “신위라는 인물을 통해 한국적인 고전과 현대적 감각의 접점을 탐색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출간은 조선 후기 인물을 매개로, 현재를 사는 독자에게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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